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잔고 100조 돌파 K방산…최대 규모 '아덱스'서 미래 무기 선보였다

2025-10-20

20일 오후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 푸른 제복을 입고 베레모를 쓴 아랍에미리트(UAE) 군 관계자는 한화시스템의 M-SAM MFR(중거리용 다기능레이다) 앞에서 한참 동안 박혁 한화시스템 레이더사업센터장의 설명을 들었다. 박 센터장은 “직접 아부다비에 방문해 제품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고 싶다”며 설명을 이어갔고 다음 달 두바이 에어쇼에서 다시 만나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UAE에 중거리용 다기능레이다를 수출한 한화시스템이 추가 수출을 노리고 있던 차에 아덱스에서 기회를 만든 것이다.

특정 제품을 콕 집어 찾아오는 해외 군 관계자들도 눈에 띄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가방위부 방문단은 LIG넥스원 부스를 찾아와 “대포병 레이더에 관심이 있는데, 이 전시장에 있느냐”고 물었다. 부스에 관련 자료가 없었지만 사우디 방문단은 발걸음을 돌리지 않았다. 그는 “내일 다시 오면 대포병 레이더 브로슈어라도 받을 수 있느냐”고 재차 물어 약속을 잡았다.

국내 방산 4사의 수주 잔고가 100조원(올해 6월말 기준)를 넘긴 가운데, K-방산의 인기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날 아덱스에서는 한국 방산 기업의 기술력을 살펴보는 각국 군 관계자들의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24일까지 열리는 이번 행사는 35개국에서 600개 업체가 2800개 부스를 차리고 우주항공·방위산업 제품을 소개한다. 올해 전시는 직전 전시인 2023년보다 참가업체는 50여개, 부스는 500개 가량 늘어 역대 최대 규모로 개최됐다.

한화는 한화시스템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오션이 참가해 그룹 통합 전시관을 꾸렸다. 1960㎡ 규모로 역대 최대 규모다. 특히 우주항공 관련 기술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화시스템은 400㎞ 초저궤도 상공에서 지상의 휴대폰·생수병 같은 15㎝ 크기의 물체도 정밀하게 식별할 수 있는 위성(VLEO UHR SAR)의 실물 모형을 국내 최초로 공개했다. 이 위성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알려진 25㎝급 SAR 위성 해상도를 뛰어넘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미국 제너럴아토믹스와 공동개발 중인 단거리 이착륙 무인기 ‘그레이 이글스(Gray-Eagle) STOL’의 모형을 공개했다. 긴 활주로가 없어도 이·착륙이 가능해 인프라가 부족한 해군·육군 등에서 정찰·공격용으로 쓸 수 있다. 향후 개발 예정인 첨단 항공엔진 모형도 선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좋은 전투기를 만들어 수출하려 해도, 외국산 엔진이 탑재돼 있으면 수출 자체가 불가능할 수 있다”며 “향후 엔진 개발이 시작되면 수출은 물론이고, 경제적 파급 효과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LIG넥스원은 전쟁터에 혁신 기술을 결합하는 무인화 솔루션을 선보였다. 실물 크기의 드론과 드론 탑재용 미사일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LIG넥스원 관계자는 “드론용 미사일은 가볍고, 간단하고, 저렴해야 하는데 현대전에서 드론에 장착될 수 있는 무기는 아직 제한적”이라며 “시험발사를 마치고 수출형으로 개발 중”이라고 설명했다. LIG넥스원은 차세대 무인 차량 ‘지-스워드(G-Sword)’의 콘셉트카도 선보였다.

현대로템ㆍ현대위아ㆍ기아 등 현대차그룹 계열사도 통합 전시관을 꾸렸다. 기아는 타스만의 군용 지휘차 실물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현대로템은 다목적 무인차량 HR-셰르파를 공개했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셰르파는 6개월 동안 실제 군에서 운용하며 좋은 피드백을 받았다”며 “이 플랫폼으로 소방 로봇을 만들어 지하주차장 화재시 불을 끄는 무인 차량을 만들어 올해 소방청에 납품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대위아는 기존 자주포 무게를 절반 이상으로 줄이고, 소형 전술차량에 탑재한 ‘경량화 105㎜ 자주포’를 실물 공개했다. 최대 사거리 18㎞인 자주포는 전시 상황에서 사격 지휘차량ㆍ탄약 운반차량까지 3종이 함께 운용하도록 구성했다. 가벼워진 무게 덕분에 헬기를 통한 공중 수송도 가능한 게 특징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국내 방산 빅4로 꼽히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LIG넥스원, 현대로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수주 잔고는 103조4766억원으로, 100조를 돌파했다. 향후 4~5년간 먹거리는 확보된 셈이다. 정부는 지난해 기준 57억 달러(약 8조922억원)이었던 방산 수출을 2027년까지 200억 달러(약 28조3900억원) 규모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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