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는 2035년까지 현역 18만→26만, 예비군 6만→20만 추진
[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독일 연정이 병력 확충 전략을 놓고 내분 양상에 빠져들고 있다.
연정을 구성하고 있는 두 당인 중도우파 기독민주당(CDU)과 중도좌파 사회민주당(SPD)이 합의안을 마련한 뒤,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할 예정이었는데 사전 예고없이 취소됐다.

14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에 따르면 이날 예정돼 있던 양당의 공동 기자회견은 시간이 지나도 열리지 않았고, 결국 취소됐다. 앞서 양당의 원내대표는 합의안이 마련됐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사민당 소속 한 의원은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국방장관이 이번 병력 확충안에 문제를 제기했다"며 "그는 이번 합의안 협상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피스토리우스 장관은 사민당 소속이다.
기민당의 원내부대표인 노르베르트 뢰트겐 의원은 "피스토리우스 장관이 파괴적으로 행동하고 있다"며 "사민당이 내부 정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FT는 "연정 파트너들의 갈등으로 독일의 군사력 강화 계획이 위기에 처했다"며 "새로운 병역제 관련 법안이 예정대로 목요일(16일)에 의회에서 논의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독일은 지난 2011년 징병제를 중단했다. 하지만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기습 침공 이후 대규모 재무장을 추진하면서 병력 확충에 대한 여론과 분위기가 커졌다.
독일 정부는 현재 약 18만명 정도인 현역병 규모를 오는 2035년까지 26만명 수준으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또 유사시 동원 가능한 예비군 수도 6만명에서 20만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문제는 병력을 '어떻게' 확보할 것이냐에 쏠렸다.
기민당은 징병제를 재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피스토리우스 장관을 중심으로 한 사민당은 '선택적 병역제' 또는 '자발적 지원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민당 측 방안은 징병제를 부활하지 않고 높은 급여와 다양한 혜택을 제공해 젊은이들의 자발적 입대를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방안은 지난 8월 내각의 승인을 받았지만 요한 바데풀 외무장관을 비롯한 기민당 고위 인사들은 러시아의 위협에 맞서기에는 이 방안이 불충분하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기민당 측은 피스토리우스 장관의 방안이 병력 확보에 대한 구체적인 목표와 자원 확보 방안이 부족하며, 자원자가 부족할 경우 징병제를 재도입할 수 있는 명확한 절차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양당은 최근 협상을 통해 자원자가 부족할 경우 '무작위 추첨(복권제)'을 통해 병역 자원을 강제 징집하는 내용의 타협안을 만들었다.
좌파당(Die Linke)의 한 중진 의원은 "이런 복권 방식은 젊은이들이 죽을 때까지 싸우도록 선발되는 소설과 영화 '헝거게임'을 떠올리게 한다"고 말했다.
사민당 일각에서도 이 같은 방안이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