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년 창립 50주년을 맞는 애플을 둘러싼 위기감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수년간 애플에서 핵심 역할을 맡아왔던 임원들이 잇따라 이탈하는 ‘엑소더스’ 현상에 불안감이 확산하면서다. 2000년대와 2010년대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연이은 성공을 바탕으로 글로벌 기술 산업의 정점에 올라섰던 애플은 인공지능(AI) 시대로 접어든 후 존재감을 보이지 못하며 혁신의 흐름에서 낙오하고 있다는 비판이 잇따른다.
6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애플의 하드웨어 기술 부문 수석부사장인 조니 스루지가 조만간 회사를 떠날 것으로 전해졌다. 2008년 애플에 입사한 그는 1세대 아이폰에 사용된 자체 칩 ‘A4’를 개발했으며 팀 쿡 최고경영자(CEO)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다. 하지만 최근 쿡과 동료들에게 이직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쿡 CEO가 파격적인 보상과 권한 확대를 제안하는 등 그를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스루지 부사장의 마음을 돌리기 쉽지 않다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스루지 부사장의 퇴사 소식이 알려지며 애플 내부에서는 어느 때보다 불안감이 감돌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애플을 이끌어온 핵심 임원들이 줄줄이 떠나고 있다는 점에서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쿡 CEO의 후계자로 꼽히던 제프 윌리엄스 최고운영책임자(COO)가 지난달 은퇴한 데 이어 7년 넘게 AI 조직을 총괄했던 존 지어넌드리아 수석부사장도 회사를 그만뒀다. 2017년부터 법무 총괄을 맡아온 케이트 애덤스 수석부사장 역시 자리에서 물러나기로 했으며 환경·정책·사회사업 담당이었던 리사 잭슨 부사장은 조만간 떠날 예정이다. 블룸버그는 “애플은 실리콘밸리에서 안정성의 상징으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수십 년 만에 가장 큰 지각 변동을 겪고 있다”며 “C레벨에서 이 정도 규모의 이탈은 극히 이례적”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중간 관리자와 실무진의 인력 유출까지 고려하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는 평가다. 비즈니스 네트워킹 플랫폼 링크트인에는 최근 몇 달 새 오픈AI·메타 등 경쟁사로 이직한 애플 엔지니어·디자이너의 사례가 연이어 올라오고 있다. 기술기업의 경쟁력이 결국 핵심 인재에서 나온다는 점을 감안하면 애플의 현 상황을 가볍게 볼 수 없다는 경고가 나온다.
애플은 정보기술(IT) 혁신의 상징이었다. 2007년 아이폰을 시작으로 아이패드·애플워치 등이 연이어 대박을 치면서 애플은 세계에서 가장 몸값이 비싼 기업이라는 명성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AI가 산업의 중심축으로 떠오르면서 애플의 존재감은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오픈AI에 대한 대규모 투자로 AI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으며 구글은 자체 AI 모델 제미나이가 성과를 내면서 ‘왕의 귀환’이라는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애플의 도전은 번번이 실패하며 ‘혁신의 아이콘’이라는 별칭이 무색하게 됐다. 대표적 사례가 음성 비서 ‘시리’의 업그레이드 지연이다. 애플은 시리를 개인 맞춤형 AI로 재탄생시키겠다고 장담했지만 현재까지 새 기능 출시는 연기된 상태다. 그사이 애플은 엔비디아에 밀려 시가총액 1위 자리를 내줬고 알파벳(구글 모회사)과의 시총 격차도 2000억 달러 수준으로 좁혀졌다. 본업인 스마트폰에서도 불안한 조짐이 이어지고 있다. 초슬림 디자인을 앞세운 ‘아이폰 에어’는 기능 저하 논란이 불거지며 기대 이하의 판매 성과를 기록했고 결국 생산 축소에 들어갔다.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 중국에서도 상황은 녹록지 않다. 시장조사 업체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애플은 중국 업체 비보에 시장 1위 자리를 빼앗겼고 올해 3분기 점유율은 약 13%에 그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 업체들이 AI 기능과 폴더블폰 등 신기술을 앞세워 애플 충성 고객까지 흡수할 만큼 경쟁력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애플은 혁신가들을 잃었고 경쟁사는 이들을 흡수해 디지털 기기 시장의 패권을 노리고 있다”며 “애플 비즈니스 모델이 중대한 분수령에 와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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