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수업을 통해 우리나라가 쌀 공급에 비해 수요가 턱없이 적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사회 정책으로 이를 장기간 해결하지 못한 만큼 우리가 직접 사업을 해 우리 쌀의 과잉 공급 문제를 풀어보고 싶었습니다.”
소셜 벤처 유틸라이스를 이끌고 있는 연세대 경영학과 재학생 김해리 씨는 18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우리 사업의 주 목적은 사회 문제 해결”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지난해 설립된 유틸라이스는 국산 쌀로 커피 그라인더 세정제를 만들어 국내 쌀 수급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약 6개월 간의 연구개발(R&D) 과정을 거쳐 올 5월 제품을 처음 출시한 이후 쿠팡과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 입점해 매달 판매량을 늘리고 있다. 사업 초기지만 매달 수익을 내며 지속 가능한 사업 모델(BM)도 구축했다.
유틸라이스가 개발한 쌀 세정제는 기존 시장에 있었던 유사 제품의 단점을 보완해 상품성을 확보했다. 기존에도 쌀을 갈아 커피 그라인더를 청소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쌀의 경도가 강해 그라인더 날이 상하는 문제가 있었다. 유틸라이스는 제조자개발생산(OEM) 기업 나루아토와 공동으로 제품을 개발하며 쌀 껍질을 섞어 그라인더 세정에 적합한 경도를 구현해내는 방안을 찾아냈다. 이후 제품의 사회적 가치에 주목한 소비자가 제품을 꾸준히 구매하면서 시장 점유율을 늘리고 있다. 유틸라이스 소속 박민웅 씨는 “이제까지는 소비자 대상(B2C) 판매에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기업 대상(B2B) 판매 활로를 여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서울대 재학생 이예은 씨가 설립한 시공간은 시각장애인의 정보 접근성 개선을 목표로 설립된 이래 빠르게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이미지를 올리면 인공지능(AI)이 이를 설명하는 텍스트를 생성하는 ‘소리 앨범 플랫폼’과 온라인 쇼핑몰 내 제품을 AI가 설명해 쇼핑을 돕는 ‘픽포미’ 등 시각장애인을 돕는 다양한 서비스를 전개 중이다. 시공간 역시 사업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플랫폼 내 일부 광고를 받고 부가 서비스에 과금해 수익을 내고 있다. 유틸라이스와 시공간 처럼 국내 대학가의 사회적 기업들이 단순 팀 결성, 사업 개시를 넘어 지속 가능한 사업 모델을 구축하는 데 잇따라 성공하고 있는 것이다.
대학가 소셜 벤처가 성숙하면서 이들을 대상으로 자금을 투자해 사업 확장을 지원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액셀러레이터(AC) 카이스트청년창업투자지주(카이스트 창투)와 엠와이소셜컴퍼니는 올 8월 컨소시엄을 맺고 소셜 벤처 투자를 주목적으로 173억 원 규모 펀드를 결성했다. 이 컨소시엄은 사회적 가치를 내면서도 수익을 창출하는 기업에 투자할 계획이다.
카이스트 창투 관계자는 “사회적 가치를 쫓으면서도 매출을 꾸준히 기록하는 균형 잡힌 소설벤처가 늘어나고 있다”며 “작동하는 사업 모델을 가지고 여러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기업에 투자해 소셜 벤처 생태계를 키우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