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은퇴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 좋은 방향” 오승환의 은퇴를 결심한 배경은

2025-08-07

한·미·일 통산 549세이브를 올린 ‘끝판왕’ 오승환(삼성)이 현역 은퇴한다.

오승환은 7일 인천 송도 오라카이 송도파크 호텔에서 열린 은퇴 기자회견에서 “갑작스러운 은퇴는 아니다. 당장 은퇴한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시즌을 치르면서 팀에 보탬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강했지만 몸이 따르지 않았다. 100% 퍼포먼스를 낼 수 없다는 생각이 들면서 은퇴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시즌 중에 구단에 먼저 말을 했다. 좋은 방향으로 갔다고 생각한다”고 은퇴 이유를 밝혔다. 그는 이어 지난 3월 돌아가신 어머니의 빈자리도 은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털어놨다.

이종열 삼성 단장을 비롯해 강민호, 구자욱, 김재윤, 원태인의 후배 선수들도 꽃다발을 전하며 은퇴 자리에 함께 했다. 오승환은 “팀이 치열하게 순위 싸움 중인데 민폐를 끼치는게 아닌지라는 생각이 먼저 앞선다. 시즌 중에 은퇴를 발표해서 ‘마지막’이라는 단어가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팬들에게 감사한다는 말을 특별히 더 강조했다.

“나는 선수로서 복을 많이 받았다. 팬들에게 과분한 사랑을 받았다. 이렇게 마지막 인사를 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 구단에도 감사하다. 등번호 21번이라는 숫자대로, 선수 생활을 21년 했다. ‘21’을 뜻깊게 만들어주신 구단과 팬에게도 감사하다. 삼성 투수로 첫 영구결번 선수가 됐다는 점이 영광스럽다.”

오승환의 야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아직 공을 완전히 놓은 것은 아니다”는 말로 남은 시즌 1군 무대에 한 번 서고 싶다는 욕심도 숨기지 않았다. 오승환은 “아직 실감이 나지 않아 두서없이 말했다. 아직 시간이 있으니 더 잘 준비해서 (은퇴식에서는)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조금 더 멋지게 하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갑작스러운 은퇴 발표였다.

“갑작스럽지는 않다. 당장 은퇴한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그런 생각이 들면서 은퇴해야 할 시점이 됐다고 생각했다. 시즌을 치르면서 팀에 보탬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강했지만 몸이 따르지 않았다. 100% 퍼포먼스를 낼 수 없다는 생각이 들면서 은퇴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시즌 중에 구단에 먼저 말을 했다. 좋은 방향으로 갔다고 생각한다.”

-이대호, 추신수, 김태균, 정근우 등 1982년생들이 오승환을 마지막으로 모두 은퇴했다.

“대호랑은 방금 전까지 통화했다. 어제는 태균이와도 통화했는데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호는 ‘지금 실감이 나지 않더라도 은퇴식을 할 때는 울게 될 것’이라며 농담하더라. (삼성에서 오래 함께한 최)형우(KIA)한테도 연락이 왔는데, 후배지만 좋은 얘기를 많이 해줬다.”

-은퇴 후 어떤 삶을 계획하고 있나.

“아직 팀은 시즌 중이다. 지금 여기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기 보다 구단하고 많은 얘기를 해보력고 한다. 단장님 등 은퇴 후 인생도 좋은 방향으로 가도록 좋은 얘기 해주셨기 때문에 상의할 생각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세이브가 있나.

“질문을 받을 때 딱 떠오른게 400세이브다. 세이브는 팀의 1승을 지킨다는 의미가 가장 크다. 매 경기, 세이브 순간마다 그런 생각으로 마운드에 올랐다.”

-가장 힘들었거나, 어려웠던 순간을 말해달라.

“힘들고 어려운 순간은 너무 많다. 어찌 보면 마무리로서 매 시즌, 일주일에 한 번, 한 달에 한 번 등 매 순간 힘든 시간이 찾아온다. 마무리 투수는 블론세이브했을 때 팀에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지면 가장 힘들다.”

-그간 호흡 맞춘 포수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선수가 있는지.

“저는 좋은 포수를 많이 만나 한 명을 콕 이야기 하는게 어렵다. 진갑용, 강민호에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는 야디어 몰리나까지. 좋은 포수들의 볼 배합 덕분에 경기 기록이 좋게 나왔다고 생각한다.”

-돌부처, 끝판대장 등 별명이 많았다. 어떤 별명이 가장 마음에 드나.

“별명은 다 좋게 생각한다. 팬들 관심, 좋은 의미로 지어준거라 모두 애정이 있다. 그래도 마무리 투수로서 높이 평가해서 붙은 ‘끝판대장’에 애정이 크다. ‘돌직구’도 좋아한다.”

-남은 시즌 공을 던지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

“그 부분은 야구장에 나가야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지난 주까지만 해도 퓨처스리그에서 공을 던졌다. 지금은 부상도 없고 몸상태는 좋다. (은퇴 선언을 했지만)공을 아예 놓지는 않을 것이다. 한 경기라도 나갈 수 있도록, 마운드 서는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마지막 경기까지 할 수 있는 부분을 해보겠다.”

-미래에 대해 아직 결정된 게 없다고 했는데, 코치-감독으로 가능성도 열려 있나.

“지금 당장 결정할 부분은 아니다. 충분히 단장님, 사장님과 얘기하겠다. 당장은 아니지만 많이 공부하고 준비가 됐을 때는 하고 싶은 생각이 들 것 같다. 아직은 선수들과 호흡하며 그라운드에 있는게 좋다. 운이 좋아 많은 리그에서 경험을 했는데, 후배들에게 이야기해 줄 기회가 있다면 좋을 것 같다.”

-수없이 던진 공 가운데 최고의 공을 꼽는다면. 어떤 상황에서 던진 어떤 공인가.

“어떤 순간에 던진 공이라기 보다 매 경기 마지막 아웃카운트 잡은 공에 최선을 다했다. 그 공 하나에 오늘 하루, 한국시리즈 운명이 걸려 있었다. 경기를 마무리하는 공 하나가 가장 의미가 컸다.”

-선동열 감독님과도 통화했다고 했는데, 어떤 얘기를 했나.

“제가 먼저 전화드렸고, ‘큰 결정했다’며 축하해 주셨다. 존경하고 롤모델로 삼은 분에게 은퇴를 축하받아 야구선수로서 뿌듯했다. ‘조금은 잘했구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좋은 얘기도 많이 해주셨는데, 후배들에게 조언을 많이 해주라는 말씀도 하셨다.”

-많은 기록을 남겼다. 21년 커리어를 점수로 매긴다면 몇 점을 주고 싶나.

“팬들에게 받은 사랑으로 치면 21점 만점에 21점 주고 싶다. 조금 아쉬운 부분을 빼면 20점을 주고 싶다. 나머지 1점은 제2의 인생에서 채우겠다.”

-어떤 야구선수로 기억되고 싶나. 또 야구계에는 어떤 기여를 하고 싶은지 궁금하다.

“오래 시간이 지나도 최고 마무리 투수로 기억될 수 있는 선수로 남고 싶다. 저를 목표로, 저의 기록을 목표로 하고 경쟁하고 퍼포먼스를 할 수 있는 선수가 많이 생기면 좋을 것 같다. 미래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답하기 어렵다. 지금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이 별로 없다. 야구적으로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준비가 필요하다.”

-리그에 젊은 마무리 투수들이 많다. ‘제2 오승환’을 꼽아달라.

“일단 제가 너무나 좋은 선수들을 평가하기는 무리가 있는 것 같다. 그래도 박영현(KT), 김택연(두산), 조병현(SSG). 김서현(한화) 등이 다 좋다. 불펜투수와 마무리 투수 가치를 더 끌어올릴 선수들이라고 생각한다. 그 가운데서 내 기록을 깰 수 있는 선수들이 나올 것이라 생각한다. 경쟁을 통해 많은 야구팬들에게 즐거움을 많이 드리면 좋을 것 같다.”

-가장 껄끄러웠던 타자는 누가 있을까.

“어려운 질문이다. 누구 하나 말을 안하면 삐지더라. 이대호가 확실히 껄끄러웠다. 큰 체구에 비해 선구안도 좋고, 날카로운 타격감까지 갖췄다. 장타력도 있어 위험 부담이 컸던 선수다. 이대호 같은 타자들이 많이 나오면 좋겠지만, 그런 선수가 또 나올까 싶다.”

-가족들이 오래 뒷바라지 해줬는다. 감사 인사를 한다면.

“아버지, 어머니, 형들과 아내까지 모두 감사하다. 올해 돌아가신 어머니가 (아들이)은퇴하는 것을 못보셔서 기분이 그렇다. 사실 은퇴를 결정하는 부분에서도 경기를 마칠 때 늘 응원해주시고 연락하셨던 어머니가 안 계신 것도 큰 영향을 미쳤다. 제게는 가장 큰 도움을 주신 분인데,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그런 분이 사라져 현타가 크게 왔다. 뭐라 말하기 어려운 감정이다.”

-야구 예능 진출도 향후 진로 선택지에 포함이 될까.

“사실 야구 예능에 나오는 많은 선배, 후배들의 전화를 많이 받고 있다. 어제 은퇴 기사가 나가고 나서도 아침까지도 연락을 받았다. 그렇지만 여기서 말할 수 있는건 없다. 나는 아직 공을 아직 놓은 상태는 아니다. 추후에 생각할 부분이다. 어떤 부분이든 야구에 기여할 수 있는게 있다면 마다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통산 549세이브다. 1개만 더하면 550세이브인데 욕심이 나나.

“아직 공을 놓지 않았다. 시즌 끝날 때까지는 마운드에 오르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기회가 되면 팀이 지고 있는 상황이라도 던지고 싶다. 이왕이면 550세이브가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은 하고 있다(웃음).”

-마지막 경기에 설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떤 구종으로 던지고 싶나.

“그걸 말하면 타자가 치더라. 작년부터 난타를 많이 당해서 그건 비밀로 하겠다. ‘첫 공은 직구’라고 말하고 첫 타자한테 2루타를 맞았다. 섣불리 말하지 않는 걸로 하겠다.”

-아직도 평균 이상의 직구 스피드 유지하고 있다. 그 비결은 뭔가.

“꾸준함이다. 요즘 선수들은 하루의 결과로 판단하는데, 지속성 면에서 조금 떨어지는 것 같다. 불펜투수들은 한 경기 잘했다고 만족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꾸준히 했을 때 실력이 된다. 루틴이 좋든, 안좋든 꾸준히 가져가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해외 진출 기간을 빼면 삼성에서만 뛴 원클럽맨이다. 어떤 의미인가.

“삼성이라는 팀에서 계속 뛰었는데 개인적으로 좋은 팀에서 좋은 선수생활을 했다는 자부심이 크다. 많은 선수들도 삼성에서 뛰는 것을 부러워했다. 삼성 왕조 시절도 지나왔다. 오승환이라는 선수가 알려진 것도 삼성이라서 가능했다. 나를 만들어준 팀이다.”

-프로 첫 지명 때 목포했던 것을 지금 돌아봤을 때 이뤘나.

“프로에 처음 왔을 때는 1군에서 패전 처리 투수라도 1군에서 뛰는게 목표였다. 큰 목표를 잡고 해보지 못했다. 하루하루가 그런 여유를 가질 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팀에 좋은 투수가 많았다. 대학을 갓 졸업한 선수가 1군에서 뛰는거 자체가 어려운 일이었다. 매 순간 경쟁을 이겨내면서 21년이 됐다. 작년까지만 해도 똑같은 마음으로 경기에 나갔다. 가장 중요한 건 꾸준함이다. 그래서 좋은 기록을 낼 수 있었다.”

-다시 태어난다면, 다시 야구를 하고 싶은가.

“야구는 하고 싶다. 그렇지만 마무리는 하지 않을 것 같다. 선발투수를 하고 싶다. 타자도 해보고 싶다. 마무리 투수는 매 경기 결과에 따라 잔혹할 정도의 평가를 받는다. 타자, 선발투수를 하는 선수도 마음가짐이야 똑같겠지만 다른 것도 한 번 해보고 싶다. 아마추어 시절 타자, 선발투수도 다 해봤는데, 뭐든 마무리보다 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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