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딥페이크 ‘성명불상자’ 낀 범죄 분담에 처벌 ‘솜방망이’

2025-11-16

4년간 판결문 124건 수집 분석

피고인 30%가 신원 알기 어려워

실형 선고도 55명 중 22명 불과

영상 제작·SNS 게시자는 미검거

“제작·의뢰자 모두 범죄로 다뤄야”

한국이 허위영상(딥페이크) 범죄 최대 피해국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딥페이크 제작·유통에 관여한 이들 상당수가 검거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딥페이크 범죄가 의뢰·제작·유통 등으로 분담돼 이뤄지다 보니 범인들의 처벌 수위도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한민경 경찰대 교수가 2020년 3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딥페이크 편집·반포 판결문 124건을 수집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피고인 129명 중 39명(30.2%)의 판결문에서 ‘성명불상자’가 등장했다. 피고인 19명(14.7%)의 경우 성명불상자로부터 피해자 사진과 개인정보를 전송받아 합성한 뒤 성명불상자에게 전송하거나 인터넷에 게시한 경우였다. 한 교수는 이와 관련해 “누군가로부터 의뢰를 받거나 유명 연예인과 같이 피해자가 알기 어려운 대상을 가지고 딥페이크를 제작하는 전문화되고 조직화된 형태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피고인 20명(15.5%)은 성명불상자에게 피해자 사진과 개인정보를 전송해 합성을 의뢰한 경우였다. 의뢰한 이는 검거됐지만 딥페이크 영상을 제작하고 게시한 조직은 검거되지 않은 것이다. 2022년 인천지법에서 다룬 사건에서는 피고인이 성명불상자가 올린 ‘딥페이크를 합성해준다’는 게시글을 보고 고등학교 동창인 19세 여성의 사진을 전달해 나체사진을 합성해 벌금 600만원을 선고받았다.

문제는 딥페이크 범죄에서 행위 분담은 형량이 낮아지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2020년 3월부터 지난 9월까지 허위영상 편집·반포 판결문에서 딥페이크를 의뢰한 피의자 34명 중 실형이 선고된 이는 14명에 불과했다. 20명은 집행유예나 벌금형에 그쳤다.

딥페이크를 의뢰받은 피의자 21명 중 실형이 선고된 이도 8명에 불과했다. 행위를 분담한 일부만 법정에서 다뤄지다 보니 심각성에 비해 가벼운 처벌에 그치고 있는 것이다. 한 교수는 “경찰이 딥페이크 수사를 할 때 제작과 의뢰자 모두를 공동 목적이 있다고 보고 범죄조직으로 함께 다룰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케이팝(K-POP) 스타가 전 세계에서 인기를 끌면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딥페이크 범죄는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미국 사이버 보안업체 ‘시큐리티 히어로’의 ‘2023 딥페이크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온라인에 유통 중인 딥페이크 성착취물 피해자 중 한국인 가수, 배우 등 비율은 53%로 전 세계에서 가장 많았다.

경찰이 최근 1년간 사이버성폭력 집중단속을 통해 3411건을 적발했는데 이 중에서도 딥페이크 범죄가 가장 많았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0월까지 실시한 단속에서 딥페이크 범죄 1553건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체 단속 건수 중 35.2%로 가장 높은 비율이다. 이어 아동·청소년 성착취물(34.3%), 불법촬영물(19.4%), 불법성영상물(11.1%) 등 순이었다.

딥페이크 범죄 피의자의 경우 10·20대가 90%를 넘었다. 10대의 경우 61.8%(895명), 20대는 30.2%(438명)이었다. 이들 중에는 ‘딥페이크 영상 유포자를 알려주겠다’며 또래 여학생 19명에게 인스타그램 등으로 접근해 성착취물을 만든 17세 남학생, 여성 연예인 얼굴에 나체사진 등을 합성한 딥페이크물 590개를 제작한 15세 남학생이 있었고, 이들 모두 구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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