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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는 ‘세계의 빵 바구니’라 불리는 유럽 최대의 곡창지대이면서 자원도 풍부한 나라다. 광물자원은 100여종에 이르고 경제적 가치가 11조∼15조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2023년 세계광물보고서에 따르면 광물생산량이 약 1억770만t으로 세계 24위다. 리튬, 흑연, 티타늄, 우라늄, 희토류처럼 첨단기술과 방위산업에 필수적인 광물이 많다. 이 나라는 유럽연합(EU)이 지정한 34개 핵심광물 중 22개를 보유해 전략적 가치도 크다.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협상이 급류를 타고 있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미 워싱턴에서 광물협정을 체결한다. 협정은 우크라이나 자원개발과 관련 인프라 운용 과정에서 발생한 수익 중 절반으로 재건기금을 조성하고 미국 주도로 이 돈을 집행하는 게 핵심이다. 트럼프는 애초 미국이 전쟁 도중 들인 군사·경제비용 1100억 달러의 4배 이상인 5000억 달러의 기금을 요구했지만, 이 표현은 빠졌다고 한다. 젤렌스키가 요구했던 안보조항은 ‘미국이 평화와 안전보장을 확보하는 노력을 지지한다’는 식으로 정리된 것으로 전해진다.
장사꾼 트럼프의 탐욕은 상상을 초월한다. 그는 26일 “광물협정 거래규모가 1조달러에 이를 것”이라며 “안전보장은 참여하지 않을 것이며 유럽에 맡길 것”이라고 했다. 전쟁비용을 모조리 회수하고 덤으로 희귀자원과 막대한 이익도 얻겠다는 심산이다. 이런데도 미국에 기대지 않고는 생존조차 위태로운 우크라이나는 달리 방법이 없다. 3년여간 전쟁 피해에 허덕이는 우크라이나의 고난을 틈타 강대국이 이권을 챙기는 국제사회의 냉혹한 현실을 보여준다.
72년 전 6·25전쟁 시절 우리도 처지가 비슷했다. 전쟁발발 3년이 지나 미국과 중국·북한은 한국을 뺀 채 조기정전을 추진하며 최후 쟁점인 포로 교환문제를 논의했다. 당시 이승만 전 대통령은 이에 맞서 약 2만7000명의 반공포로를 전격 석방하며 저항했다. 깜짝 놀란 미국은 이 대통령 달래기에 나섰고 결국 한·미상호방호조약이 체결됐다. 이 대통령의 위대한 결단이 대한민국의 자유와 번영의 밑거름이 됐음은 누구도 부인하기 힘들다.
주춘렬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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