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이번엔 '헐값 렌트' 논란... 재고 밀어내기 안간힘? [시경pick]

2024-11-15

'청라 전기차 화재' 이후 파격 이벤트 잇따라

최대 딜러사 한성차... 임직원 대상 '반값' 할인

최근 주요 전기차 모델 '장기 렌트' 대폭 할인

모델 따라 최대 9천만원 할인... 기존 고객 '불만'

업계 "선출고 방식 '밀어내기' 분명... 재고 떨이"

"기존 EQ 구매한 소비자만 호구" 원망 게시물도

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가 EQ 전기차 모델을 대상으로 최대 50%에 달하는 대규모 할인 판매와 무보증 장기 렌트 프로모션을 진행하면서, 업계 구태인 '차량 선출고'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이같은 파격 할인 이벤트의 배경을 놓고 두 가지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하나는 손상된 브랜드 이미지 회복을 위한 전략적 마케팅이라는 분석이다. 벤츠는 올해 7월 인천 청라 아파트단지서 발생한 자사 전기차 EQE 모델 화재 사건으로 브랜드 신뢰도에 깊은 내상(內傷)을 입었다. 여론의 뭇매를 맞으면서 손상된 브랜드 이미지 회복을 위해 파격 이벤트에 나섰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벤츠가 수입차 판매 순위 경쟁에서 BMW를 제치기 위해 '차량 밀어내기'와 '선출고' 카드를 꺼내든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선출고'는 고객에게 차량이 인도되기 전, 등록절차가 마무리된다. 즉 수입차 업계의 신차 판매 등록대수 집계에 포함된다. 기업 입장에서는 판매 부진과 재고 누적을 일거에 해소할 수 있지만, 시장질서를 교란한다는 점에서 그 위법성이 문제된다.

어떤 이유로든 벤츠 측이 판매가를 대폭 내리면서 기존 EQ 모델 구매자들의 불만은 크게 치솟고 있다. 실추된 이미지 회복과 수입차 판매량 유지를 위해 준비한 이벤트가 되레 기존 충성 고객의 등을 돌리게 하는 모순에 빠진 셈이다. 앞서 벤츠코리아 국내 최대 딜러인 한성자동차도 소속 임직원을 대상으로 벤츠 전기차 '반값' 할인 판매를 진행, 잡음을 초래했다. 한성차의 이벤트 기간은 올해 9~10월 사이였다.

☞관련기사: [단독] 벤츠 한성차, 임직원에 '전기차' 반값 할인... 땡처리 꼼수 논란

최근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에서 '벤츠 전기차 무보증 장기 렌트 혜택'을 주제로 한 게시글을 찾는 건 어렵지 않다. 관련 글은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면서 누리꾼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장기 렌트 업체들이 제시한 조건표를 보면 EQ 렌트 프로모션은 60개월 무보증으로 진행되는 것이 특징이다. EQB 300 AMG LINE은 차량 판매가격이 8200만원이지만 장기 렌트 이용 시 2952만원을 할인 받을 수 있다. 월 대여료는 74만원. 판매가 1억990만원인 EQE 350 SUV 할인금액은 3956만원이다. 월 렌트 이용료는 107만원. 판매가 2억2500만에 달하는 EQS 680의 경우, 책정된 할인액이 9388만원이다.

통상적으로 렌트 비용에는 보험료, 자동차세 등이 모두 포함된다. 전기차의 중고 감가상각률을 고려하면 이벤트 렌트 가격은 상당히 매력적이다. 가격 정책이 워낙 파격적이다 보니 "아반떼, 쏘나타를 빌리는 금액으로 벤츠를 내 차처럼 탈 수 있다"는 말까지 들린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기존에 EQ 구매한 소비자만 호구가 됐다", "인기가 떨어지니 차량 떨이에 나선 것 아니냐"는 원망 섞인 게시글이 올라오고 있다.

벤츠는 인천 청라 전기차 화재 사고 여파로 판매량이 급감했다. 청라 화재 사고가 발생한 올해 7월, 월별 수입차 판매 1위는 BMW였다. 벤츠는 2위로 밀렸다. 같은 기간 두 회사의 판매대수는 각각 6380대, 4369대였다. 8월에도 BMW는 월 판매량 5880대를 기록하면서 벤츠(5286대)를 누르고 1위 자리를 지켰다. 업계는 이런 추세가 상당기간 이어질 것으로 봤다.

그러나 9월 벤츠는 8382대를 팔아 수입차 판매 1위를 탈환했다. 같은 달 BMW 판매대수는 7082대에 머물렀다. 지난달에도 벤츠는 6427대를 팔아 1위를 수성했다. 업계는 한성자동차의 임직원 대상 반값 할인과 벤츠코리아의 무보증 장기 렌트 이벤트 시기가 공교롭게도 겹친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완성차 브랜드 관계자 A는 '선출고' 방식의 장기 렌트는 수입차 판매 경쟁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귀띔했다. 아래는 A의 발언 중 일부.

"벤츠와 BMW의 순위 싸움은 적게는 100여 대로 결정될 만큼 치열하다. 벤츠가 (겉으로는) 순위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최고라는 브랜드 이미지와 자존심에 신경을 쓴다는 사실은 업계에서 유명한 얘기."

A는 "선출고 방식으로 나간 차량은 판매대수에 집계되는 '밀어내기'가 분명하다. 벤츠 입장에서는 재고를 처리하는 동시에 순위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방법으로 이용하지 않았나 싶다"라고 풀이했다.

다른 완성차 브랜드 관계자 B는 "할인을 해서라도 밀어내기를 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이득이 된다는 판단을 한 것 같다"며 "때문에 후폭풍을 감안하더라도 이런 무리한 프로모션을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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