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참사'는 통과의례 아닌 낡은 시스템이 보내는 위험신호 [월간중앙]

2025-08-23

지상논단 | 반복되는 인사 논란 막을 세 가지 방법

의회 인준권·인사검증기구 독립성 보장해 밀실인사·부실검증 차단

독립된 검증기구 설치하고 유명무실한 인사청문 실효성 강화해야

우리나라 고위공직자 인사 시스템은 현재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2025년 6월 초 출범한 이재명 정부의 초기 인사 난맥상은 물론, 역대 정부에서 반복되어 온 ‘인사 참사’는 더 이상 몇몇 부적격 후보자 개인의 일탈 문제로 치부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는 구조적 결함을 가진 ‘시스템의 실패’로 규정해야 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되는 인사 실패의 근본 원인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대통령실이 주도하는 사전 검증은 독립성과 객관성이 결여되어 정치적 입김에 취약하며, 부동산 투기, 논문 표절 등 기본적인 결격 사유조차 걸러내지 못하는 한계를 명백히 드러냈다. 둘째, 본래 후보자의 정책 역량과 리더십을 검증해야 할 국회 인사청문회는 그 목적을 상실한 채, 인신공격성 ‘신상털기’와 여야 간의 소모적인 정쟁의 장으로 변질되었다. 셋째, 대부분의 청문 결과가 법적 구속력을 갖지 못해 대통령의 임명 강행과 국회의 정치적 반발이라는 악순환을 낳으며 국정 동력의 낭비와 국가 리더십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심화시키고 있다.

정쟁과 불신만 낳는 인사 시스템 이대론 안 돼

이러한 총체적 난국은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하며, 유능한 인재들이 공직을 기피하게 만드는 부작용까지 낳고 있다. 따라서 단편적인 땜질식 처방을 넘어, 시스템 전체를 재설계하는 근본적인 개혁이 시급하다. 이러한 인식에 따라, 이 글은 해외 선진국의 성공적인 인사 시스템을 벤치마킹하여 그 핵심 원리를 심도 있게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국의 현실에 맞는 구체적이고 통합적인 3대 고위직 인사 시스템 개혁 방안을 청사진으로 제시하고자 한다. 인사 개혁의 종착점은 정치적 대결에 기반한 현재의 소모적인 시스템을 독립적 조사, 전문적 평가, 그리고 투명한 규칙에 기반한 선진 시스템으로 전환해 국정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있다.

현행 우리의 고위직 인사 시스템의 구조적 개혁을 위해서는 해외 선진 사례의 핵심 원칙을 면밀히 고찰하고 우리 실정에 맞게 원용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의 사례는 각각 독립성, 체계성, 전문성, 집행력 측면에서 대한민국의 고위직 인사 시스템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미국 고위직 인사 시스템의 저력은 엄격하고 제도화된 사전 검증과 구속력 있는 의회의 인준권에서 나온다. 후보자 지명 전, 연방수사국(FBI)은 방대한 분량의 ‘국가안보직위용 질문서(SF-86)’를 바탕으로 수개월에 걸쳐 철저한 신원조사를 한다. 이 조사는 단순히 서류를 확인하는 수준을 넘어 후보자의 과거 행적, 외국과의 접촉, 직장 동료·친구 등 주변인에 대한 심층 인터뷰까지 포함해 신뢰성, 성격, 충성도 등을 다각도로 평가한다. 동시에 독립기구인 정부윤리처(OGE)는 재산공개 신고서(OGE Form 278e)를 통해 재산상 이해충돌 문제를 정밀하게 심사하고, 자산 매각이나 백지신탁 등 구속력 있는 ‘윤리 협약(ethics agreement)’을 후보자와 체결해 잠재적 비리 소지를 원천 차단한다.

이처럼 후보자가 대중 앞에 서기 전에 깊이 있는 검증을 완료하는 과정 자체가, 심각한 흠결이 있는 인사의 지원을 막는 강력한 억지력으로 작용한다. 무엇보다 상원의 인준 투표는 절대적인 법적 구속력을 가지므로, 대통령은 의회 동의 없이는 임명을 강행할 수 없다. 이는 대통령이 지명 단계부터 의회와 협의하며 폭넓은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인물을 신중하게 선택하도록 유도하는 효과를 낳는다. 이는 국회의 ‘부적격’ 의견에도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할 수 있는 한국의 구조와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미국 모델이 우리나라에 주는 시사점은 의무적이고, 철저하며, 독립적인 지명 전 조사의 중요성이다. 다시 말해 검증의 초점을 대중 앞에서의 대결에서 전문적인 실사(due diligence)로 전환시킨다는 점이다.

영국은 1855년 정치적 후견주의를 타파하기 위해 설립된 법적 독립기구인 공무원위원회(Civil Service Commission)가 ‘공정하고 공개적인 경쟁’이라는 실적주의 원칙을 수호한다. 공무원위원회는 정부와 공무원 조직 모두로부터 완전히 독립적으로 운영되며, 최상위직 공무원 채용 심사위원장을 직접 맡는 등 핵심적인 임용 과정에 직접 개입하여 독립성을 보장한다.

특히 주목할 점은 ‘성공 프로파일(Success Profiles)’이라는 과학적 역량 평가 모델이다. 이는 후보자를 행동(Behaviours), 강점(Strengths), 능력(Ability), 경험(Experience), 기술(Technical skills) 등 5가지 요소로 평가하며, ‘거시적 안목(Seeing the Big Picture)’, ‘효과적인 의사결정(Making Effective Decisions)’, ‘리더십(Leadership)’ 등 직무 성공에 필요한 구체적이고 관찰 가능한 행동 지표를 설정하고, 상황 판단 테스트, 구조화된 면접과 시뮬레이션 등을 통해 이를 객관적으로 평가한다. 예를 들어, ‘리더십’ 역량을 평가하기 위해 단순히 과거 경력을 묻는 것이 아니라, 갈등 상황을 해결했던 구체적인 경험이나, 팀의 비전을 제시하고 동기를 부여했던 사례를 발표하게 하는 등 관찰 가능한 행동 증거를 요구한다.

이를 통해 평가는 주관적 인상 비평에서 벗어나 증거 기반의 전문적 판단으로 전환된다.

독일은 장관과 같은 정치적 임명직과 정책을 집행하는 고위 직업공무원의 선발 트랙을 명확히 구분하는 합리성을 보여준다. 장관 임명은 연립정부 구성을 위한 정당 간 정치적 협상의 결과물로, 순수하게 정치적으로 결정된다. 이러한 정치적 임명직에 대해서는 공식적이고 공개적인 ‘인준 청문회’나 독립적인 검증절차가 존재하지 않는다. 총선 후 연정을 구성하는 정당들은 각 부처의 정책 방향과 함께 장관직 배분을 명시한 상세한 연정 협약서(coalition agreement)를 체결한다. 이후 각 정당은 자신에게 할당된 장관직을 채울 인사를 내부적으로 결정하는데, 이는 정당의 정책 노선과 인재풀에 기반한 고도의 정치적 행위이다.

이는 본질적으로 정치적인 선택을 사법적 잣대로 평가하려는 모순을 피하게 해준다. 반면, 고위 직업공무원은 ‘역량평가센터(Assessment Center)’라는 엄격한 시뮬레이션 방식의 평가를 통해 전문성과 관리 역량을 철저히 검증받는다. 역할 연기, 집단 토론, 발표 등 모의 직무 상황에서 후보자의 행동을 다수의 전문가가 관찰하고 ‘문제인식’, ‘전략적 사고’ 등 명확한 역량 모델에 따라 평가하는 방식이다. 이처럼 각 역할의 성격에 맞는 상이한 검증 방식을 적용하는 지혜를 우리는 배울 필요가 있다.

프랑스의 공직생활투명성고등위원회(HATVP)는 단순한 심의 기구를 넘어선 강력한 독립 행정기구이다. HATVP는 공직자의 재산 및 이해관계 신고를 검토하는 것을 넘어, 자체적인 조사권을 행사하고, 불법 재산 증식이나 허위 신고 등 범죄 혐의가 의심될 경우 사법 당국에 직접 수사를 의뢰할 수 있는 강력한 집행 권한을 가진다. 이는 실질적인 권한이 없어 무력했던 과거 위원회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특별히 설계된 것이다. 또한 로비 활동을 규제하고 공직자에게 윤리 자문을 제공하는 등 예방적 기능도 수행한다.

예를 들어, 장관이 특정 기업과 관련된 정책을 결정할 때, HATVP는 해당 장관이 과거 그 기업과 어떤 이해관계가 있었는지 사전에 검토하고, 필요시 구속력 있는 의견을 제시하여 이해충돌을 방지한다. 이를 통해 공직 윤리 문제를 일회성 정치적 스캔들이 아닌, 상시적인 법적·행정적 준수의 문제로 전환시켜 시스템의 청렴성을 제도적으로 확보한다.

인사시스템 3대 개혁안 하나라도 빠지면 성공 어려워

해외 사례 분석을 통해 도출된 교훈을 바탕으로, 한국형 인사 시스템 개혁을 위한 상호 보완적인 3대 개혁안을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이 세 가지 기둥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하나라도 부재할 경우 개혁은 성공하기 어렵다고 평가할 수 있다.

#1 개혁의 첫 단추 : 독립적인 ‘공직자윤리역량위원회’ 설립

고위직 인사 시스템 개혁의 가장 핵심적인 첫 단계는 인사 검증 기능을 대통령실로부터 완전히 분리하여, 법적 독립성과 강력한 조사 권한을 가진 초당적 위원회를 신설하는 것이다. 현재 대통령실이 검증과 임명 제청을 모두 담당하는 구조는 ‘고양이에게 생선 가게를 맡기는’ 격으로, 구조적인 이해상충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대통령의 의중에 맞는 인사를 임명하려는 목표와 후보자의 결격 사유를 찾아내려는 목표는 본질적으로 상충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부동산 투기, 논문 표절 등 공개된 정보조차 걸러내지 못하는 부실 검증이 반복되는 것이다. (가칭) ‘공직자윤리역량위원회’는 이러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대안이다. 위원회는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가 참여하는 투명한 절차를 통해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인사들로 구성되어야 한다.

위원회의 핵심 임무는 현재 인사청문회 대상이 되는 모든 고위공직 후보자에 대해 지명 전 독립적인 사전 검증을 수행하는 것이다. 검증은 두 가지 갈래로 진행된다. 첫째, 미국의 FBI/OGE 모델처럼 재산, 납세, 병역, 과거 행적 등 ‘청렴성’을 심층 조사한다. 둘째, 영국과 독일 모델처럼 사전에 정의된 역량 모델에 기반하여 후보자의 직무 수행 능력, 즉 ‘역량’을 과학적으로 평가한다. 이를 위해 위원회는 프랑스의 HATVP처럼 모든 정부 기록 및 금융정보에 접근하고 증언을 강제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을 부여 받아야 한다. 이 위원회의 설립은 부실 검증의 근본 원인인 ‘검증 주체와 임명 주체의 이해상충’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하고 가장 효과적인 방안이다.

#2 인사청문회 기능 이원화 및 후보자 역량 평가 중심 재설계

현재 온갖 기능이 뒤섞여 과부하 상태에 빠진 국회 인사청문회는 그 역할을 명확히 재설계해야 한다. 현재 청문회는 후보자의 자질과 정책을 검증하기보다, 도덕성을 빌미로 한 ‘신상털기’와 정쟁의 장으로 변질되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청문회 기능의 이원화를 제안한다.

제1단계는 신설되는 ‘공직자윤리역량위원회’가 ‘신상털기’에 해당하는 민감한 윤리 및 도덕성 검증을 비공개로 먼저 수행한다. 이는 후보자의 사생활을 보호하면서도 더욱 철저하고 전문적인 검증을 가능하게 한다. 이미 정치권에서도 비공개 검증에 대한 논의가 제기된 바 있다. 이 단계에서 위원회는 철저한 사실관계 확인을 통해 객관적인 보고서를 작성하여, 이후의 논의가 뜬소문이 아닌 사실에 기반하도록 만든다.

제2단계는 공개 역량 청문회로, 국회는 위원회의 검증 결과를 보고받은 후, 후보자의 정책 비전, 전문성,리더십, 위기관리 능력 등 ‘역량’ 평가에만 집중한다. 이를 위해 영국의 ‘성공 프로파일’을 벤치마킹한 객관적인 ‘한국형 고위공직자 역량 모델’을 개발하고 법제화하여, 청문회가 정파적 공방이 아닌 정책과 능력 중심의 내실 있는 토론의 장이 되도록 해야 한다. 이는 청문회가 후보자의 전문성 검증에 부족하다는 국민적 인식을 개선하고, 국회의 본질적 기능인 정책 감독 역량을 강화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3 인사청문회법 개정 통한 책임성 및 실효성 강화

새로운 시스템이 실질적인 힘을 갖기 위해서는 인사청문회법의 전면적인 개정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현재의 법은 자료제출 요구권의 실효성이 없고, 후보자의 허위 진술에 대한 제재 수단이 미비하며, 청문 결과의 법적 지위가 모호하다는 치명적인 약점을 안고 있다. 인사청문회법 개정에는 다음의 내용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첫째, 자료제출요구권 강화다. 신설 위원회와 국회가 검증에 필요한 자료를 기관이나 개인에게 요구할 수 있는 명확한 법적 권한을 부여하고, 정당한 사유 없이 불응할 경우 과태료 부과나 절차적 불이익 등 실질적 제재 조항을 신설해야 한다. 이는 현재 각종 법률을 핑계로 자료 제출을 거부하는 관행을 타파하기 위한 필수적인 조치이다.

둘째, 허위 진술에 대한 제재 도입이다. 현재 후보자가 청문회에서 거짓말을 해도 제재할 방법이 없는 법적 공백을 메우기 위해, 고의적이고 중대한 허위 진술에 대해서는 위원회 보고서에 공식적으로 명기하는 비형사적 제재와 더불어, 위증죄에 준하는 형사적 제재까지 도입하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 이는 청문 과정의 진실성과 신뢰도를 담보하는 핵심 장치가 될 것이다.

셋째, 검증 결과의 권위를 확보하기 위한 조치이다. 대통령의 인사권을 존중하면서도 국회의 견제 기능을 실질화하기 위해, ‘준수 또는 설명(Comply or Explain)’ 모델을 제안한다. 이는 대통령이 공직자윤리역량위원회와 국회 모두로부터 ‘부적격’ 의견을 받은 후보자를 임명하고자 할 경우, 그 사유를 국민에게 상세히 설명하는 ‘대국민 서면 설명’을 법적으로 의무화하는 것이다. 이는 대통령의 임명권을 직접적으로 제한하지는 않지만, 검증 결과를 무시하는 데 따르는 정치적 책임을 크게 높여 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하는 합리적인 방안이 될 것이다.

지속가능한 신뢰 시스템 마련해야

반복되는 인사 참사는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통과의례가 아니라, 반드시 개혁해야 할 낡은 시스템이 보내는 위험 신호이다. 불투명한 사전검증과 정치화된 공개 청문회로 구성된 현행 고위직 인사 시스템은 구조적으로 실패할 수밖에 없다. 해서 필자가 제안하는 3대 개혁안 즉, 독립적 검증위원회 설립, 이원화된 역량 중심 청문회, 법적 책임성 강화 방안은 단편적인 처방이 아닌, 시스템 전반을 혁신하기 위한 통합적인 청사진이다.

이 고위직 인사 시스템 개혁안은 독립적 조사를 통해 검증의 객관성을 확보하고, 청문회 역량의 재설계를 통해 국회의 견제 기능을 정상화하며, 법제화를 통해 책임성을 강화하는 세 가지 축이 유기적으로 맞물릴 때 비로소 성공할 수 있다. 이는 단순히 더 나은 장관을 뽑는 문제를 넘어, 국정 운영 시스템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높이고 행정의 전문성과 안정성의 제고를 통해 대한민국 공동체의 미래를 설계하는 데 필수적인 과업이다. 이제는 소모적인 정쟁의 고리를 끊고, 지속 가능한 신뢰의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사회적 합의와 정치적 결단이 필요한 중차대한 시점이다.

김호균 전남대 행정학과 교수 webmaster@m-joong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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