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간정보법 개정안…고정밀지도 국외반출 협의체에 문체부 장관 추가
관광 측면 활성화에 국회도 기울어…18일 국토위 상정
구글 반출 허가하면 애플·가민 등 요청 이어질 가능성 높아
미국 통상 압박까지 겹쳐 IT 업계는 생태계 무너질까 전전긍긍
구글이 국내의 고정밀지도 해외 반출을 9년 만에 재요청한 가운데, 국회에서 반출 문턱을 낮추기 위한 '공간정보의 구축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공간정보법 개정안)'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법안은 정밀지도의 국외반출을 심사하는 협의체에 진흥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를 추가하는 것이 골자로, 구글의 고정밀지도 반출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예상된다. 정보기술(IT) 업계는 세계를 장악한 구글의 지도 서비스에 우리나라의 고정밀지도가 구현되면 중소기업 위주인 국내 공간정보 산업 생태계가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26일 국회와 업계에 따르면 박재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은 지난 18일 강유정 의원이 발의한 공간정보법 개정안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 검토 보고서를 공개했다. 박 위원은 강 의원의 공간정보법 개정안에 대해 “국가안보와 관광산업 활성화 등의 균형을 고려해 기본측량성과의 국외 반출이 허용되는 경우 국내 체류 외국인의 편의가 증진돼 관광 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국내 공간정보 산업의 확대·발전 계기도 마련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강 의원이 발의한 공간정보법 개정안은 국외 반출 여부를 심사하는 '측량성과 국외반출 협의체'에 문체부 장관을 추가하도록 했다. 이 협의체에는 현재 국토교통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외교부, 통일부, 국방부, 행정안전부, 산업통상자원부, 국가정보원 등 안보 관련 부처가 참여한다. 협의체에 관광 진흥 부처인 문체부를 포함시키면서 안보 뿐만 아니라 산업 시각에서도 바라볼 수 있다는 취지다. 해당 법안은 지난해 11월 강 의원이 발의한 이후 약 3개월 만인 지난 18일에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위에 상정됐다.
구글 본사는 이 법안이 소위에 상정된 지난 18일, 국토지리정보원에 1:5000의 고정밀지도의 국외 반출을 허가해달라고 신청했다. 이는 2016년 이후 9년 만이다. 구글은 기존에 1:2만5000 축적의 지도를 활용해 국내에서 지도 서비스를 하고 있다. 지리 정보 시스템(GIS) 사업 활성화와 국내 관광산업 진흥 등을 이유로 들어 이번에 고정밀지도 해외 반출을 다시 요구했다.
측량성과 국외반출 협의체는 고정밀지도 해외 반출에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기구로, 구글의 요청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2016년 구글이 고정밀지도 국외반출 협의를 요청했을 때에도 지도반출 협의체와 함께 정부가 관계기관 태스크포스(TF) 등을 거쳐 보안처리 조건으로 최종 대안을 제시했다. 당시 구글이 대안 수용을 거부해 최종 불허 처리됐다. IT 업계는 최근 미국 정부의 통상 압박, 정부의 관광산업 활성화 기조 등을 고려하면 안보를 우선으로 고려한 2016년과는 상황이 바뀔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구글에 고정밀지도 해외 반출을 허가하면, 애플·가민 등 기존에 국내 고정밀지도의 해외 반출을 요구했던 다른 해외 빅테크 기업도 추가로 요청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중소기업 위주로 구성된 국내 공간정보 산업 생태계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우리나라 공간정보 산업은 2006년 '중소기업 간 제한경쟁' 대상으로 지정돼 중소기업 위주로 성장했다. 2021년 이후 대규모 사업에 한해 대기업 참여가 허용됐다.
안종욱 안양대 교수(대한공간정보학회장)는 “우리나라 공간정보 산업은 대기업 참여가 제한되면서 중소기업 중심으로 편성됐기 때문에 국내 공간정보 기업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면서 “(고정밀지도 반출로 인한) 산업에 대한 파급력도 면밀하게 분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변상근 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