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후 10시 KBS1 ‘시사기획창’은 캄보디아에서 사라지는 한국인들에 대해 조명한다.
“제가 죄인이에요. 내가 좀 더 영리하고 제가 좀 더 정신 차리고 이랬으면…” 평생 모든 돈 7천만 원은 물론이고 대부업체에 빌린 1억 5천만 원까지. 주식리딩방 사기로 하루 아침에 2억 3천만 원을 날린 78세 노인의 넋두리이다. 정말 좀 더 영리했다면 피할 수 있었을까.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쉽지 않다.
평범한 일상이었다. 신종 사기 수법을 자주 보도하던 한 기자에게 ‘주식리딩방 업체에 잠입해 있는데 도와달라’는 한 통의 제보 메일이 왔다. 기자를 만난 제보자는 국제범죄조직의 조직원으로 두 달 동안 일했다. 제보자가 기자에게 건넨 USB에는 범행에 사용한 대본과 조직원 리스트, 입금 내역과 피해자 명단 등 조직 내부 자료 수백 건이 들어 있었다. 몰랐다면 모를까, 알았는데 그냥 넘길 수 없다. 사회부 기자들은 조직의 근거지가 있다는 캄보디아로 향했다. 제보는 사실이었다. 29층짜리 초고층 빌딩 전체가 범죄 조직이었다.
한 차례 취재를 마치고 돌아온 뒤 제보가 쏟아졌다. 한 제보자는 “기자님이 취재한 곳은 중소기업이고 대기업 같은 범죄 단지들이 정말 많습니다”라고 전했다. 그 안에선 투자리딩방 사기, 로맨스 스캠 사기 등 다양한 범죄가 일어나고, 심지어 한국인 조직원을 감금하고 전기고문까지 자행되고 있다는 증언이었다. 2024년,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그 이야기도 사실인걸까. 취재진은 한 번 더 캄보디아행 비행기에 올랐다.
한국인이 한국인을 상대로 벌이는 사기 행각. 한국인 조직원을 상대로 한 내부 교육에서 우두머리는 “끝까지 끌고 가서 끝까지 뽑아먹자”고 말했다. 수법은 교묘했고 치밀했다. 제보자가 단 2달 동안 일한 조직의 내부 자료에는 피해 한국인이 129명, 피해 금액은 33억 원에 달했다. 짧게는 1분 단위로 수백, 수천만 원을 입금한 사람도 있었다. 경찰이 집계한 투자리딩방 사기의 공식 피해액만 5,400억 원. 당신 잘못이 아니다. 그렇게 촘촘하게 그물을 짰다면, 누구든 범죄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을 것이다.
법 밖의 세상, 한 번도 드러나지 않았던 그들만의 세상 속으로 KBS 사회부 기자들이 걸어 들어갔다.
24일 밤 10시 KBS1에서 방송되는 ‘시사기획창’에서 당신이 속고 있던 그 범죄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