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IMM프라이빗에쿼티(PE)와 IMM인베스트먼트가 글로벌 대형 PEF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를 상대로 법적 검토에 착수했다. 지난해 말 KKR 측으로부터 2조 원대에 인수한 환경·폐기물처리 업체 에코비트의 자회사에서 침출수(오염 물질)가 검출되는 등 수백억 원대 손실이 나면서다.
19일 투자은행(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IMM이 법원에 KKR 측 서류상회사(SPC) 계좌 가압류 조치를 요청했고 최근 허용된 것으로 안다”며 “IMM과 KKR이 향후 손해배상액을 놓고 소송을 벌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티와이홀딩스(363280) 측 계좌 가압류는 진행한 사실이 없다”고 덧붙였다.
KKR과 태영그룹 지주사 티와이홀딩스는 지난해 12월 에코비트 지분 100%를 IMM PE·IMM인베 컨소시엄에 2조 700억 원을 받고 매각했다. KKR은 SPC를 통해 에코비트 지분 50%를, 티와이홀딩스는 나머지 지분 50%를 직접 보유해왔다.
이번에 IMM 측이 KKR을 상대로만 계좌 동결 조치를 진행한 것은 사실상 티와이홀딩스 쪽에 매각 대금이 넘어가지 않았던 것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 미국 회사인 KKR이 매각 대금을 빠르게 해외로 송금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고려됐다.
앞서 에코비트의 자회사인 에코비트그린청주는 지난달 충북 청주시로부터 1개월 영업정지 및 과태료 500만 원 처분을 받았다. 이 사업장에서 침출수 수위가 법적 기준인 5m를 초과해 인근 토양이나 지하수 오염 가능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IMM은 에코비트 인수 직후 해당 사업장을 정밀 실사하는 과정에서 자회사의 이 같은 법규 위반 사실을 발견하고 청주시에 자진 신고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에코비트 인수 펀드에 출자한 기관(LP)들에 자회사 영업정지 등으로 200억 원 내외의 손실이 날 수 있다고 미리 고지했다.
IMM은 인수 전 실사 과정에서 KKR 측이 침출수 사실을 고의로 은폐한 것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또 추후 개선 비용 등을 고려하면 회사가 입는 손해액이 훨씬 커질 수 있다고 보고 계좌 동결 절차부터 신속히 진행한 것으로 파악된다.
당시 에코비트 매각은 워크아웃(기업 재무구조 개선 작업)에 돌입한 태영건설을 살리기 위해 태영그룹이 알짜 자회사 지분을 현금화하기로 하면서 결정됐다. 그러나 티와이홀딩스는 매각 대금 1조 350억 원을 한 푼도 수령하지 못했다. 매각 직전 에코비트로부터 배당금 1059억 원만 확보했다. 2023년 KKR에 에코비트 지분을 담보로 잡히고 4000억 원을 빌렸던 게 발목을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