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대 A씨는 알코올 중독에 빠진 부모로부터 자립하기 위해 직장을 찾아 외지로 떠났다. 그러나 A씨 부모는 A씨 몫으로 지급된 생계급여까지 모두 써버리고 한푼도 송금하지 않았다. 최소한의 생활비조차 지원받지 못한 A씨는 생계와 구직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부모와 종교 갈등으로 집을 떠난 20대 B씨는 예기치않게 암 수술을 받게 됐다. 이후 일을 하기 어려운 상태가 되면서 노숙자쉼터를 전전하게 됐다. 상황이 이런데도 B씨는 부모와의 관계 단절을 증명할만한 방법이 없었고, 생계급여 수급 신청을 하지 못해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
AㆍB씨처럼 부모와 따로 사는 20대 빈곤 청년에게 생계급여를 따로 지급하는 제도가 일부 지역에서 시범적으로 실시된다. 보건복지부는 14일 생계급여 수급가구에 속한 청년이 부모와 따로 사는 경우 부모와 별도 가구로 보아 급여를 분리 지급하는 방안을 모의적용한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지난 4월부터 한국보건사회연구원과 함께 빈곤 청년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다. 이번 분리 지급 제도 모의적용은 연구용역 과정으로, 개선 방안에 대한 평가, 효과 검증 등을 위해 6개월간 실시할 예정이다.
현행 제도에서 생계급여는 가구 단위로 실시하고, 이 경우 30세 미만 미혼 자녀는 부모와 따로 살더라도 동일 가구로 간주한다. 그러다보니 부모와 따로 사는 20대 미혼자녀는 경제적 어려움을 겪더라도 수급신청을 위한 개별가구로 인정받지 못하거나, 생계급여 수급자 가정의 경우 분가한 자녀를 포함한 모든 가구원의 급여가 부모 1인(가구주)에게 지급되고 있어, 부모가 생활비를 송금하지 않아 외지의 자녀가 생활고를 겪는 등의 사각지대가 발생하는 상황이다.
이번 ‘기초생활보장제도 청년 가구 기준 개선 및 모의적용 연구(이하 모의적용)’를 통해 생계급여 수급 가구의 19세 이상 30세 미만 미혼 자녀가 부모와 주거를 달리하는 경우 해당 자녀의 신청을 거쳐 생계급여액을 별도로 지급할 예정이다. 복지부는 이를 통해 일부 수급 청년들의 최저생활이 보장받지 못한 문제가 완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예를 들어 부모와 자녀 모두 소득ㆍ재산이 없는 생계급여 수급자인 경우, 현재는 부모는 부산에 자녀는 서울에 따로 살더라도 부모 중 한 사람의 계좌로 3인가구 생계급여인 약 160만원이 지급된다. 하지만 모의적용에 따라 분가한 자녀가 분리지급을 신청하면, 부모에게 2인 생계급여인 약 125만원이 지급되고, 자녀에겐 본인 몫인 약 76만원이 지급된다.
또 가족관계 해체 등 부모와 자녀를 예외적으로 별도 가구로 인정하는 현행 기준과 절차를 더욱 명확히 해서 비수급 가구의 자녀이지만 부모와 단절되면서 경제적 어려움이 큰 빈곤 청년을 적극 발굴하고 지원하는 방안도 적용할 예정이다.
복지부는 공모를 통해 모의적용 지역으로 인천 계양구, 대구 달서구, 강원 철원군, 전남 해남군 4개 지자체를 선정했다. 모의적용은 9월 중 시작해 내년 2월까지 6개월간 진행한다. 이스란 제1차관은 “부모로부터 도움을 받지 못하고 생계의 어려움을 혼자 감당하는 청년들을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라며 "이번 모의적용을 통해 지자체 현장에서 청년 가구 분리 방안을 적용해 보고 그 결과를 통해 청년 빈곤의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실효적이고 현실적인 방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