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ON’ 800여 년 전통 비구니 사찰 ‘봉녕사 수행일기’

2025-03-08

8일 KBS1 ‘다큐ON’은 800여 년 전통의 비구니 사찰을 조명한 ‘봉녕사 수행일기’가 방송된다.

경기도 수원의 광교산 기슭. 도심 속에 봉녕사라는 비구니 사찰이 있다. 고려 시대에 원각 국사가 창건한 800여 년 전통의 사찰인 봉녕사는 공주 동학사, 청도 운문사, 김천 청암사와 더불어 4년제의 승가대학 과정을 밟을 수 있는 비구니 교육의 대표 사찰이다. 특히 비구니 사찰로는 처음으로 5년제의 율학승가대학원 과정을 개설해 계율에 정통한 율사를 길러내는 전문교육기관으로서 자리 잡아 왔다. 지난 50여 년간 1천여 명의 비구니 스님을 배출해낸 봉녕사에는 봄날 햇살처럼 따뜻한 미소와 묵직한 깨달음이 공존한다. 대한민국 비구니계를 대표하는 봉녕사 스님들의 봄여름가을겨울. 1년에 걸친 취재를 통해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봉녕사만의 특별한 이야기를 담았다.

■ 승복의 옷깃에 선 날처럼... 여법한 시간들

불가에는 ‘여법(如法)하다’라는 말이 있다. ‘부처님의 가르침과 승가의 법에 맞다’는 뜻으로, 봉녕사에 들어서면 곳곳에서 그 뜻 그대로를 느낄 수 있다. 1970년대 초, 쓰러져가는 봉녕사를 비구니 사찰로 중창한 묘엄 큰스님은 수행하는 어느 한순간도 여법함을 잃지 말라 입버릇처럼 강조하셨다고 한다. 승가대학교의 학감을 맡은 도연 스님은 15년째 같은 두루마기를 꺼내 입고 40여 년 전 큰스님에게 물려받은 조끼를 여전히 정성껏 빨고 다림질하여 새 옷처럼 입는다. 승복뿐만 아니라, 공부하고 수행하는 모든 순간에 ‘여법하다’라는 그 한마디만 새긴다면 누구도 부처님이 되지 못할 리가 없다.

“여법하다라는 말 외에는 봉녕사를 설명할 길이 없는 것 같아요”

“큰 스님은 좋은 옷을 입으라는 게 아니라, 낡은 옷이라도 깨끗하게 세탁을 하고 깨끗하게 수선을 해서 오랫동안 입으라 하셨어요”

*여법(如法)하다 : 법(法)과 이치에 합당하다. 불가의 법도 그대로다.

■ 제가 만약 저의 잘못을 발견한다면 법답게 참회하겠습니다!

내가 원해서 출가를 했지만, 사람인지라 절집에서 여러 스님과 함께 살다 보면 속가에서는 겪지 않던 단체생활의 어려움 등 예상치 못했던 자기 번뇌에 부딪히기도 한다. 봉녕사는 이러한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나를 낮추고 상대를 받아들이는 ‘자기 참회’의 시간을 1년에 4번씩 갖는다. 60년 넘게 불가에서 수행해온 어른 스님부터 이제 막 승가 교육을 받기 시작한 학인(學人) 스님까지 모두 모인 자리에서 스스로의 잘못을 참회하고 더불어 자신의 잘못이 있다면 지적해달라고 청한다. 봉녕사가 50여 년 고집스레 이어온 수행 전통인 자자(自恣)는 공동체 생활에서의 배려와 자비심을 다시금 새기고 스스로 수행의 각오를 다지는 자리다.

■ 속가의 부모님이 오시는 날...가족 템플스테이

중생을 구제할 훌륭한 스님이 되기 위해 하루에 8시간 이상 빡빡하게 짜인 강의 일정을 소화해야 하고, 틈틈이 각자 부족한 나머지 공부를 해야 하고, 그 사이 사이에 울력도 해야 하고, 각자 맡은 소임도 빈틈없이 소화해야 한다. 힘든 고비가 없는 건 아니지만, 이 모든 과정이 수행이라 생각하고 꿋꿋하게 버텨내는 새내기 스님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날이 있다. 1년에 한 번, 스님들의 가족친지에게 사찰을 개방하고 스님을 직접 만날 수 있도록 자리를 주선하는 ‘가족 템플스테이’ 행사다. 1박 2일 동안 스님들의 부모님과 가족들은 스님들의 생활공간도 직접 둘러볼 수 있고, 종도 쳐보고 새벽예불을 체험하기도 한다. 그리움 사무쳐도 함부로 이름조차 부를 수 없게 된 ‘우리 스님’을 직접 만나 손도 잡아보고 얼굴도 매만질 수 있는 시간이다. 법여 스님의 어머니는 ‘법여’라고 불리는 스님의 손을 맞잡고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한다. 출가 생활의 금기를 깨는 것이 아니라, 달라진 시대 속에서 스님들의 더 큰 정진을 응원하고자 만들었다는 봉녕사의 ‘가족 템플스테이’ 행사는 전국 사찰로서는 유일무이한 행사다.

■ 오늘만큼은 묵언 수행 말고 목청 수행!

운동회가 열리는 날. 아침 공양을 마치자마자 이른 시간부터 절집의 뒷마당이 들썩들썩한다. 두꺼운 경전을 붙들고 엉덩이에 땀띠 나게 공부에만 열중하던 승가대학교 스님들이 뒤뜰에 모여 공을 차며 발야구를 하는 양 팀의 응원 열기가 월드컵 못지않게 뜨겁다. 이날만큼은 스님들의 목소리가 절집 담장을 넘어도 좋다 허락받은 날.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승부에 열중하는 스님들. ‘승부에는 집착하지 말라’는 어른 스님의 당부가 있었지만, 오늘만큼은 ‘묵언 수행’이 아니라, ‘목청 수행’이다. 목청이 터져라 응원의 함성을 질러본다.

■ 사찰음식이란...하는 것도 먹는 것도 수행이다

조계종의 사찰음식 명장 1호로 알려진 선재 스님도 봉녕사 출신이다. 그 인연으로 선재 스님은 봉녕사의 승가대학교 스님들에게 사찰음식을 가르치고 있다. 사찰음식이란 가장 건강한 재료로 수행하기에 가장 맞는 조리법으로 맛을 낸다. 음식을 하는 것도 먹는 과정도 모두 불가의 수행 과정이기에, 수행자라면 음식 또한 통달해야 한다.

수원 광교산 기슭의 맑고 깊은 수행터, 봉녕사 스님들의 봄여름가을겨울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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