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차기 플래그십 스마트폰에서 S펜을 빼거나 다른 방식으로 대체할 것이라는 소문이 재조명받고 있다. S펜이 차세대 무선 충전 표준 ‘Qi2’를 도입하는 데 걸림돌이 된다는 점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Qi2는 무선전력컨소시엄(WPC)이 2023년 발표한 무선 충전 표준이다. 애플의 맥세이프처럼 기기 안에 둥근 자석 링을 배치해 충전 코일이 제대로 된 위치에 고정되도록 돕는다.
문제는 자석 링이 S펜의 오작동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화면에 S펜을 가져다 대면 자석 링과 가까운 영역은 제대로 눌리지 않는다. 1~2mm 어긋난 위치를 터치한 것으로 인식하거나 순간적으로 인식이 끊기기도 한다.

이는 S펜이 전자기유도방식(EMR)을 기반으로 작동해 자석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S펜 호환 기기의 디스플레이 패널 밑에는 전자기장을 발생시키는 디지타이저가 붙어있다. 화면에 S펜을 가져다 대면 펜 안에 들어있는 코일이 디지타이저의 전자기장과 반응해 신호를 보내고, 디지타이저는 이 신호 정보를 토대로 펜촉의 위치, 필압, 각도를 파악한다. 그러나 펜촉 주변에 자석이 있으면 전자기장이 흐트러지므로 일련의 과정이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않는다.
삼성은 올해 출시한 갤럭시S25 울트라에서 Qi2 표준을 절반만 적용했다. ‘Qi2 레디(Ready)’라는 하위 표준을 채택했는데, Qi2의 무선 충전 속도 같은 기본적인 규격을 지원하지만 자석 링은 탑재하지 않았다. 충전 코일을 자력으로 고정하려면 자석 링이 내장된 케이스를 장착해야 한다. 물론 이 경우 S펜은 정상적으로 쓸 수 없다. 그래서 삼성은 자석 링이 감지되면 “마그네틱 액세서리가 S펜을 방해할 수 있다”는 경고 알림을 띄우도록 조치했다.
작동 원리가 서로를 방해하는 만큼, Qi2 표준과 S펜은 양립하기 어려운 기술이라 볼 수 있다. S펜이 빠질 것이라는 소문은 매년 꾸준히 나타났지만, Qi2 표준 등장 이후로 S펜 미탑재설이 더욱 힘을 받는 분위기다. 지난달에도 팁스터 주칸로스레브(Jukanlosreve)와 판다플래시프로(PandaFlashPro)가 갤럭시S27 울트라부터 S펜을 기본 탑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소문은 소문일 뿐, 아직 공식적으로 드러난 내용은 아무것도 없다.

올해는 삼성이 신제품 스마트폰에서 S펜 기능을 대거 삭제했다는 점에 주목, 이제 정말 S펜이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의견이 사용자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퍼지고 있다.
삼성은 갤럭시S25 울트라에서 S펜 버튼을 카메라 촬영 버튼으로 활용하는 ‘원격 셔터’, 버튼을 누른 상태로 S펜을 움직여 미리 지정한 작업을 수행하는 ‘에어 액션’을 비롯해 블루투스 통신이 필요한 기능을 제거했다. “사용자가 매우 적었다”고 삼성은 설명했지만 구체적인 이용률은 밝히지 않았다.
한편으로는 소수나마 S펜 사용자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 기기에서 S펜 수납공간만 제거하고 S펜을 별도로 판매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S펜을 휴대하기는 지금보다 번거로워진다.
대신 기대할 만한 장점은 몇 가지 있다. 먼저 ‘S펜은 스마트폰에 수납할 수 있도록 얇아야 한다’는 제약으로부터 자유로워지므로, 갤럭시 Z 폴드 전용 S펜처럼 두껍게 만들어 파지감을 향상시킬 수 있다. 혹은 S펜 수납공간이 필요 없어진 스마트폰 두께가 지금보다 얇아질 가능성도 있다. 이외에는 수납공간이 차지했던 부피만큼 배터리를 늘려 사용 시간을 개선하는 방안도 고려할 만하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병찬 기자>bqudcks@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