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홍규 과장, 한국병원 외과
“30대 남성 A씨가 저녁 식사 후 극심한 복통과 무력감, 피로감으로 응급실을 찾았다. A씨는 췌장염 소견으로 입원한 후 실시한 CT 검사에서 급성 췌장염의 합병증인 췌장 괴사와 농양이 발견됐다. 다행히 A씨는 췌장 괴사 부위를 절제하고 농양을 배출시키는 수술을 제때 받아 무사히 회복할 수 있었다.”
급성 췌장염은 음주, 담석 등 다양한 원인으로 췌장이 손상되면서 염증이 발생하는 급성 염증성 질환이다. 급성 췌장염은 대부분 수일간의 금식과 수액 공급 등 내과적 치료를 통해 회복되지만, 약 10~15%에서 위 사례의 A씨처럼 중증 췌장염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췌장 괴사, 농양, 가성낭종 등의 합병증을 동반한 중증 췌장염은 수술적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이 때의 치료 시기가 환자 예후에 영향을 미치므로 빠른 치료가 중요하다. 만일 적절한 치료가 이뤄지지 않으면 저혈압, 혈액 응고 장애, 호흡부전, 다발성 장기 부전 등으로 사망에 이르기도 하는데, 이 경우 사망률은 매우 높아 위험하다.
중증 췌장염으로 인해 수술이 필요할 경우, 복강경이나 개복 수술 등을 시행한다. 복강경은 개복 수술에 비해 부담이 적고 회복 또한 빠르다. 췌장은 복부 깊숙한 위치에 다른 장기에 가려져 있는데, 복강경 수술을 하면 개복 수술에 비해 출혈, 통증이 적고 흉터도 거의 남지 않아 좋은 예후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췌장 복강경 수술은 고난이도 수술로, 환자들이 적기에 수술 받기가 쉽지 않았다. A씨의 경우, 응급실을 통해 입원한 뒤 소화기내과, 내분비내과 등에서 내과적 치료를 하며, 한국병원 복강경 클리닉과 신속한 협진으로 빠르게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A씨처럼 수술이 끝나고 무사히 회복했다면 재발을 방지하고자 노력해야 한다. 급성 췌장염 발병에 영향을 끼치는 과도한 음주, 흡연 등 나쁜 생활 습관을 이어간다면 재발을 거듭하면서 만성화되는 경우도 흔하다. 중증 급성 췌장염으로 췌장에 손상을 입거나 만성화돼 췌장 내분비 기능에 장애가 생기면, 인슐린이 원활히 분비되지 못해 당뇨병이 발병할 수 있다. 국내 췌장암 환자의 당뇨병 유병률은 일반인의 3배 이상으로 연관이 매우 깊다. 만성 췌장염으로 췌장 기능 저하되며 당뇨병이 발병하면 췌장암 발병률을 높이게 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이처럼 췌장염의 발병과 만성화를 예방하려면 금주, 금연 등 건강한 생활 습관을 실천해야 한다.
최근 젊은 층에서 당뇨병,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등 만성질환 유병률이 높아진 만큼 췌장질환에 대해 더욱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그러므로 연말연시 과음, 폭식, 흡연 등에 주의하면서 혹시 찌르는 듯한 복부 통증, 메스꺼움 등 급성 췌장염 의심 증상이 있다면 즉시 병원을 방문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