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선진국서도 송전선로 갈등 지속
독일 송전탑 건설시 주민수용법 등 적용
미국, 일본, 대만 등 에너지 있는 곳에 공장 유치로 사업 신속화
전북 등 우리나라 전국 각지에서 송전선로 사업 추진 갈등으로 국가 전력망 확충과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이 늦어지는 가운데 일본과 독일, 대만 등 해외에선 ‘균형발전’과 ‘소통’을 통해 비슷한 문제를 해결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경우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인프라의 차이, 지방차별이 결국 국가 전력난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확인됐다. 국내 대기업들은 송전선로 공사에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과 갈등으로 인한 사업 지연을 고려한다 해도 수도권에 공장을 두는 것이 장기적으로 이익이라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26일 한국전력공사의 ‘송전선 설비규정’에 따르면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공급자의 사정으로 필요한 인프라를 설치할 경우 수혜를 보는 기업이 건설에 드는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이 규정을 살펴보면 거리가 멀수록 그리고 갈등이 길어질수록 기업도 피해를 보지만, 지방보다 수도권을 고집하는 상황으로 뒤집어 해석할 수 있다.
전북 에너지 문제와 직결되고 있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가동을 위해서는 원전 10기 규모에 달하는 대규모 전력을 조달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용인에 전북 등 서해안권뿐만이 아니라 수도권의 에너지 관문이 된 경기 하남 등을 통해 동해안권에서 발전되는 에너지를 끌어와야 반도체 클러스터가 가동될 수 있다는 것.
비슷한 상황에서 전통적인 반도체 강국인 일본과 엔비디아 등을 앞세운 반도체 강국인 대만의 사례는 수도권 일변도인 대한민국에 많은 시사점을 남기고 있다.
일본 역시 한국처럼 도쿄 일극 체제로 수도권에 해당하는 간토 지방에 많은 인프라가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반도체 산업과 에너지 문제에서는 균형발전을 택했다.
일본은 대만과 공조를 통해 구마모토현에 180조 원 생산 유발 효과가 예상되는 반도체 기업 TSMC 제1공장 건설을 마무리하고, 제2공장을 건설을 추진 중이다. 일본은 보조금 4조 원( 4760억 엔)을 투입해 통상 5년이 걸리는 1공장 준공을 2년 4개월로 단축했다.
구마모토현은 도쿄에서 1000km 이상 떨어진 지역이다. 일본은 구마모토에 전기발전 시설과 수자원 그리고 송전선로 건설에 이점을 보고, 사업에 속도를 낼 수 있었다. 또 일본 반도체 부활의 ‘희망’으로 평가받는 라피더스(Rapidus)도 홋카이도에 첨단 반도체 공장을 건설 중이다. 미국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IT 공룡 기업들은 앞다투어 발전소 옆에 데이터센터를 매입하고 있다. 송전설비로 인한 갈등은 세계적으로 공통된 현상으로 이로 인해 사업에 발목 잡히지 않겠다는 뜻이다.
대만은 송전망 갈등 문제를 사업 계획단계부터 전력망 연결을 고려하고 건설하는 '재생에너지 개발법'으로 해결하고 있다. 이 법은 전기 수요가 있는 곳에 발전시설과 송배전을 하게 함으로써 균형발전을 꾀하도록 설계됐다. 유독 우리나라만 ‘수도권 전력 배달’을 가정하고 지방에 무수한 발전소와 송전설비를 지으려다 국가 전략산업에 발목이 잡히고 있는 셈이다.
쉽게 말해 한국의 송배전 논란은 ‘지역이기주의’ 탓이라기보다 사업의 대전제에서부터 큰 위험요소를 안고 있었다는 뜻이다.
독일은 송배전망 갈등 문제 해법 사례에서 빠지지 않는 나라다. 독일은 정부 차원의 에너지 조사에서부터 계획 확정 절차에 이르기까지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했다. 또 시민참여제도 확립으로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바르게 가는 길이 빠르게 가는 길’임을 입증했다는 게 전문가(국무조정실, 한국행정연구원 등 정책연구)들의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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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주권
김윤정 kking152@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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