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첫 공식 선거운동 장소로 택한 서울 가락시장에서 같은 당 배현진 의원을 두고 한 “미스 가락시장” 발언과 관련, 일각에서 ‘성차별적 언행’이라는 지적이 제기되며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김 후보는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12일 가락시장 2관 지하 1층에 있는 청과물 상회들을 돌며 “열심히 일하는 분들이 잘사는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며 “시장대통령·민생대통령·경제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김 후보가 시장에 들어서자 상인들은 “경제 좀 살려주세요”, "소상공인 장사하게 해달라”고 당부했고, 김 후보는 “물론이다”며 “장사가 안되더라도 제가 책임지고 한 번 해보겠다”고 화답했다.
김 후보는 이후 상인 대표들과 순댓국으로 아침 식사를 함께하며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김 후보가 “장사는 좀 어떠냐”고 묻자, 관계자는 “최악”이라고 답했다. 그런데 이때 문제의 발언이 나왔다.
김 후보는 “시장에도 홍보대사가 한 분 계시면 홍보가 많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 보니 여러 지역을 다녀도 나는 안 보고 배현진 의원만 많이 본다”며 “총연합 홍보대사로 배현진 의원이 약속 좀 해주시면 (좋겠다)”라고 했다.
이에 지역구 의원인 배 의원이 “아 예 저야 시키시면”이라고 답하자 김 후보는 “그럼 오늘 배현진 의원이 가락시장 상인 총연합회 홍보대사님으로 (임명된 것)”이라며 박수로 추대했다. 김 후보는 “배현진 의원은 ‘미스 가락시장’ 뽑아서 가락시장 홍보대사 임명장도 줘야겠다”며 웃었다.
이를 두고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권위적이고 성인지 감수성이 떨어지는 발언이라는 논란이 확산됐다. 국회의원인 공직자에게 외모가 부각되는 “미스 가락시장”이라는 표현을 쓴 것이 구시대적이라는 지적이다. 배 의원의 의사를 충분히 묻지 않고 임명을 일방적으로 선언한 듯한 태도 역시 민주적이지 못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김준일 시사평론가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듣기에 따라서는 성차별적인 그런 얘기가 될 수도 있어서 좀 논란이 된 것 같다. 불안불안하다”고 말했다.
김 평론가는 “김 후보의 캐릭터상 좀 그런 게 있는데 무슨 말이 나올지 몰라서 다들 좀 조마조마하더라”고도 했다.
누리꾼들은 “이 시대에 여성 국회의원한테 미스 어쩌고 하는 인식이라니 참담하다”, “여성에 대한 의식 자체가 너무 낮다”, “의견이나 조율 따윈 없이 죄다 떠넘기고 임명하면 끝인가 보다”라고 지적했다.
다만 “예쁘다는 칭찬 아닌가”, “김재섭 의원 가리키며 몸 좋다고 ‘미스터 가락시장’이라 했으면 문제될 거 없는데 성별 때문에 괜히 논란이다” 등 김 후보의 발언을 옹호하는 반응도 일부 있었다.
한편 김 후보는 과거에도 성차별 발언으로 여러 차례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2018년 자유한국당 서울시장 후보 출마 당시에는 “아름다운 여성이 전혀 화장도 안 하고 씻지도 않고 산다? 이거 안 되잖아요. 매일 씻고 다듬고 또 피트니스도 하고 이래가지고 자기를 다듬어 줘야 돼요. 도시도 똑같거든요”라고 말했다.
2011년 경기도지사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는 “여성들이 대체로 활동 폭이 좁다"며 "여성들이 문제가 있는데 밤 늦게 연락이 안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