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2024년은 인류 역사상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됐다.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연평균 1.5℃ 이상 상승한 첫 해였으며, 2025년 1월은 사상 가장 더운 1월로 집계됐다. 이는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인간이 초래한 기후 변화의 직접적인 결과라는 것이 과학자들의 분석이다.
‘세계날씨귀속(WWA)’, ‘적십자적월사 기후센터’, ‘기후중앙(Climate Central)’이 공동으로 작성한 보고서 'Climate Change and the Escalation of Global Extreme Heat: Assessing and Addressing the Risks(기후 변화와 지구 극한 기온의 상승: 위험 평가 및 해결)' 에 따르면, 지난 1년간(2024년 5월~2025년 5월) 전 세계 195개국에서 폭염일수가 기후변화로 최소 두 배 이상 증가했으며, 전체 인구의 약 절반인 40억 명이 30일 이상의 극심한 폭염을 경험했다.
보고서에서 ‘폭염일’은 1991~2020년의 해당 지역 기온 분포 상위 10% 이상에 해당하는 날을 의미하며, 이를 ‘기후변화 이전 세계’와 비교해 얼마나 늘어났는지 분석됐다. 그 결과, 아루바(Aruba)의 경우, 실제 폭염일수가 187일에 달했으며 이 중 142일이 기후변화로 인해 추가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보고서는 67건의 주요 폭염 사건을 특정해 분석했으며, 이들 모두가 기후변화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24년 5월 태평양 도서국에서 발생한 폭염은 기후변화로 인해 69배 더 발생 가능성이 높아졌으며, 중앙아메리카, 아프리카, 중동, 지중해권에서도 비슷한 수준의 폭염 영향이 확인됐다.
지난 해 발행된 2023~2024년 보고서에 따르면, 1년(2023년 5월 15일~2024년 5월 15일) 동안 90개국에서 76건의 극단적 폭염이 관측됐으며, 전체 세계 인구의 78%에 해당하는 약 63억 명이 극심한 더위를 최소 31일 이상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상당수는 기후 변화로 인해 발생 가능성이 최소 2배 이상 높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또한 저소득 지역의 열 관련 건강 영향에 대한 데이터가 심각하게 부족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유럽은 2022년 여름에 61,000명 이상의 열 관련 사망자를 기록했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비슷한 수치가 드물며, 대다수 열 관련 사망자가 심장이나 폐 질환과 같은 기저 질환으로 잘못 알려져 있다고 지적했다.
WWA는 사상 최고 기온, 장기간 이상 고온, 인명 피해와 주요 사회기반시설 마비 등을 기준으로 폭염을 추적해왔다. 보고서는 특히 남아시아, 동남아시아, 사헬 지대, 남미의 인구 밀집 지역이 폭염의 직격타를 맞았다고 밝혔다. 폭염은 인프라가 취약하고 대응체계가 부족한 지역에서 더욱 치명적인 영향을 미쳤다.
과학자들은 특히 저소득층과 여성, 야외노동자, 임산부 등 사회적 약자가 폭염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고 경고한다. 보고서는 폭염의 영향이 건강을 넘어 농업 생산, 물 공급, 에너지 인프라, 노동생산성, 사회적 갈등까지 전방위적으로 확산된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문제는 피해 규모조차 제대로 집계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많은 국가에서 열 관련 사망은 심장질환이나 신부전 등으로 오진되며, 공식 통계로 집계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기후위기의 실질 피해는 과소평가되고 있으며, 정책적 대응 역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보고서는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도시별 ‘폭염 행동계획(Heat Action Plan)’ 수립, 폭염 조기경보시스템 강화, 열 대응 사회보장정책 확대, 건축법 개정 등을 제안했다. 궁극적으로는 탄소배출 감축을 통해 기온 상승을 막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적응만으로는 한계가 있기에 기후를 안정화시키지 못한다면, 폭염은 더 자주, 더 길게, 더 치명적으로 찾아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가오는 ‘폭염 행동의 날(Heat Action Day, 6월 2일)’을 맞아 과학자들은 전 세계에 경고장을 내밀었다. 지금의 더위는 끝이 아닌 시작일 수 있다는 경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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