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원두로 맛 살리고 가격 다운… ‘24시간 열린 커피 맛집’ 경쟁 치열 [김동환의 김기자와 만납시다]

2025-05-10

인기 끄는 편의점 커피

프랜차이즈 커피 가격의 3분의 1 수준

업계 품질 연구… 고성능 머신도 사용

해마다 매출 20%대 상승 ‘효자 상품’

“핫(HOT) 아메리카노 한 잔에 1500원입니다.”

8일 서울 시내 한 편의점 CU에서 자체 브랜드(PB) 상품 ‘GET(겟) 커피’ 라지(250㎖) 사이즈를 구매하자 점주가 말했다. 스타벅스 톨(Tall·355㎖) 판매가 4700원의 3분의 1 수준이다. 편의점 커피는 크기별 종이컵을 먼저 사고 카운터에 놓인 커피 머신에서 내려 마신다.

원두 가격 상승에 따른 프랜차이즈 커피 가격 인상으로 소비자들의 손이 편의점 커피로 향한다. 저렴한 가격에도 고품질 커피를 맛볼 수 있고 접근성이 쉬운 이유 등에서다. 편의점 업계 커피 매출이 해마다 껑충 뛰면서 ‘가성비’를 앞세운 편의점 3사(CU·세븐일레븐·GS25)의 경쟁도 치열하다.

◆커피 마시다 눈썹 경련…수천잔 시음도

CU를 운영하는 BGF 리테일의 소병남 음용식품팀장은 최근 세계일보와 만나 ‘겟 커피’ 개발을 위해 하루에 커피 여러 잔 마신 일을 언급했다. 그는 “어느 날 문득 눈썹이 부르르 떨렸다”며 “알고 보니 카페인 과다 때문에 생긴 일이었다”고 웃었다.

소 팀장은 세 가지 종이컵에 담긴 원두커피 샘플을 내놓고 ‘겟 커피’를 맞혀보라고 제안했다. 겉보기에 차이가 없었는데 고소함과 맛의 진하기를 따져 운 좋게 찾았다. 나머지는 메가MGC커피와 스타벅스 아메리카노였다. 이 블라인드 테스트에 참여한 BGF 리테일 임직원 120여명의 대다수는 겟 커피를 지목했다고 한다.

겟 커피는 지난 1년여간 전문 바리스타의 블랜딩 조정과 소비자 시음 테스트를 거쳐 최상의 맛과 품질을 갖춘 제품으로 리뉴얼돼 지난달 9일 출시됐다. 이달 1일까지 출시 약 한 달 동안 전국에서 약 800만잔이 팔렸다.

세븐일레븐은 PB상품 ‘세븐카페’ 출시 8년이 되던 2023년 리뉴얼 제품을 선보였다. 고객·경영주·임직원 의견을 종합했고 바리스타 자격을 갖춘 담당 MD가 롯데중앙연구소 연구진과 커피 수천잔을 시음했다. 고소한 풍미를 위한 수십번의 테스트를 거쳐 브라질산과 콜롬비아산 원두를 적절히 섞은 디카페인 커피 전용 원두도 보유 중이다.

PB상품 ‘카페25’를 판매하는 GS25는 원두 고급화에 힘쓴다. 50년 이상 로스팅 노하우를 가진 동서식품과 함께 스페셜티급 원두를 2015년 업계 최초로 개발했고 지금도 유지하고 있다. 개별 로스팅을 거쳐 찾아낸 ‘황금 비율’을 적용했다는 설명이다.

◆매년 뛰는 커피 매출…‘효자상품’이네

편의점 업계의 PB 커피 연구는 이들 상품이 짭짤한 매출을 안겨주는 것과 무관치 않다.

‘카페25’는 GS25 전체 PB상품에서 매출 1위를 기록 중이며, 해마다 매출이 전년보다 20% 정도 뛴다. 프랜차이즈 커피의 고가 행진 속 ‘가성비’ 따지는 소비문화 확산으로 저가 커피 수요가 높아졌다고 GS25는 분석했다. 커피 구매 고객 10명 중 8명이 디저트류 등 다른 제품도 같이 사 병행구매율도 높다.

세븐일레븐의 커피 매출도 해마다 상승세다. 2023년 매출은 전년보다 30% 뛰었고 지난해 매출도 1년 새 20% 상승했다. 올해는 1월부터 지난달 24일까지를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 정도 커피 매출이 올라 올해도 우상향이 예상된다.

CU의 2022년 커피 매출은 2021년보다 24.8% 뛰었다. 2023년과 지난해에도 각각 전년 대비 23.2%, 21.7% 상승했다. 올해 1~3월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7% 올랐다.

이제 업계의 시선은 고성능 커피 머신으로 향한다. CU는 이탈리아 브랜드 ‘라심발리’의 커피 머신을 사용하고, GS25는 스위스산 프리미엄 전자동 커피 머신 브랜드 ‘프랑케’의 제품을 들였다. 1대당 1000만원을 훌쩍 넘기는 고가임에도 소비자를 사로잡기 위한 하드웨어 투자다. 세븐일레븐은 자체 개발 머신을 쓴다.

3사는 앞으로도 커피 품질 향상과 가격 경쟁력 확보에 힘쓰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소 팀장은 “커피의 맛과 품질 향상에 초점을 두고 커피 상품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GS25 관계자는 “가성비도 중요하지만 고급화된 커피 전문점 수준 품질을 유지하겠다”고 강조했고, 세븐일레븐은 ‘디카페인 커피’를 아메리카노와 같은 가격에 판매하겠다고 전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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