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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서 책을 쓰면서 ‘내 이야기에 누가 공감이나 해줄까’ 싶었는데, 7000마일 떨어진 한국까지 오게 됐습니다.” 지난 8일 서울 광화문, 25만부가 팔린 베스트셀러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저자 패트릭 브링리(42)는 한국 독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주간지 뉴요커의 마케팅 담당자였던 저자는 25세 때 형을 암으로 잃은 뒤 사표를 썼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경비원이 된 그는 그렇게 제복의 익명성 속에 숨은 채 가만히 10년을 보냈다. 그 치유의 회고록은 미국에서보다 한국에서 10만부 이상 더 나갔다.
한국에서 그는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아 반가사유상 앞에서 한참을 보냈다고 한다. 독자들과 만남에서 그는 “난 10년 동안 아무것도 이루지 않았다”며 “아무 것도 손에 들지 않고 고개 들고 세상을 바라보는 게 내역할이었다”고 전했다. 본지와 인터뷰에선 “작가가 되는데 최고의 직업은 경비원이었다”며 “충분히 생각할 수 있었고, 글을 쓸 수 있었다. 인생이란 어디로 흘러갈지 모르니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시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지.
책을 쓴 계기는.
“(경비원) 근무 6년 차쯤에 처음으로 책을 생각했다. 점심시간, 퇴근 지하철에서 쓰고 또 썼다. 처음엔 ‘메트로폴리탄 경비원의 미술관 가이드’ 같은 걸 생각했는데 뒤죽박죽이 되더라. 나만의 목소리를 고민하다 형에 대한 이야기, 상실의 이야기를 담은 회고록이 완성됐다.”
첫 책으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다.
“집을 치우고, 요리와 빨래를 할 땐 내가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생각은 잘 안 든다. 쓰는 것이 일이 됐고, 조용히 나 자신과 마주하며 다른 책을 쓰려 노력 중이다.”
두 번째 책은 무슨 내용인가.
“보는 것, 예술을 보는 관점에 대한 책이다. 예술 앞에서 온전히 나 자신을 대면하고, 나만의 관점 갖기. 예술을 어떻게 볼 건지, 나아가 세상을 어떤 관점으로 볼 수 있을 지에 대해 쓴다.”
책에서 그는 미켈란젤로가 밑작업을 해내며 570일을 보낸 끝에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화를 완성한 이야기를 썼다. 반복적이고 지루한 노동의 겸허함을 말했다.
하루의 일, ‘조르나타’에 대해 썼다. 당신만의 조르나타는.
“매일 쓰고자 한다. 하루 중 일정 시간은 인터넷도 끊고 글쓰기만 한다. 결과물에 대해 너무 걱정하지 말고 하루의 과정을 다하면 좋은 결과가 되리라 믿고 최선을 다하려 한다.”
형을 잃고 슬픔에 빠진 25세의 자신에게 해주고픈 말은.
“아무 말도 안 할 것 같다. 누군가의 지혜가 도움이 될 수도 있겠지만 슬픔에서 빠져나오는 데는 시간이 걸리고, 스스로 회복하는 방법을 찾아야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