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 하청노동자 농성 뒤 또 나온 ‘하퀴벌레’ 멸칭

2024-11-20

한화오션 하청 노동자들이 조선소 내에서 농성을 벌이자 한화오션 원청 노동자 중 일부가 하청 노동자를 ‘하퀴벌레(하청+바퀴벌레)’로 부르는 등 비정규직 혐오를 다시 드러내고 있다. 하청노조 간부 2명은 노조활동 보장과 혐오 중단을 요구하며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는 20일 경남 거제시 한화오션 서문 앞에서 단식투쟁 돌입 기자회견을 열고 “김형수 지회장과 강인석 부지회장 두 사람이 오늘부터 단식에 들어간다”며 “파업이 아닌 단식으로 호소해야 하는 현실이 서글프지만 밥을 굶어서라도 한화오션 하청노동자 현실을 알리고자 한다”고 밝혔다.

지회는 지난 3월부터 한화오션 20개 사내하청업체와 단체교섭을 벌여왔지만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이에 쟁의조정을 거쳐 지난 8월 파업권을 얻었다. 지회는 20~30명 규모의 부분파업을 거쳐 지난 13일엔 하청노동자 총궐기 대회를 열었다. 이후 한화오션 내 선각삼거리에 천막을 설치하고 농성을 시작하려고 했다. 하지만 한화오션 측은 “사전에 승인되지 않은 천막을 임의로 반입한 뒤 설치하려고 했다”며 천막 설치를 막았다. 이에 지회는 천막 없이 노숙농성에 들어갔다.

노숙농성 이후 2022년 여름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하청노동자 파업 당시 정규직 사이에서 나왔던 하퀴벌레라는 멸칭이 다시 등장했다. 한화오션 직원만 가입 가능한 직장인 익명게시판 애플리케이션 ‘블라인드’에는 “전처럼 가만두면 천막 치고 길 막고 살림살이 다 들고와서 개판 만든다. 한화오션 땅에 하퀴벌레들이 설치게 두지 말자” “2년 전 발판 물류장 점령한 하퀴벌레 걷어냈을 때의 희열을 다시 한번 느껴보자” 등의 글이 올라왔다. “시간 잡아서 걷어내자” “하퀴(벌레)는 국졸인가” 등의 메시지가 올라온 익명 단체 카톡방도 만들어졌다.

지회는 “이 풍경이 (2022년 파업에 대한) 470억원 손해배상 소송은 차치하고라도, 비정규직 하청노동자가 헌법상 노동3권을 자신의 권리로 누리려고 하면 맞닥뜨리게 되는 풍경이라고 외치고 싶다”고 밝혔다. 지회는 고용노동부에 한화오션을 부당노동행위로 고소하고, 국가인권위원회에 긴급구제를 신청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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