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미국의 산불 시즌이 점점 더 길어지고, 덥고, 파괴적으로 변하는 가운데, 산불 대응 인력에 대한 구조적 문제와 공백이 스탠포드 대학의 보고서를 통해 드러났다. 스탠포드 우즈 환경연구소의 기후 및 에너지 정책 프로그램이 발표한 백서에 따르면 연방, 부족, 주, 지역, 민간 등 다양한 기관에서 활동하는 광범위한 소방 인력에 대한 정보 부족이 산불 대응 체계의 효율성과 안전성을 저해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야생동물 소방 연구원이자 연방 야생동물 소방관인 아비게일 바니(Abigail Barne)는 “기관 간 산불 대응에 참여하는 각 개인을 추적하는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이로 인해 자원의 효율적 배분과 인력의 다양한 요구 반영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미국의 산불 대응 인력 규모는 다음과 같이 구성되어 있다.
- 주 및 지역 소방서: 최소 10만 명 이상
- 연방 기관: 4만 명 이상
- 민간 계약업체: 약 1만 5,000명
- 부족 프로그램: 약 1,500명
이 가운데 미국 산림청과 캘리포니아 산림 및 화재보호국(CAL FIRE)이 가장 많은 인력을 고용하고 있으며, 이번 평가는 지금까지 가장 포괄적인 현황 파악으로 평가된다.
보고서는 특히 지금까지 인식이 부족했던 인력 집단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부족 소방관은 대부분 독립적으로 운영되며 약 1,000명의 1차 대응 인력을 보유하고 있으나, 최근까지 연방 소방관 급여 인상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었다. 또한 전체 지역 소방의 약 65%를 차지하는 자원봉사 소방관들은 농촌 화재 대응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지만, 느린 보상 절차 등으로 인해 국가 시스템에 통합되기 어려운 구조다.
민간 계약업체의 경우, H-2B 비자 소지자 등 이민자 또는 서류 미비 노동자에 대한 의존도가 높으며, 이들은 제한된 직업 보호 속에 근무하고 있다. 자원봉사자, 계절직, 수감자, 이민자 노동자 등은 공식 통계에조차 반영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그들의 기여가 정책이나 대중 인식에서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문제도 지적됐다.
에이버리 빅스(Avery Bicks) 스탠포드 로스쿨 연구원은 “이러한 집단을 무시하면 실제 이용 가능한 자원 풀이 줄어들 뿐 아니라, 인력에 대한 평가와 지원에 있어 불평등을 지속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보고서의 공동 저자이자 연구 책임자인 마이클 마스트란드레아(Michael Mastrandrea)는 “산불 대응 시스템의 전체 구성을 이해하는 것이 그것을 더 안전하고 효과적이며 공평하게 만드는 첫걸음”이라며, 포괄적인 데이터 수집과 정책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연구진은 특히 소외된 인력 집단에 대한 표적 지원과, 진화하는 화재 대응 구조에 맞춘 체계적 개편을 권고했다. 이는 스탠포드 팀이 이전에 수행한 연방 산불 관련 직업의 채용, 유지, 형평성 연구를 기반으로 한다.
기후 변화로 산불 피해가 심화되는 가운데, 대응 인력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와 포용은 단순한 행정 문제가 아닌, 생명을 구하고 피해를 줄이는 문제로 직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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