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2022년 발표한 대중형골프장 지정 요건은 간단하다. 수도권 회원제 골프장 성수기(5월, 10월) 비회원 코스이용료보다 낮게 정부가 정한 그린피 상한선을 지키라는 것이다. 골프장 이용 표준 약관도 지켜야한다는 문구가 있지만 이는 사실상 국내 거의 모든 골프장에 적용되는 내용이다. 즉, 그린피 상한제 준수가 사실상 유일한 대중형골프장 지정 요건인 셈이다.
올해까지 적용되는 정부 지정 그린피 상한액수는 ‘수도권 회원제 골프장 성수기 그린피 평균가보다 3만4000원 적은 금액’이다. 그린피 상한제는 명분은 그럴듯하지만 실제로서는 온갖 편법을 낳았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인 골프장은 좋은 시간대 그린피를 크게 끌어올린 뒤 좋지 않은 시간대 그린피를 크게 낮추는 식으로 3만4000원 기준을 맞췄다. ‘강제 인하된’ 그린피로 인한 이익 최소화를 위해 카트비, 식음료 가격 등을 올렸다. 애시당초 가장 높은 수도권 회원제 골프장 성수기 그린피 평균가를 기준으로 대중형 골프장 상한가를 결정한 것부터 잘못됐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수도권과 거리, 실제 수요 등을 고려해 그린피 상한제를 균형적이면서도 차등적으로 적용했어야 했다는 목소리도 들렸다. 이런 애매한 상태로 2년 반이 흐르면서 코로나 팬데믹은 끝났다. 그런데 골프장 산업은 여전히 왜곡됐고 골퍼들의 불만들도 여전히 남아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지정하는 대중형골프장 지정기간은 3년이다. 2023년 대중형골프장으로 지정된 골프장은 3년째인 올해까지 대중형골프장으로 영업할 수 있다. 내년에도 대중형골프장 자격을 유지하려면 올해 안에 지정 심사를 다시 받아야 한다. 그에 앞서 문체부는 지정 요건을 수정, 보완해서 공지해야함은 물론이다. 한 골프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적용된 대중형골프장 지정 기준은 그린피뿐이었다”며 “그린피 재조정에 매달리지 말고 진정한 대중형골프장 문화와 환경을 조성하는데 집중해야한다”고 말했다. 즉 그린피 등 가격 요인 이외에 라운드 환경, 식당, 카트, 캐디 등 가격 외적인 부문에서 대중형골프장다운 조건을 선제적으로 제시해야한다는 뜻이다.
양호한 페어웨이와 그린 상태, 티잉 그라운드 인조 매트 사용 제한 등이 명확한 내용이 지정요건에 포함돼야한다. 엉망힌 페어웨이, 그린, 티잉 그라운드 상태는 골퍼들의 가장 큰 불만이다. 식음료는 적정한 가격 못지않게 외부 식음료 반입 허용, 편의점 운영, 자판기 설치 등도 고려돼야한다. 카트는 과도하게 높은 가격을 제어하는 동시에 카트 이용 여부, 카트 종류별 선택 등도 이뤄져아한다. 카트가 사실상 필수적인 산악코스, 홀간 이동거리가 긴 골프장 등에게 카트 선택제를 강요해서는 안 된다. 캐디는 노캐디, 포어캐디, 드라이빙 캐디 등 골퍼들이 자신들의 기량과 경제 사정에 맞게 선택할 수 있는 폭을 넓여주는 게 필요하다.
국민권익위원회 민원정보분석과가 지난해 9월 내놓은 ‘골프장 관련 민원 분석’ 자료에 따르면, 예약 및 해지 민원(46.5%)이 가장 많았고 이용 질서 불공정(41.9%)이 뒤를 이었다. 구체적인 불만 사례로는 숙박·식사 등 ‘끼워넣기 강매’, 브로커 예약 싹쓸이, 3인 플레이시 4인 요금 강요, 예치금 납부자 우선 예약 등 사실상 회원제 운영, 표준약관 위반한 위약금 요구, 약관에도 없는 현장 취소 강요, 간단한 간식조차 반입 금지 등이다. 골프계 관계자는 “주요 불만들이 해결된다면 골퍼들도 골프대중화를 피부로 실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골프장 영업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규제도 완화돼야한다. 골프장 종사자는 “골프장으로서는 연부킹, 단체예약 등을 받아야 안정적으로 사업을 운영할 수 있다”며 “골프장이 기본 수입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면, 골퍼들에게 제공되는 서비스 질 향상에도 더 진정성 있게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획 게재 순서>
①포스트 코로나, 여전히 ‘왜곡된’ 대중형 골프장 산업
②인위적으로 묶인 그린피, 그린피는 생물이어야 한다
③수익보전 수단 전락 식음료·카트비, 개선할 솔로몬의 지혜는
④공급자·수요자·정부·정치권, 공존 공생을 위한 지혜를 모아야한다
⑤지금까지 대중화는 허울, 진정한 대중화는 문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