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집안, 거실만 보면 안다…계획대로 사는 모범생 비밀

2024-09-23

아무리 굳은 결심도 시간이 지나면 흐지부지해지기 마련입니다. 루틴을 지키는 일도 그렇죠. 처음 한두 달은 그럭저럭 굴러가다가 힘이 빠지는 순간이 오기도 해요. 김연수 작가는 “루틴을 지속가능하게 하는 환경을 만들라”고 조언합니다. 김 작가와 선보이는 칼럼 ‘루틴으로 크는 아이’, 이번 화에서는 루틴의 실행력을 높이는 세 가지 방법을 안내합니다.

얼마 전부터 9세, 4세 남매와 루틴이 있는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우선 첫째 아이의 학원 스케줄을 정리하고 오후 6시 저녁식사, 오후 9시 취침 루틴을 실천하려 하고 있어요. 일찍 자니 다음 날 아이들 컨디션도 좋고 짜증이 줄어든다는 걸 경험했죠. 그런데 초반에는 취침시간을 잘 지키던 첫째가 잠이 안 온다고 슬슬 투정을 부리기 시작합니다. 실랑이하는 날이 늘어나니 저도 힘들고 의욕이 떨어집니다. 솔직히 말하면 불안하기도 해요. 곧 3학년이 되는데 조금 늦게 자더라도 학습량을 늘려야 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루틴을 기록하라

초기에 루틴이 안착하는 데 무엇보다 기록이 효과적입니다. 루틴을 기록하면 실천을 방해하는 요소가 무엇인지, 어떤 부분을 개선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거든요. 저녁식사, 취침시간 같은 고정 루틴을 자꾸 어기게 된다면 오늘부터 ‘수면 루틴 체크리스트’를 써보세요. 2주 정도 기록해 보면 우리 집의 저녁 시간 패턴이 보일 겁니다. 어떻게 기록하냐고요? 수면 루틴 체크리스트의 예시를 보여드릴게요.

수면 루틴 체크리스트를 적어 보면 아이 행동의 이유를 가늠할 수 있습니다. 어떤 날은 10분 만에 잠들던 아이가 40분이 넘어도 잠자지 못하면 양육자는 답답하기도 해요. 기록해 두면 아이가 ‘축구를 한 날은 피곤해서 빨리 잠드는구나’ ‘놀이터에서 놀면서 비타민 D를 충분히 받으면 조금 더 빨리 자네?’ ‘무심코 먹인 초콜릿 케이크에 카페인이 들어있었구나’ 등을 바로 확인할 수 있죠.

아이의 일상이 원활하게 돌아가고 있는지 파악하기도 용이합니다. 잠든 시간, 기상 시간을 살펴보며 아이가 충분히 잠자고 있는지, 몇 시간을 잤을 때 기분 좋게 일어나는지를 알 수 있으니까요. 요즘 들어 저녁식사 시간이 들쑥날쑥했다면, 어떤 추가 일정 때문에 루틴이 자꾸 늦어지는지 파악해 조정할 수 있어요. ‘놀이터에서 놀다가 늦게 들어오는 날이 많았다’는 것을 깨달으면 ‘다음부터는 귀가시간을 미리 약속한 뒤, 놀이터에 데려가야겠다’는 다짐을 할 수 있으니까 말이죠.

초등학생이라면 수면 루틴 리스트에 ‘자율공부 시간’을 추가로 기록해 보세요. 그다음 저녁 8시에 공부를 시작한 날과 저녁 6시30분에 공부를 시작한 날, 아이의 태도가 어떻게 다른지 관찰하는 것이죠. 공부 시간이 늦어지면 아이의 집중력도 낮아진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럼 양육자의 태도와 대응책도 달라져요. 흐트러진 아이의 모습을 지적하고 잔소리하는 대신 저녁식사 시간을 앞당기면 되니까 말입니다.

더불어 양육자의 감정도 숫자로 기록해 보세요. 10점을 만점으로 그날 나의 기분이 어떤지 점수를 매기는 겁니다. 간단한 방법이지만 양육자가 감정을 조절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내가 어떤 상황에서 아이들에게 화를 내게 되는지 정확히 알면 그 상황을 피하는 방법을 찾기가 더 쉽죠.

기록하면 실행력이 높아진다는 말에는 동의하지만, 이 또한 작심삼일에 그칠 것 같다고요? 아이의 수면 루틴 체크리스트를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붙여놓고, 기록할 시간을 구체적으로 정하세요. 예를 들면 ‘아이를 재우고 방에서 나오자마자 리스트부터 쓰겠다’고 다짐하는 거죠. 그다음 가족에게 선언합니다. “매일 이 리스트를 기록하겠다”고요. 일단 말을 내뱉고 나면 하게 됩니다. 나도 한다면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아이들과 배우자에게 보여주세요.

루틴이 나와 아이의 하루를 변화시킨다는 것을 기록으로 확인하면 귀찮음을 물리칠 수 있는 힘이 생깁니다. 나아가 아이에게 화를 내거나 탓하지 않을 수 있죠. 그런 일이 생기지 않게 양육자가 미리 문제를 개선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잔소리하지 않고 스스로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면 아이들은 저절로 루틴을 따릅니다. 기록이 불러오는 선순환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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