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당황스러운 시작, 그러나 더욱 화려하게 피어난 포르쉐 - 포르쉐 917·917K

2024-12-25

2013년,포르쉐는 브랜드의 다채로운 모터스포츠 활동 등을 돌이켜 보고, 현재의 포르쉐 및 모터스포츠 팬들에게 ‘과거의 레이스카’를 새롭게 느낄 수 있는 컨셉 모델 917 리빙 레전드(Porsche 917 Living Legend)를 공개했다.

현재의 디자인 기조, 그리고 감성을 통해 부활한 917은 과거의 모습과 조금 다른 모습이었지만 붉은 차체 위에 흰색의 직선이 자리한 독특한 데칼은 과거의 917이 이뤄낸 화려한 커리어를 떠올리기에 부족함이 없는 모습이었다.

포르쉐의 가장 화려한 시기, 그리고 월드 스포츠카 챔피언십(World Sportscar Championship)과 캔-암(Can-Am) 무대를 지배했던 917은 과연 어떤 레이스카이며 어떤 이야기를 품고 있을까?

롱테일 패키징의 배신, 917

지금도 여전히 ‘스포츠카의 대명사’와 같은 포르쉐는 과거부터 자신들의 역량을 입증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해왔고, 전설적인 스포츠카로 기억되는 917 역시 이러한 배경 속에서 탄생했다.

1969년, 월드 스포츠카 챔피언십 기술 규정 변경에 따라 포르쉐는 새로운 레이스카로 대회 참가를 준비했고, 당시 베이스 모델인 908을 기반으로 많은 부분을 대대적으로 새롭게 조율했다. 포르쉐 측에 따르면 약 10개월의 시간이 투여됐다.

10개월의 노력을 통해 공기역학을 고려한 차체 위에 기존 908에서 사용됐던 V8 엔진이 아닌 12기통 수평대향 엔진을 얹은 917이 등장했다. 특히 더욱 늘씬하고 길어진 차체, 탈착이 가능한 리어 스포일러 패키징 등이 모두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그러나 차체의 구성, 새로운 리어 스포일러 패키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1969년 3월, 르망에서의 테스트를 통해 ‘리어 스포일러 패키징’의 문제가 확인됐다. 롱테일의 고속 안전성은 유지됐지만 ‘불안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빠른 속도를 냈지만 그만큼 불안했던 레이스카는 실제 레이스에서 확실한 성적을 보장할 수 없었다. 그러나 시즌의 막이 오른 만큼 포르쉐는1969년은 우선 917에 보조적인 장치를 달고 레이스에 나서는 것으로 승인 받고 대회에 출전했다.

결국 917은 1969년, 만족할 수 없는 성적으로 시즌을 마쳤다. 그 동안 ‘트랙 사양’에 최적화되었다 생각됐던 롱테일의 차체의 불안정성을 확인한 포르쉐는 준 워크스 팀인 JW 오토모티브와 개선을 위한 테스트를 실시한다.

포르쉐 신화를 여는 917K

테스트를 통해 롱테일 섀시의 이점은 있지만 ‘공기의 흐름’이 예상과 다르게 흐르고 많은 양력으로 인해 레이스카의 불안정성이 크다는 것을 파악한 포르쉐는 차체 형태를 새롭게다듬고, 조금 더 짧은 차체를 탑재한 917K를 선보이게 된다.

일설에 따르면 테스트 주행을 한 917 후미 부분에 벌레 자국이 없는 것을 보고 공기의 흐름이 예상과 다름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참고로 917K는 전면 부분은 917과 유사하지만 차체 후미 부분의 아래를 과감히 파낸 것이 특징적이다.

빠른 테스트 덕분에 917K는 1970년 1월 31일부터 2월 1일까지 열린 데이토나 24에서 데뷔하며 곧바로 ‘시즌의 시작’을 알렸다. 여전히 빠르고, 더욱 안정적인 움직임을 구현한 917K는 포르쉐에게 ‘승리’를 안기며 기분 좋은 시작을 알렸다.

실제 데이토나 24시간 내구 레이스의 1위와 2위를 거머쥐며 917K의 새로운 패키징의 이점. 그리고 이를 구현한 포르쉐의 기술력을 알리는 기회가 됐다. 더불어 경쟁자들의 자존심을 꺽으며 ‘포르쉐의 활약’을 예고하는 대회가 되기도 했다.

레이스가 펼쳐지는 무대에 따라 기반 모델이 되는 908/03이 ‘민첩함’을 앞세워 기용되는 경우도 있었지만 917K는 거의 모든 대회에서 우수한 레이스를 펼치며 10회의 레이스 중 7번의 승리를 거머쥐는 ‘아이콘’의 자리에 오르게 된다.

참고로 포르쉐는 직선 구간이 긴 ‘샤르드 서킷’의 특성에 맞춰 르망 24시간 내구 레이스에서는 고속 주행의 특성을 강조한 917L을 마련했다. 기술적인 부분은 크게 다르지 않지만 ‘고속 주행’에 초점을 맞춘 차량으로 2위를 거머쥐었다.

경쟁력을 더하는 917K

1970년, 917K를 앞세워 월드 스포츠카 챔피언십 무대에서 확실한 성공을 이뤄낸 포르쉐는 1971년에도 정상을 차지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실제 1971년의 917K는 세부적인 부분에서 많은 업데이트를 거쳐 더욱 우수한 경쟁력을 자랑했다.

특히 공기역학 성능의 개선과 더불어 파워트레인의 열 관리를 위해 패키징을 개선했다. 그리고 이러한 기술적 변화는 다시 한 번 포르쉐를 월드 스포츠카 챔피언십 정상에 오를 수 있도록 했다. 실제 11번의 레이스 중 7승을 거머쥐는 쾌거를 누렸다.

더불어 르망 24시간 내구 레이스에 맞춰 고속 주행 및 내구 레이스 성격을 강조한 917LH 역시 개발해 세 대를 투입했다. 그리고 그 결과 포르쉐는 르망 24시간 내구 레이스 정상에 오르며 ‘브랜드의 가치’를 과시했다.

다만 포디엄 정상에 오른 차량은 르망 24시간 내구 레이스를 위한 917 LH이 아닌 기본 사양의 917K였다.

미국 캔암 무대에도 나선 포르쉐

917의 주무대는 단연 ‘월드 스포츠카 챔피언십’이었지만 포르쉐는 그외의 레이스 무대에도 917를 투입하며 새로운 가능성, 그리고 더 많은 이들에게 포르쉐의 매력을 알리기 위해 노력했다.

실제 917이 처음 등장했던 1969년부터 포르쉐는 캔암에 무대에 917를 투입했다. 대회 규정에 맞춰 오픈 콕핏 형태의 917-PA가 투입됐고, 이후 917/10과 917/30 등으로 이어지며 본래의 917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갖췄다.

917은 월드 스포츠카 챔피언십에서도 뛰어난 활약을 펼쳤지만 더욱 강력한 성능으로 질주한 캔-암 무대에서도 활약했다. 실제 1971년까지는 평이했지만 1972년과 1973년은 말 그대로 ‘일방적인 페이스’로 팬들의 흥미가 떨어질 정도였다.

‘핑크 피그’로 이어지는 917의 계보

917, 그리고 917K 계열의 레이스카들은 그 독특한 형태의 특징, 그리고 실제 레이스 무대에서의 우수한 성과 등으로 모터스포츠 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리고 그 정점에는 1971년, 앞으로 캔-암에 투입할 부품 등을 검증하기 위해 개발된 프로토타입, ‘핑크 피그’에서 절정을 이른다. 일반적인 917보다 더욱 볼륨감이 돋보이는 차체, 그리고 곡선이 강조된 형태를 보고 대중들은 이를 ‘돼지’라며 놀렸다.

이에 포르쉐는 917/20의 차체 위에 분홍색 페인트를 칠하고 돼지고 부위를 새겼다. 그 모습은 모두의 시선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따. 비록 출전한 르망 24시간 내구 레이스에서는 차량 문제로 중도 포기했지만 ‘핑크 피그’는 여전히 기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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