“한국 사랑한 타노스” 송범근 감사 인사 무색하게…프로축구연맹, 인종차별 재심 청구 ‘또 기각’ 이유는?

전북 현대 송범근이 생애 첫 베스트11 수상소감을 통해 타노스 코치에게 감사를 표한 지 얼마 안 돼, 한국프로축구연맹 이사회가 만장일치로 인종차별 행위 처벌에 대한 재심 청구를 기각했다. 의도가 아니라 피해자 인식을 기준으로 삼는 글로벌 스탠다드를 따른 결과다.

송범근은 1일 서울 스위스 그랜드 호텔에서 열린 K리그 시상식에서 “한국을 누구보다 사랑하는 타노스 코치에게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인종차별 논란으로 한국을 떠나는 타노스 코치를 향한 지지였다. 하지만 같은 날 연맹 이사회는 타노스 코치에 대한 출장정지 5경기와 제재금 2000만원 징계를 그대로 유지했다.

연맹 이사회는 “징계 대상이 된 제스처는 인종차별적 의미로 통용되는 제스처로 보이고, 상벌위 기존 결정에 명백한 오류가 없다”고 밝혔다. 앞서 상벌위는 “특정 행위 평가는 행위자 의도보다 외부에 드러난 모습이 보편적으로 갖는 의미를 기준으로 한다”며 가해자 변명 대신 피해자 인식을 판단 기준으로 삼았다.

타노스 코치는 지난달 8일 대전전에서 후반 추가시간 핸드볼 파울 판정에 항의하다 경고와 퇴장을 받았다. 퇴장 직후 주심을 향해 양 검지로 두 눈을 가리키는 동작을 했고, 주심은 이를 인종차별 행위로 판단해 심판보고서에 기재했다.

이런 엄격한 기준을 채택한 배경에는 1999년 맥퍼슨 보고서가 있다. 1993년 영국에서 흑인 청년 스티븐 로렌스가 특정 인종증오 성격 범죄로 살해됐지만 경찰이 제대로 수사하지 않아 범인들이 풀려나는 일이 발생했다. 이후 진상조사를 거쳐 나온 맥퍼슨 보고서는 인종차별 사건을 “피해자 또는 제3자가 인종차별적이라고 인식하는 모든 사건”으로 정의했다. 이 원칙이 영국 축구협회 규정에 그대로 반영됐고, 이후 글로벌 스탠다드로 자리 잡았다.

의도를 따지면 사실상 아무도 처벌할 수 없다는 현실적 이유도 작용했다. 2011년 프리미어리그 리버풀 소속 루이스 수아레스는 경기 도중 당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 소속 파트리스 에브라에게 ‘네그리토’라는 단어를 사용한 뒤 “우루과이에서는 친근한 애칭”이라고 항변했지만 잉글랜드 축구협회로부터 8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받았다. 2020년 맨유 소속이었던 에딘손 카바니는 SNS에 “친구를 향한 감사 표시”였다며 같은 단어를 썼지만 역시 잉글랜드 축구협회로부터 3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피하지 못했다.

동양인 비하로 받아들여지는 눈 찢기 제스처 관련 사례는 엄격하게 처벌됐다. 2017년 콜롬비아 국가대표 에드윈 카르도나는 한국과의 친선경기에서 기성용(포항)을 향해 눈 찢기 제스처를 한 뒤 “경기 중 흥분 상태에서 나온 돌발행동”이라고 주장했지만 FIFA로부터 5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받았다. 2019년에는 바레인 국가대표 사예드 바키르가 홍콩 관중을 향해 같은 제스처를 해 FIFA로부터 10경기 출장정지 중징계를 받았다.

FIFA는 “가해자 속마음은 증명 불가능하므로 이미 발생한 피해와 외부에 드러난 행위만 판단한다”는 엄격 책임주의를 유지하고 있다. K리그가 타노스 코치의 재심 청구를 기각한 것도 이런 글로벌 스탠다드를 따른 결과다. 타노스 코치는 이번 시즌을 끝으로 전북을 떠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