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AI시대에 발맞춘 사업다각화 전략 박차

2024-10-13

삼성물산이 주택‧빌딩 분야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를 펼치고 있다. 건설사 중 가장 많은 연구개발비를 쏟아 부어 품질을 개선하고, AI와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활용한 주택‧빌딩 플랫폼을 개발하는 등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강화하는 모습이다. 업계에선 핵심계열사인 삼성전자와도 연계한 전략적 행보로 볼 수 있다고 평가한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올해 연구개발비로 2594억6100만원을 썼다. 다른 건설사에 비해 압도적인 1위다. 다만 삼성물산의 연구개발비에는 바이오와 급식사업 연구비도 포함돼 있어 정확한 비교는 불가능하다.

연구 분야도 다양하다. 5개 연구소에 총 131명의 연구원들이 기술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기반기술연구소는 다양한 건축공법과 생산성확보 방안을 연구한다. 주거성능연구소와 층간소음연구소는 주택품질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발굴하고 있다. 건설안전연구소에선 안전사고 예방과 장치개발에 힘쓰고 있다. 반도체인프라연구소에선 차세대 반도체 제조시설에 관한 연구를 수행한다.

삼성물산이 최근 특히 공을 들이는 분야는 주택과 빌딩관련 기술이다. 3D로 설계와 시공, 운영정보 등을 관리하는 'BIM'과 공장에서 건축물을 구성하는 모듈을 생산하고 현장에서 조립하는 '모듈러공법' 등이 대표적인 연구 분야다. 최근엔 층간소음 솔루션 개발에도 매진하는 모양새다.

이런 연구들이 '하드웨어'라면 주택과 빌딩관리 플랫폼으로 개발한 '홈닉'과 '바인드'는 소프트웨어다. '홈닉'은 주거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 아파트 단지에 적용된다. '바인드'는 빌딩관리 솔루션 플랫폼이다. 홈닉은 지난해 첫 선을 보였고, 바인드는 지난 10일 서울 송파구 래미안 갤러리에서 진행한 '2024 바인드 프리미어 쇼케이스' 처음 공개됐다.

'홈닉'은 단지 내 개별 세대에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삼성전자 등 그룹 내 계열사 22곳과 공동으로 개발한 시스템이다. 디지털 스마트홈 서비스를 중심으로 식음료서비스, 문화생활, 건강관리 등 다양한 서비스를 하나의 앱으로 이용할 수 있다.

빌딩관리 솔루션인 '바인드'는 빌딩 전체 관리자 뿐 아니라 빌딩 내 상가주인이나 기업체 사장, 직원 등이 각각 다른 권한과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근무환경 모니터링 ▲주차 정보 현황 ▲스마트 출입 ▲회의실 예약 ▲빌딩 내 상가 주문‧결제 등 총 109개의 서비스가 제공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삼성물산의 행보에 대해 주택과 빌딩을 통해 삼성그룹이 조성하려는 AI‧사물인터넷 세계관을 이식하는 과정이라고 평가한다.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반도체와 가전제품을 비롯해 계열사들의 상품이 도입되고 사용되는 '주 무대'로 빌딩과 주택을 활용하는 전략이라는 것. 업계관계자는 "스마트폰이 전화와 인터넷을 결합한 장치(디바이스)이듯, 주택과 빌딩을 디바이스로 삼아 삼성그룹이 전개하는 상품을 담아내려는 시도로 읽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삼성물산이 주택사업을 확대하고 있다는 것도 이러한 분석에 힘을 싣는다. 삼성물산은 2015년 이후 주택사업을 사실상 중단했다가 2020년 복귀를 선언 매년 실적을 확대하고 있다. 올해는 연말까지 3조4000억원을 수주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상태다. 주요공략지로는 용산구 한남4구역, 서초구 방배15구역 등이 꼽힌다.

삼성물산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삼성그룹 전체에서 보면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차지하는 매출과 이익은 크지 않다"면서도 "하지만 다가올 AI와 사물인터넷 시대엔 주택이나 빌딩이 미래 산업과 먹거리가 영위되는 주요 공간이 된다. 결국 건설의 미래모습은 막노동이 아니라 전자제품의 무대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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