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즈 뷰티’를 둘러싼 유통가 경쟁이 치열하다. 올리브영·다이소·편의점 등이 관련 제품군을 강화하고, 전용 매장을 확대하는 등 남성 지갑을 열기 위해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10일 CJ올리브영은 남성만을 위한 뷰티 공간인 ‘맨즈에딧’을 최대 규모로 갖춘 ‘홍대놀이터점’을 11일 선보인다고 밝혔다. 이 매장은 3층짜리 건물로, 홍대 한복판인 홍익문화공원 인근에 들어섰다. 1층 전체가 남성을 위한 공간으로 꾸며진다. 기존 올리브영N 성수점(20평)의 5배 달하는 100평 규모다. 뷰티 제품뿐 아니라 헬스 용품과 패션·잡화 등을 취급한다. 속눈썹 관리 용품을 체험하는 ‘아이래쉬바’와 피부 상태를 분석·상담해주는 ‘스킨스캔’ 서비스도 제공한다. 올리브영은 홍대 상권을 택한 이유로 10~30대 남성 유동 인구 비율이 28%로 명동(22%)이나 성수동(25%)보다 높은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성수에 처음 ‘멘즈에딧’ 존을 냈을 때만 해도 혁신 매장 형태로 도전하는 거였다면, 성수의 성공적인 소비자 반응을 바탕으로 맨즈 쪽에 확신을 갖고 확장해보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올리브영N 성수에는 색조·기초·식품·럭셔리 등 전문관이 갖춰져 있는데 멘즈에딧 존을 방문하는 남성 비중(60%)이 다른 전문관(평균 20%)과 비교해 40% 포인트 높다고 한다.

최근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화장품으로 뷰티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는 다이소도 지난달 남성 화장품 브랜드인 ‘프렙 바이 비레디’를 입점시켜 제품군을 강화했다. 이 브랜드의 5000원짜리 올인원 로션은 20~30대에게 ‘가성비 끝판왕 화장품’으로 입소문을 타며 인기를 끌고 있다.
프렙 바이 비레디는 아모레퍼시픽이 다이소 전용으로 런칭한 브랜드다. 앞서 애경산업이 2023년 남성 화장품 브랜드인 ‘스니키’를 다이소에 입점시켰는데, 아모레까지 최근 가세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다이소는 생활 전반 용품을 취급하고 있어 남성들이 필요한 걸 사러 갔다가 자연스럽게 화장품을 접하고 구매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유통 채널”이라고 말했다.

뷰티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는 편의점의 기초 화장품도 남성들에게 큰 인기다. CU가 화장품 브랜드 SNP와 협업해 판매하고 있는 남녀 공용 올인원 로션의 올 1~5월 매출 중 70.5%는 20~30대에서 나왔는데 이중에서도 남성(64%)의 비중이 더 컸다. GS25가 남성용으로 내놓은 올인원 로션(아크네스 포맨올인원로션)은 지난해 9월 출시 이후 줄곧 스킨 케어 전체 제품 중 매출 1위에 올라있다. 출시한 첫 달과 비교해 지난 5월 매출은 296% 성장했다. GS25 관계자는 “지난해 화장품 연간 매출의 45%는 남성이 올렸다”며 “일반적으로 화장품은 여성이 많이 구매하지만, 가까운 편의점에서는 스킨, 로션 등을 구매하는 남성이 늘고 있다”라고 전했다. GS25는 최근 남성을 겨냥한 기초 라인 화장품을 70여종까지 확대했다.

업계에선 남성 뷰티 시장이 더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올리브영이 지난해 1000명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남성 10명 중 9명은 “자기 관리가 필요하다”고 답했고 스킨 케어 등 뷰티 제품에 월평균 7만원 정도를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조사기관 그랜드 뷰 리서치에 따르면 스킨 케어, 헤어 관리, 면도, 색조 등 남성 뷰티 관련 관련 시장은 2022년 66억8530만 달러(약 9조1300억원) 규모에서 연평균 7% 가량 증가해 2030년 116억2840만 달러(약 15조89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