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저널]이선민 기자= 울산저널이 찾은 여성 리더 열 번째 주인공 ‘삶과그린연구소’ 김민경 소장은 우리의 삶 속에서 연구주제를 찾아내고, 그 연구를 바탕으로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정책과 서비스 개발은 물론 지구의 미래까지도 함께 고민하는 ‘사회혁신가’다.
그는 사회복지시설과 사회서비스 현장에서 두루 활동하며 발달장애와 경계선지능장애 연구에서 더 나아가 통합돌봄, 기후복지, 치유농업 등 ‘사람과 환경, 복지 그리고 지속가능성’을 아우르는 다양한 주제를 연구해오고 있다.
그런 그가 대구대학교 사회복지학과에 진학하게 된 데에는 부모의 영향이 컸다. “고향이 통영인 아버지는 고기잡이배의 선장이었는데 앞바다에 나가서 게, 문어, 해산물들을 잡아 오는 날이면 우리 집은 동네 잔칫날처럼 사람들로 북적북적했다”라고 회상하면서 나눠주기 좋아하는 아버지의 성품을 몸으로 배우며 자라서 그런지 사회복지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반면 대구가 고향인 어머니는 왜관에서 조그맣게 쪽방을 여러 개 운영했는데 “그곳에 살던 세입자들의 각자 형편에 맞춰 기초생활수급자 신청도 해주고, 전기감면 혜택이라든지 주거급여도 받게 도움을 줬는데 어머니는 나보다 더 사회복지사 같은 분”이라고 그는 회고한다.
대화를 나누며 유난히 발음이 정확한 그에게 비결을 묻자 “대학 때 점자도서관에서 낭독 봉사를 했는데, 성우처럼 발음교정과 훈련을 받은 덕분에 언어 전달력이 좋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면서 “요즘 토론회 발제와 대학 강의를 나가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귀띔한다.
대구에서 울산으로 온 계기는 지금의 남편이 울산 조선소에 취업하면서다. 남편이 동구에 월세방을 얻어 울산에 먼저 자리를 잡게 됐고, 얼마 후 그도 울산 중구복지관에 취직해 단칸방 신혼생활을 시작했다. “옷 가방 하나 달랑 들고 와서 둘이 열심히 살기도 했지만 7년 만에 내 집 마련까지 하게 해준 울산이 이제는 내 고향이고 울산에 감사하다”며 “이제는 울산지역의 발전과 시민을 위해 내가 보답하고 싶다”고 말한다.
부산대학교에서 석·박사 과정을 하는 7년 동안 “석사과정은 일과 병행했지만, 박사과정 때는 일도 관두고 교수님 연구조교로 일하며 공부했는데 남편의 도움 없이는 4년 만에 박사 과정을 끝마칠 수 없었을 것”이라며 든든한 지지자이자 후원자인 남편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최근 아산나눔재단의 차세대 사회혁신 리더 양성을 위한 ’아산 프론티어 아카데미‘에 참여한 그는 “팀을 나눠서 프로젝트 주제를 정한 뒤, 해외 선진 기관을 선택하고 소통하며 직접 탐방하는 것까지 모든 것을 팀원들과 함께 결정하는 과정이었는데, 실제 사업을 운영해도 될 만큼 기업가 수준의 자질과 마인드를 발휘한 경험이었다”고 교육 과정을 소개했다.
그는 “우리 팀은 ‘동물복지’를 주제로 정하고 국내에서 유일하게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돼지농장 ‘팜스코’와 농업계의 하버드로 불리는 네덜란드 ‘와게닝겐대학’ 그리고 독일 ‘에르딩스호프 생츄어리’ 등을 방문해 한국형 동물복지 모델을 구축하고 소비확산을 위한 해법을 찾고자 노력했다”며 “전국 최초로 울산에서 공공 급식 분야에 친환경 동물복지 축산물 도입방안을 논의하게 돼 감회가 남다르다”고 말했다.
동물복지에 많이 등장하는 ‘생츄어리(Sanctuary)’란, 동물이 모여 살면서 사람들의 관리를 받는 곳이지만 동물원이나 보호소와는 다른 곳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지내는 야생동물을 구조해 그들에게 맞는 환경을 조성해주고 동물들이 죽을 때까지 안전하게 보호하는 곳을 일컫는다.
현재 그의 최대 관심사는 ‘기후복지’다. “기후 변화로 인한 폭염, 혹한, 홍수 등 이상 기후로 인해 고령층과 저소득층 등 특정 계층의 피해가 크다”며 “누구나 따뜻하고 시원한 집에서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보편복지를 위해서는 에너지 주택지원법과 기후복지 조례 제정, 시행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가 정한 올해의 연구 키워드는 ‘경계선 지능인’이다. “지능지수가 평균보다 낮지만, 지적장애로 분류되기에는 모호한 영역에 있는 사람들로, 코로나 시기 동안 집에만 있을 때는 잘 모르고 지내다가 막상 학교와 사회로 나와 적응하지 못하는 청년들이 많다”면서 “이들을 위한 지원센터를 만들고 청년취업 지원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그는 “내가 다루는 연구주제들이 시범사업으로 연결돼 준비하는 과정에서 나 역시 두려움과 부담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기적처럼 조력자가 생기고 후원자가 연결돼 사업이 진행되는 것을 경험한다”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결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니, 앞으로도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하고 성장해 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저작권자ⓒ 울산저널i.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난징의 쑨원 묘소 앞에서 [왕겅우 회고록 (26)]](https://img.joongang.co.kr/pubimg/share/ja-opengraph-img.png)
![정부, 400명 목표로 전문인력 비자… 현실은 고작 10명뿐 [심층기획-외국인 돌봄노동 시대]](https://img.segye.com/content/image/2025/12/07/20251207508333.jpg)
![세계 곳곳 흩어진 왕씨 자손들…그들이 유대를 이어가는 법 [왕겅우 회고록 (25)]](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512/06/eb3470d9-8505-4ac3-b14f-7034fe263213.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