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 0' 효과…해외주식 강자된 메리츠證

2025-09-02

주식 거래 수수료 무료 전략을 앞세운 메리츠증권이 해외주식을 비롯한 외화증권 거래 시장에서 빠르게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올해도 급증한 서학개미의 자금 유입에 힘입어 해외주식 약정 금액이 빠르게 늘면서 여타 증권사의 리테일 전략 전반에도 변화를 일으키는 모양새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전체 외화증권 위탁매매 실적 상위 5개사는 토스증권(89조 8587억 원), 키움증권(80조 2967억 원), 삼성증권(64조 1004억 원), 미래에셋증권(61조 7115억 원), 메리츠증권(55조 8837억 원) 순이다. 메리츠증권의 경우 지난해 전체 8조 1612억 원에 불과했지만, 올 들어 상반기에만 87조 7142억 원을 기록하는 등 불과 반년 만에 10배 이상 몸집을 불리면서 단숨에 '톱5'에 합류했다.

외화 채권, 펀드 등을 제외하고 해외주식 규모만 따졌을 때도 상승세가 가파르다. 메리츠증권의 월별 해외주식 약정 금액은 올 3월 10조 원을 돌파한 데 이어 7월까지 두 배 가까이 상승해 20조 원을 넘어섰다. 해당 부문에서 토스증권과 키움증권이 견조하게 1, 2위를 지키는 가운데 메리츠증권은 약 13% 점유율로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과 3위 자리를 놓고 엎치락뒤치락하는 양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주식 수수료 제로 마케팅에 3~4위까지 올라왔는데 메리츠가 네이버, 카카오, 토스 출신을 모아 새로 플랫폼을 만들고 있어 확장세가 꺽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지속적으로 늘어난 서학개미 자금이 성장 동력이 됐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서학개미의 미국주식 보관금액은 꾸준히 증가해 지난달 1336억 6126만 달러(약 186조 원)를 기록하면서 올해 월별 보관액 중 가장 많았다.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11월부터 미국 주식 매매 수수료를 전액 면제하는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내걸면서 향후 2년간 1000억 원대의 손실을 감수하고 정책을 유지하기로 했다. 이벤트 시행 후 메리츠의 외화증권 거래 규모는 지난해 4분기 6조 2787억 원을 기록하면서 이전 분기 대비 392%가량 늘었고, 올해 들어서는 분기마다 수십조 원대로 급증했다.

당초 메리츠증권이 첫 수수료 무료화를 발표했을 땐 업계에선 고객 저변을 넓힐 수 있더라도 과하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실제 과감한 투자에 따른 거래 규모의 성장이 아직 실적 개선으로는 연결되지 않았다. 메리츠증권의 올 상반기 기준 수수료 수익은 약 12억 원에 그쳤으며 이는 같은 기간 나머지 9개 증권사의 평균 실적인 503억 원에 한참 못 미친 수치다. 매매 급증에도 불구하고 무상 거래 확대에 따른 프로모션 비용 부담이 커진 탓에 단기 실적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일각에서는 한정된 이벤트 기간 탓에 이용자들을 한 곳에 묶어 놓는 '락인 효과'가 완전히 담보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그럼에도 속속 수수료 무료 경쟁에 뛰어들며 리테일 대응에 나서는 경쟁사들이 나타나면서 ‘메기 효과’를 불러온다는 평가다. 신한투자증권은 월 500억 원 한도로 하반기 국내·미국주식 수수료 무료 이벤트를, 유진투자증권은 미국주식 수수료에 대해 업계 최장인 3년 무료 혜택을 각각 내놨다.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해외주식 브로커리지 시장에서 메리츠증권이 파격적인 수수료 정책을 통해 신흥 강자로 급부상하고 있다"며 "다른 증권사들도 장기적인 고객 유치 전략을 재정비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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