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고발자 포상금 1억…'당근'으로 주가조작 잡을 수 있을까

2025-11-03

[비즈한국] 금융당국이 주가조작 행위 신고자에게 1억 원에 달하는 포상금을 지급했다고 2일 밝혔다. 더 나아가 신고 포상금제를 활성화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미국처럼 주가조작을 엄벌하는 게 우선되지 않고서는 포상금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검찰청 폐지가 확정된 뒤 서울남부지검의 주가조작 수사는 사실상 멈춰선 상태다. 내부 고발제를 활성화하려면 강력한 수사와 법원 엄단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핵심 증거 제출한 신고자에게 1억 원 지급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 29일 회의에서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행위를 신고한 A 씨에게 포상금 9370만 원 지급을 의결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A 씨는 혐의자들이 의도적으로 주가를 높이기 위해 부정한 방법을 사용했다며 녹취록 등 관련 증빙 자료를 금융당국에 제출했고 금융감독원은 이를 토대로 조사를 벌여 위법 사실이 있다고 판단한 6명을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및 대량 보유 보고의무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 조치했다.

금융당국은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신고를 유도하기 위해 혐의 입증에 도움을 준 이들에게 포상금을 지급하는 제도를 운영 중이다. 포상금은 불공정거래 행위의 중요도에 따라 1~10등급으로 구분해 최소 1500만 원에서 최대 30억 원을 지급하는데, 신고자는 1년 이내 자신의 신원과 신고인임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금융위는 “신고 포상금은 올해 국정감사에서 예산 증액 필요성이 언급된 바 있으며 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국회 및 기획재정부와 긴밀히 협의해 예산 증액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사례 살펴보니

미국은 우리보다 더 강력한 ‘신고 포상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미국 월가(Wall Street)를 감독하는 증권거래위원회(SEC)가 2023년 한 해 동안 주가조작 등 증권·금융범죄를 신고한 내부 고발자들에게 지급한 돈은 6억 달러(당시 환율 기준 약 7914억 원)에 이른다. 특히 한 내부고발자는 2억 7900만 달러(약 3700억 원)를 받았다.

이재명 대통령이 ‘주가조작 엄벌’을 강조한 만큼 우리도 미국처럼 포상금을 더 많이 지급하는 사례가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주가조작에 따른 피해는 적으면 수십억 원, 많으면 수천억 원에 달할 수 있는데 입증이 어렵다는 게 특징이다. 증권사를 통해 거래한 기록은 남아도 이들이 주가를 띄우거나 매도한 과정의 ‘목적’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

미국에서 수천억 원에 달하는 지급 사례가 나온 것도 이를 입증할 증거를 제출했기 때문이다. 포상금을 단순히 보상 차원이 아니라 투자자 보호 제도로 보는 것이다.

#포상금보다 ‘엄벌’이 먼저

법조계에서는 포상금 제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엄벌’이라고 입을 모아 이야기한다. 미국에서 주가조작이나 사전 정보를 활용한 거래가 찾아보기 힘든 것은 한 번의 주가조작에도 종신형에 달하는 중형을 선고하기 때문이다. 전 세계 136개국 3만 7000여 명을 상대로 폰지 사기를 벌여 피해액이 72조 원 넘게 발생한 버나드 메이도프는 2009년에 징역 150년형을 선고받아 복역 중 2021년 숨을 거뒀다. 이 같은 엄한 처벌 없이 포상금 제도만 활성화해서는 주가조작 등 금융범죄를 뿌리 뽑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검찰청 폐지 법안이 통과된 이후 개점휴업 상태라는 평가가 나오는 검찰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서울남부지검은 ‘돈 흐름’을 쫓는 데 탁월한 능력을 가진 검사들이 대거 배치됐는데, 이들 중 다수가 현재 내란 특검과 김건희 특검 등에 대거 파견된 상태다. 핵심 증거를 확보해 금융당국이 검찰에 넘기면 신속히 수사해 주가조작 세력을 뿌리 뽑아야 하는데, 이를 이행할 수사기관이 멈춰선 것이다.

자본시장 업계 관계자는 “최근 주식이 크게 오르면서 세력들이 다시 움직이는 가장 큰 배경은 검찰이 수사를 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포상금 제도를 운영한다고 해도 수사 과정에서 잠시 구속됐다가 1심 지나면서부터 집행유예가 가능한 구조라면 절대 주가조작 세력을 뿌리 뽑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서울남부지검 근무 경험이 있는 변호사는 “내부 고발자에게 포상금을 주는 것은 주가조작 범죄 특성상 너무 좋은 제도라고 생각하지만, 결국 더 중요한 것은 이들에게 처벌하지 않겠다는 약속(플리바게닝)을 해줘야 한다는 점”이라며 “공범들 중 먼저 배신한 사람만 포상금을 받고 처벌도 받지 않는 것이 올바른지는 논의해볼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차해인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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