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라이 릴리, 영국서 당뇨 치료제 '마운자로' 가격 인상…트럼프 압박에 유럽 제약사 줄인상 조짐

2025-08-18

일라이 릴리, 영국 정부와 가격 인상 합의

트럼프의 '최혜국 가격' 압박에 유럽서 '줄인상' 조짐

[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글로벌 제약사 일라이 릴리(NYSE:LLY)가 대표 당뇨 치료제 '마운자로(Mounjaro)'의 영국 내 가격을 대폭 인상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 내 의약품 가격 인하를 요구한 가운데, 제약사들이 이에 대응해 유럽 시장에서는 가격을 끌어올리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라이 릴리는 9월 1일부터 영국 보건당국과 합의에 따라 마운자로 공식 판매가를 올리기로 했다고 15일 밝혔다.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 환자들의 접근성은 유지하되, 민간 가격은 기존 월 £92~£122(약 17만3,000원~22만9,000원)에서 £133~£330(약 24만9,000원~62만원)으로 최대 170% 인상된다.

이는 미국 내 가격인 1,079.77달러(약 146만 원)와 비교하면 여전히 낮지만, 유럽 내 제약사들의 전반적 가격 인상 움직임에 불을 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트럼프의 '최혜국 가격(MFN)' 압박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초 17개 글로벌 제약사에 서한을 보내, 오는 9월 29일까지 미국 내 처방약 가격을 '최혜국 가격(MFN)' 수준으로 낮추라고 최후통첩을 전달했다. 이는 미국에서 의약품 가격이 타국보다 비싸다는 점을 문제 삼아, 해외와 비슷한 수준으로 조정하라는 요구다.

이에 따라 제약사들이 미국 수익성 악화를 보전하기 위해 유럽 등지에서 가격 인상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카비타 파텔 스탠퍼드대 의대 교수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릴리가 이런 조정을 한 건 놀랍지 않다"며 "다른 기업들도 뒤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 경쟁사들도 대응

비만 치료제 위고비 등으로 유명한 노보노디스크는 최근 미국에서 비만·당뇨 치료제 위고비, 오젬픽의 가격을 인하해 트럼프의 요구에 부응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날 회사는 현금 결제 환자를 대상으로 오젬픽 가격을 월 499달러로 미국 내 공식 판매가의 절반 이하로 낮췄다. 다만 유럽 시장에서는 재정 압박과 엄격한 약가 상한제로 인해 가격 인상이 쉽지 않다는 점도 인정했다.

아스트라제네카 파스칼 소리오 최고경영자(CEO)는 "트럼프 대통령의 가격 인하 요구는 옳다"고 공개 지지했고, 노바티스(Novartis), 로슈(Roche) 등도 백악관과의 협의가 생산적이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 단체들은 급격한 가격 인상이 환자 치료 접근성을 위협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영국 전국약국협회(NPA)는 "가격이 단기간에 급등하면 필수 의약품 접근과 약국 경영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며 제조사들에게 형평성 있는 공급과 지원을 촉구했다. 실제로 일부 영국 민간 약국에서는 일라이 릴리의 발표 직후 마운자로 주문이 급증한 것으로 전해졌다.

koinwo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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