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 수 있는 건 다 판다"...곳간 채우는 신동빈

2025-02-27

롯데그룹, 경영혁신실 중심으로 사업 구조조정 논의

모든 계열사 대상으로 매각 검토 중...실적 여부 무관

[서울=뉴스핌] 남라다 기자 = 지난해 '유동설 위기설'로 곤욕을 치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올해 들어 '곳간 채우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비핵심 자산뿐만 아니라 롯데케미칼, 롯데건설 등 모든 계열사를 매각 물망에 올려놓고 검토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매각 가능성이 높은 자산부터 팔아 현금 확보에 나선 것이란 지적이다. 수익성이 급감하면서 현금이 마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돈 되는 건 다 판다"...2조원 실탄 확보

27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현재 실적 여부와 상관 없이 모든 계열사를 대상으로 매각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비핵심 자산뿐만 아니라 소위 돈이 되는 것은 모두 매각 검토 대상에 포함됐다는 것이다. 실적이 부진한 롯데케미칼, 롯데건설 등 몸집이 큰 계열사부터 마트·백화점 유휴부지까지 자산 유동화 대상으로 올려놓고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롯데지주 경영혁신실장인 노준형 사장이 사업 구조조정을 주도하고 있다. 노 사장은 2002년 롯데이노베이트(舊 롯데정보통신)에 입사 후 경영지원부문장, 전략경영본부장 등을 지낸 재무통으로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사업 구조조정은 물론, 사업 포트폴리오 고도화하는 중책을 맡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현재 롯데그룹은 비핵심 자산뿐만 아니라 실적이 좋든, 나쁘든 다 떠나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전 계열사를 대상으로 매각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롯데케미칼, 롯데건설도 매각 대상으로 알고 있는데, 매물로 내놔도 사려는 기업이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커 팔지 않는 것일 뿐, 현재는 일단 팔릴 확률이 있는 것부터 매각에 나서는 모습"이라고 덧붙였다.

롯데가 지난해 팔아치운 자산만 하더라도 조단위를 넘어섰다. 구체적으로 매각된 곳은 ▲롯데렌탈(1조6000억원) ▲롯데웰푸드 증평공장(210억원) ▲롯데케미칼 파키스탄법인(1275억원) ▲코리아세븐 현금인출기(ATM) 사업부(600억원) ▲롯데마트 권선점·수원영통점 유휴부지 매각 ▲롯데백화점 미아점 유휴부지 매각 ▲L7 바이 롯데 매각 등이다. 손에 쥔 금액만 따져보면 2조원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자산 유동화 속도...유통·화학·건설 포함

현재 매각을 추진 중인 계열사도 여러 곳이다. 유통 사업부문의 경우 주력 사업인 롯데쇼핑도 롯데백화점 부산 센텀시티점 등 실적이 부진힌 점포의 매각 작업을 진행 중이다. 해운대구에 있는 백화점 센텀시티점은 롯데백화점 센텀시티점은 대형 점포로, 매각가는 2000억~300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롯백화점은 채산성이 떨이진 점포 10여 곳의 정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호텔롯데는 자산 경량화를 목표로 L7·시티호텔 1곳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예상 매각 규모는 2500억원 수준이다. 호텔롯데는 해외 부실 면세점 철수 카드도 만지작거리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현재 일본, 호주, 싱가포르 등에서 시내면세점 4곳 공항면세점 10곳을 운영 중이다. 롯데면세점은 호텔롯데 매출의 70%가량을 책임지고 있으나, 수익성 악화로 호텔롯데의 이익을 갉아먹는 천덕꾸러기로 전락했다. 지난해 1~3분기 누적 영업손실액은 922억원에 달한다.

유통과 함께 그룹의 한 축을 담당하는 화학군도 예외는 아니다. 롯데케미칼은 현재 말레이시아 기초화학 생산기지 LC타이탄 매각을 추진하는 등 범용사업 비중 축소를 위한 자산 효율화 작업을 통해 단기적으로 재무구조를 개선한다는 전략이다.

롯데건설 역시 서울 서초구 잠원동 본사 부지 매각을 포함한 1조원대 자산을 유동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서울 서초구 잠원동 아파트 단지 사이에 위치한 롯데건설 본사 부지 면적은 약 1만㎡다.

롯데건설은 이날 보유 자산에 대한 커설팅에 착수하고 자산 효율화를 통한 재무건전성 강화에 나선다고 밝혔다. 1980년부터 사용한 서울 잠원동 본사 부지에 대해 매각은 물론, 자체 개발, 자산 매각 후 재임대(세일즈앤리스백) 등 다양한 선택에 따른 수익성 비교 분석을 외국계 컨설팅업체 등에 의뢰할 계획이다. 이에 롯데건설은 용역을 맡길 업체 선정 절차에 착수한 상태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현금 확보에 적기라는 판단과 함께 더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갖추기 위해 보유 자산 매각 등을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실탄 끌어모으는 속내는?

이처럼 롯데가 실탄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은 그만큼 그룹 전반에 위기감이 팽배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롯데그룹은 이날 서울 여의도에서 기관투자자, 증권 애널리스트를 대상으로 진행한 'IR데이'에서 지난해 실적을 공개했다. 지난해 롯데그룹의 매출액은 80조1000억원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79조9000억원) 수준을 회복했다. 지난해 감가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은 6조5000억원으로 2019년보다 1조9000억원(22.6%) 줄어들었다.

그룹의 두 축인 화학과 유통 사업이 휘청이자 그룹 전체 실적이 흔들린 것이다. 그룹 전체에서 화학(30%)과 유통 사업(25%)의 매출 비중은 55%로 절반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특정 사업군에 대한 수익 의존도가 높은 것이 현재 롯데 위기의 근본 원인으로 꼽힌다.

일각에서는 수익성이 크게 악화되면서 그룹 전반적으로 운영자금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롯데웰푸드·롯데푸드·롯데칠성음료·롯데쇼핑·롯데케미칼·롯데건설·롯데글로벌로지스·롯데상사 등 8개 계열사의 연결기준 영업이익 합산액은 3148억원에 그쳤다. 이는 2021년 2조6849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무려 2조3701억원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율로 따지면 88%나 크게 줄어든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급감하면서 현금 자체가 씨가 마른 상황으로 들었다"면서 "운영자금 마련과 채무 상환을 위해 자산 유동화 작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nrd@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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