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전 주린 배가 만들었다, 910억 쌀회장 ‘떡라면 전설’

2024-11-21

1980년대 초반, 컨테이너 박스를 개조해 만든 서울 연희동의 한 작은 분식점. 자전거에서 내린 손님이 라면을 주문했다. 그러더니 주인에게 조심스럽게 가래떡 한 봉지를 내밀었다. 그러면서 “미안한데 (라면과) 같이 넣어서 끓여 주세요”라고 부탁했다.

“배가 몹시 고팠어요. 라면 하나로는 양이 부족하니까 떡국 떡을 한 운쿰쯤 더하면 좋겠다고 생각한 겁니다. 주린 배를 채우고 나서 고마운 마음에 주인한테 떡 한 봉지를 주고 나왔어요. 그랬더니 이튿날 그 집에서 ‘다른 손님한테 같은 음식을 내놨는데 반응이 좋다. 떡을 더 구할 수 있냐’고 연락이 왔습니다. 그렇게 거래처가 하나 생겼어요.”

국내 최초로 ‘떡라면’ 주문한 사연

그날 이후 연희동 분식점 메뉴판에는 ‘떡라면’이 새로 생겼고, 삽시간에 전국으로 퍼졌다. 벌써 40여 년 전 쌀라면을 처음 주문한(?) 인물이 바로 이능구(81) 칠갑농산 회장이다. 그는 1972년 상경, 떡국 떡을 팔기 시작하면서 쌀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쌀국수를 시작으로 쌀떡볶이, 쌀수제비, 즉석쌀면 등 이제까지 없었던 ‘쌀 가공식품’을 국내 최초로 선보였다. 기존 하루이틀에 불과했던 떡·냉면류의 유통기한을 방부제 없이 최장 5개월로 늘리는 신기술도 개발했다.

지금도 쌀 가공 한길을 걷고 있다. 지난해 칠갑농산의 매출은 910억원. 충청남도 청양과 경기도 파주(2개)에 세 개의 공장을 운영한다. 전체 임직원은 400여 명. 생산하는 제품이 600개가 넘는다. '

더 중요한 포인트, CJ제일제당·대상·오뚜기·동원 같이 조(兆) 단위 매출을 올리는 식품 대기업과 어깨를 견주고 있다. 주요 대형마트에 가면 ‘칠갑농산 매대’가 마련돼 있다. 반짝인기를 끄는 히트 상품보다 꾸준히 손에 잡히는 스테디셀러가 더 많다.

생쌀가루를 넣어 만든 메밀국수는 올해로 출시 30년을 맞았다. 경쟁 제품보다 10~30% 비싸지만 식감이 좋고, 소화가 잘된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하루 평균 1000상자가 팔린다. 여름 성수기엔 “만드는 즉시 팔려 나간다”. 직영 농장에서 생산한 흑미를 넣어 경쟁력을 높였다. 2022년 선보인 들깨수제비·들깨칼국수·들깨떡국 등 들깨 제품은 지금까지 23만 상자가 팔렸다. 낱개로 따져 하루 3100봉지가 팔리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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