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이나 들판, 보도블록 틈새 등 어디서나 볼 수 있어 잡초 취급을 받지만, 알고 보면 건강에 유익하고 맛도 좋은 식물이 있다. 여름 제철 식재료로 활용되는 ‘쇠비름’이다. 쇠비름은 한방에선 약재로도 이용되는 식물로, 자주 먹으면 오래 산다고 하여 ‘장명채(長命菜)’라고 부르기도 한다.

쇠비름은 쇠비름과에 속하는 한해살이풀로 우리나라 전역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밭이나 길가, 낮은 산간 지역 등에서도 잘 자랄 만큼 생존력이 강하다. 밭에 끝없이 뻗어 나가는 잡초로 번식력이 강해 중세 아랍에서 ‘미친 풀’로 불렸다고 한다. 다 자란 쇠비름 길이는 15~30㎝ 정도로, 동글동글한 잎과 푸른빛이 도는 줄기 모양이 특징이다.
잎 모양이 말의 이빨을 닮았다고 하여 ‘마치현(馬齒莧)’이라 부르기도 하고, 오행초(五行草), 마치채(馬齒菜), 오방초(五方草), 돼지풀, 도둑풀, 말비름이라고도 한다. 동의보감에 쇠비름은 해열, 해독, 이뇨, 지혈 작용이 뛰어난 약초로 ‘독이 없고 신맛이 나며 성질이 차다’고 기록되고 있다.

쇠비름은 태양이 가장 뜨거운 7~9월이 제철이다. 꽃이 피면 질기므로 꽃이 피기 전에 채취해 햇볕이나 건조기에 말려 섭취한다. 과거엔 쇠비름을 죽, 나물로 만들어 먹거나 장국물에 넣어 먹기도 했다. 또 끓는 물에 데친 쇠비름에 소금, 간장, 생강 등을 넣고 섞어서 먹기도 했다. 쇠비름을 넣은 국이나 죽을 먹으면 더위로 인해 체내에 쌓인 열을 낮추고 몸을 가볍게 해주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빔밥이나 쌈 채소로도 활용할 수 있는데, 서양에서는 샐러드로 먹거나 곁들임 요리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11월에 채취한 쇠비름은 약효가 강해 피부 질환 치료에 자주 쓰이며, 염분 흡수율이 높아 염도가 높은 토양의 염분을 제거하는 데에도 활용된다고 한다.
쇠비름에는 뮤신과 섬유질이 풍부해 소화효소를 촉진하며, 장운동을 활발하게 하여 변비 예방 및 숙변 제거에 효과적이다. 또 베타카로틴, 플라보노이드, 폴리페놀 등 풍부한 항산화 성분 함유로 체내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메가3 지방산 성분도 함유돼 있어 체내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해 고혈압과 동맥경화 등 혈관질환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쇠비름을 길가에서 임의로 채취하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 자동차 매연 등에 오염됐을 수 있기 때문에, 깨끗한 환경에서 자란 것만 채취해야 한다. 또 쇠비름은 살충제, 제초제, 기타 오염물질을 저장하는 특성이 있으므로 농약을 친 밭이나 공장지대나 길가에 노출된 밭에서 채취하지 않는 것이 좋다.
또 과다 섭취 시 배탈이나 설사 등 소화장애가 발생할 수 있고, 차가운 성질을 갖고 있어 임산부는 전문가와 상의 후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박윤희 기자 py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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