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6월, 나는 28년간 셰프로 일해온 그랜드하얏트서울(하얏트) 호텔에서 희망퇴직했다. 코로나19로 2년 가까이 호텔에 손님 발길이 뚝 끊기면서 회사가 희망퇴직을 실시하자 손을 들었다.
퇴직 당시 나이는 52세. 희망퇴직으로 위로금까지 보태 손에 쥔 금액은 3억원 남짓이었다. 퇴직 한 달 만에 은행에선 대출을 상환하라는 빚독촉이 날아왔다. 대출금을 정리하고 나니 남은 건 2억여원.
국민연금 수령 나이인 64세(1965~1968년생)까지는 아직 12년 남았다. 군대 간 큰아들은 곧 전역 후 복학해야 했고, 막내딸은 아직 고등학생이었다. 퇴직금에만 기대 생활하는 건 애초에 불가능했다. 새 직장을 찾아야 했다.
당장 떠오른 건, 호텔 셰프 경력을 살려 작은 레스토랑을 오픈하는 거였다. 이미 호텔에서 최고의 기술과 서비스를 몸에 익힌 데다 내 음식을 좋아해주시는 단골 손님도 적지 않았다. 하얏트호텔은 물론, 이전 근무지였던 워커힐호텔(서울) 경력(2년6개월)까지 합하면 셰프로 살아온 세월만 30년이 넘으니 어찌 보면 퇴직금을 쏟아부어 내 이름을 건 레스토랑을 차리는 게 당연한 수순 같았다.

하지만 난 더 이상 주방 일을 하고 싶지 않았다. 수십 년간 새벽에 출근해 주방에 틀어박혀 밖에 해가 뜨는지, 눈비가 오는지도 모른 채 일만 했던 게 사실 즐겁지만은 않았다. 뭔가 다른 일을 해보고 싶었다. 가슴이 탁 트이고 자유로운 일을….
그렇게 인생 2막을 위한 새 직업을 택했다. 그리고 지금, 나의 직업 만족도는 ‘최상’이다. 출퇴근 시간도, 휴일도 마음대로 정하고 날마다 달라지는 계절의 변화도 만끽한다. 소득도 셰프 시절과 비슷한 수준이다. 나이 80~90대까지 계속 일할 수 있으니, 퇴직 고민도 사라졌다.
지금부터 잘나가던 ‘호텔 셰프 윤태삼’이 ‘○○○○ 윤태삼’으로 변신한 사연, 50대 초반 조기퇴직이 신의 한 수였던 이유, 현재 소득이 얼마나 되는지 등을 소상히 알려드리겠다.

한국의 정년은 60세죠. 하지만 정년을 채워 퇴직하는 비율은 9.3%로, 10%가 채 안됩니다. 심각한 사실은 평균 퇴직 연령이 49.4세로 정년 대비 10년 이상 빨리 직장을 떠나고 있다는 겁니다. 국민연금 수령은 65세이니, 조기 퇴직자의 소득 공백 기간이 15년 이상이란 의미입니다. 소득 공백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어떻게든 주된 직장에서 퇴직을 늦추고 정년을 채우려 몸부림치죠.
그런데 “성공적인 인생 2막을 위해선 조기퇴직도 나쁘지 않다”고 조언하는 이가 있습니다. “퇴직은 정해진 운명이니, 젊은 나이에 과감히 인생 2막을 새출발하는 게 오히려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건데요. 어떻게 이런 역발상을 하게 됐는지 들어볼까요.
은퇴Who 8회 〈목차〉
📌 나는 행복한 OOOO
📌 30년 경력 호텔 셰프, 왜 레스토랑 안 차렸나
📌 제2의 직업, 호텔에서 배운 서비스업의 연장선
📌 OOOO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 퇴직도 타이밍…“정년, 꼭 채울 필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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