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 폐지, 별 거 없네"···높은 가격에 '입맛만'

2025-07-22

"(단통법)이전이랑 똑같아요. 그냥 법 이름만 바뀌었죠. 추가 할인 기대하셨으면··· 죄송합니다."(대리점 직원 A씨)

22일 오전 서울 강남의 한 SK텔레콤 대리점. 유심만 바꾸러 온 줄 알았던 손님이 "오늘 단통법 폐지됐다던데, 뭐가 좀 싸졌나요?"라고 묻자, 직원 A씨가 곧바로 고개를 저으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일명 '단통법'이 공식적으로 폐지됐다. 당장 현장엔 손님들이 몰려들었다. 기대는 컸다. "보조금 많이 준다더라", "이젠 진짜 싸게 살 수 있다"는 말이 소비자들 사이에 퍼졌고, 일부 매장 앞에는 오전부터 짧은 줄이 생기기도 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발걸음을 돌리는 소비자들 대부분이 "예전이랑 뭐가 달라졌다는 건지 모르겠다"며 아쉬움을 내비쳤다. 어떤 이는 "이럴 거면 도대체 왜 폐지한 거냐"라고 푸념했다.

기자가 현장을 직접 살펴본 결과, 대리점에서 제공하는 공시지원금은 법 폐지 이전과 거의 같았다. SK텔레콤은 갤럭시 Z7 플립을 제외한 플래그십 모델에 20만 원 정도의 추가 보조금을 얹었고, KT는 갤럭시 S25에 10만원, S25 엣지에는 30만원 수준의 보조금을 제시했다. LG유플러스는 대부분 단말기에 10만원, S25에 대해서는 아예 0원이었다.

통신 3사의 공시지원금은 월 11만원짜리 요금제를 6개월 이상 유지한다는 조건 하에 50만원 전후로, 기존 수준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단통법 폐지에 따라 유통점 추가지원금(추가지원금 상한선)이 풀렸지만, 정작 대리점은 조심스러웠다.

내부 사정을 아는 한 관계자는 "보조금은 사실 이미 법 폐지 전에 꽤 오른 상태였고, 마케팅 예산도 정해져 있어 갑자기 퍼주기는 어렵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분위기가 다른 곳도 있었다. 이른바 '성지'로 불리는 특정 판매점에서는 아침부터 진짜 전쟁이 벌어졌다.

서울 용산의 한 판매점. 기자가 직접 찾아가자 매장 안에는 타사 번호이동을 문의하는 손님들로 가득했다. 이곳 직원 C씨는 "오늘부터 제대로 푸는 날"이라며, 혜택을 조용히 읊었다. 갤럭시 플립7은 34만원, 폴드7은 137만원. 갤럭시 S25 엣지는 16만원에 판매 중이라고 했다. 거기에 "S25는 20만원 드려요, 차비로요"라며 귀띔하듯 덧붙였다.

불과 하루 전까지만 해도 명백한 불법이었던 페이백이, 단통법 폐지와 함께 '음성'에서 '양성' 영역으로 넘어온 셈이다. 해당 모델의 출고가는 239만원이 넘는 폴드7부터, 플립7은 약 149만원, 엣지는 150만 원, S25는 115만원 수준이다. 계산기를 두드려 보면 일부 모델은 공시지원금 포함 100만 원 넘는 보조금이 제공되는 셈이다.

이런 현상에 대해 방송통신위원회는 며칠 전부터 이미 "판매 채널 간 지나친 지원금 차이는 이용자 차별로 이어질 수 있다"며 경고 메시지를 날렸다. 보조금 규모가 시간대별로 달라지는 '게릴라식 판매'에 대해서도 조사 방침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현장의 변화 속도는 정부보다 빨랐고, 판매점은 조심스럽지만 확실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시장의 분위기는 아직은 혼란스럽다. 한 판매점주는 "이번 주말쯤 되면 대리점도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며 "이제부터가 진짜 경쟁"이라고 말했다. 반면, 대리점 측은 "당분간은 조용할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법은 바뀌었지만, 풍경은 익숙했다. 단통법 폐지 첫날 통신사 대리점은 조심스러웠고, 판매점은 다시 불붙기 시작했다. 시장이 진짜 달라졌는지는, 어쩌면 이번 주말이 지나야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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