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피셜
잘 만들어진 브랜드는 특유의 세계관을 가지고 있어요. 흔히 브랜드 정체성, 페르소나, 철학이라고 말하는 것들이죠. 그렇다면 이런 브랜드의 세계를 창조하는 사람들은 누구일까요? 이들은 어떻게 이토록 매혹적인 세계를 만들고, 설득할 수 있을까요. 비크닉이 브랜드라는 최고의 상품을 만들어내는 무대 뒤편의 기획자들을 만납니다. 브랜드의 핵심 관계자가 전하는 ‘오피셜 스토리’에서 반짝이는 영감을 발견하시길 바랍니다.

‘당근하다’라는 말이 나올 만큼 중고거래의 대명사가 된 당근 플랫폼. 이제는 ‘일자리 플랫폼’으로도 영역을 넓히고 있습니다. 3년 차에 접어든 ‘당근알바’ 서비스인데요, 알바몬·잡코리아 같은 기존 알바 플랫폼과 차별점은 확실합니다. 집 근처 카페, 자주 가는 분식집, 동네 어귀의 미용실까지, 모두 내 활동 반경 안에서 이뤄지는 구인·구직이 핵심입니다. 우리가 ‘알바’라는 단어에 덧입힌 그간의 이미지와는 결이 다른, 동네 일자리 연결 서비스를 지향하는 것이죠. 실제로 이 서비스는 가까운 동네 주민들이 빠르게 지원한 덕을 제대로 봤습니다. 채용을 확정한 사장님 중 63%가 24시간 내에 매칭이 이뤄졌고(지난해 4월 기준), 공고 게시 24시간 내 지원 문의받는 비율은 89%에 달했으니까요.
로컬이 핵심이다 보니 이웃에게 뜨개질을 배우고, 냉장고 정리를 돕고, 심지어 반려견을 대신 산책시켜 주는 일감이 오고 갑니다. ‘일’이란 이름표가 붙지만 결국 ‘사람’이 남는다는 회사의 철학과 맞닿아 있기도 하죠. 당근의 전체 서비스가 ‘동네 생활’을 기반으로 이루어지는 만큼, 이 연결은 더 가깝고 어딘가 따뜻하게 느껴집니다. 이 특별한 서비스의 시작을 당근알바팀에서 적극적으로 이끌어온 한주연 프로젝트 매니저(PM)를 만나 직접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중고거래부터 구인·구직까지…‘동네 연결’이 핵심이었다

Q. 당근이 구인·구직 서비스를 도입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A. 당근은 ‘당신 근처’라는 콘셉트 아래 동네에서 일어나는 모든 연결을 지향해요. 중고거래 서비스 노하우를 바탕으로 지난 2021년 10월 구인구직판을 본격화했죠. 앱 초기부터 게시판으로 운영하던 걸 확장한 형태로요. 직장인과 대학생 등 단기 알바를 선호하는 젊은이가 많거나, 유동 인구가 많은 동네 수요가 특히 높아요. 사용자들이 많아지면 생길 수 있는 문제점 방지도 필요하다 보니 중고거래금지 물품을 걸러내는 식의 머신러닝 시스템으로 불법 구인공고를 막고 신뢰감을 더했죠.
Q. 생활 반경 내 구인·구직이 갖는 의미는 어떤 걸까요.
A. ‘근거리 연결’이에요. 동네라는 생활반경 안에서 일자리를 찾고, 이웃을 도울 사람들을 매칭해요. 현장조사도 ‘동네 사장님들’에 집중했는데, 서비스 출시 초기에만 해도 “중고거래 앱에서 사람을 구해도 괜찮나” “믿을 수 있나” 등 반응이 있었어요. 그런데 동네 연결의 이점을 경험한 이후엔 분위기가 확 달라졌죠. 근로자의 출퇴근거리가 짧아 결근이 적은 것 등이 큰 장점으로 작용했으니까요. 동네라는 공간의 장점인 ‘오프라인 입소문’ 덕도 봤어요. 당근이 잘하는 ‘연결’을 통해 이웃 간 신뢰와 도움을 주고받는 구조를 극대화할 수 있었죠.
Q. 중고거래 신뢰 지표였던 ‘매너 온도’가 구인구직 서비스에도 적용되나요.
A. ‘모범 구인자 배지’ 제도가 있어요. 상냥한 응대, 빠른 답변, 예의 있는 채팅 등을 실천하는 사장님들에게 부여됩니다. 텍스트로만 보는 공고는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는데, 실제 만나보면 다를 수 있다는 걸 객관화한 수단이죠. 이런 배지는 그간 구인구직 시장에서 보이지 않던 ‘사람 대 사람’의 온도를 보여주는 지표로 쓰이고 있어요. 구직자 입장에서도 마찬가진데요, 동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받은 추천 글이 평판이 되고, 사람들은 이를 자기소개서나 이력서의 ‘셀링 포인트’로 활용해요. 가볍게 시작한 일도 추천이 쌓이면 경쟁력이 되는 셈이죠.
일자리를 넘어 따뜻함을 찾는 시대

Q. 구인·구직 개념이 동네라는 공간에서 벌어지다 보니, 재미있는 사례들도 많을 것 같아요.
A. 요즘은 1인 가구가 많아지고, 누군가에게 가볍게 도움을 요청할 기회가 줄어들면서 ‘소일거리’ 수요가 자연스럽게 늘어나고 있어요. 과거 친구나 가족에게 부탁하던 일이 이제는 ‘이웃 알바’ 서비스를 통해 온라인화되고 있죠. 유저들은 대형 플랫폼에 올리기 부담스러운 사소한 동네 일거리를 접할 수 있다는 걸 좋게 평가해요. 예를 들어 ‘자전거 바람 넣기’ ‘게임 플레이 과외’ ‘컴퓨터 프로그램 설치’ 등 요청이요. 가구 수리 알바를 맡긴 게 인연이 되어서 5번이나 일거리를 주고받은 사례도 있어요. 한 번 좋은 경험을 쌓은 게 신뢰감·친밀감을 형성한 거죠. 이런 미담들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퍼지기도 하는데요, ‘이색 알바’를 넘어 누구에게나 의미 있는 연결이라는 인식이 쌓이고 있어요.

Q. 잠깐 도움을 구하던 이웃의 요청이 시스템화하는 모습인데요.
A. “누구네 집에서 뭐 좀 도와 달라”와 같이 동네 온정, 서로 돕는 문화가 디지털 공간에서 복원되고 있다고 봐요. 이런 흐름은 앞으로 더 많아질 거고요. 특히 기억에 남는 건 유튜브로 뜨개질을 배운 젊은이가 당근알바에 도움 요청 글을 올린 사례인데요, 뜨개질을 오래 해온 한 어머니가 응답하면서 친구 관계로 발전했다고 해요. 함께 작품을 만들고, 뜨개질 모임에 나가는 등 이웃 이상의 관계가 된 거죠. 이처럼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닌, 사람 대 사람의 연결이 이어지면 의미가 생겨요.
‘알바씬’ 내 경계 없는 연결로 바뀌는 일상

Q. 당근알바로 팝업까지 한 이유가 있을까요.
A. 단순한 마케팅이 아니라, 오프라인에서 ‘동네 일자리’라는 개념을 문화·경험적인 관점에서 해석한 시도였어요. ‘원마일워크클럽’이라는 이름으로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는 ‘알바’를 경쾌하고 동네답게 풀어낸 공간이었죠. 집 근처에서 일하고, 연결되고, 즐기는 일자리라는 메시지를 담았고요. ‘슬세권(슬리퍼 신고 나갈 수 있는 생활권)’같은 용어가 생겨난 것처럼 동네에서 일하는 라이프스타일 트렌드를 새롭게 정의하자는 취지였어요.
Q. 당근이 바라보는 앞으로 구인·구직 시장 전망은 어떤가요.
A. 자영업자들의 폐업 비율이 높아지고, 키오스크와 같은 자동화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고용이 줄어드는 움직임이 있어요. 하지만 현장에서 사장님들의 목소리를 청취하면 여전히 사람의 손길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이런 가운데 일자리의 형태도 점점 가벼운 것들이 많아지고 있고, 플랫폼을 통해 쉽게 연결되는 시대가 되었죠. 직장인들까지 자투리 시간에 동네에서 단기 알바를 하는 모습이 점차 일상화되고 있고요. 결국 좁은 의미의 아르바이트가 다양한 일로 확장되고, ‘경계 없는 연결’로 이어지고 있는 것 같아요.
Q. 당근알바를 통해 당근이 나아가고자 하는 서비스 지향점이 있다면요.
A. 현재는 공공기관까지 지역 사회의 중요한 연결망으로 보고 협업을 넓혀가고 있어요. 지난 2023년에는 광주 광산구와 협력해 공공 일자리를 앱에 올려 지역 주민들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했고, 올해 2월에는 경기도와 베이비부머 세대를 대상으로 한 일자리 홍보 협약도 진행했어요. 앞으로도 ‘동네 연결’이라는 핵심 철학을 바탕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본질을 잃지 않으려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