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꼬대가 열쇠였다”…국내 연구진, 파킨슨병 발병 기전 차이 밝혔다

2025-08-06

국내 연구팀이 ‘잠꼬대’로 불리는 렘수면행동장애(RBD) 동반 여부에 따라 파킨슨병의 발병 기전이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서울대병원 공동 연구팀은 파킨슨병을 렘수면행동장애 여부에 따라 하위 그룹으로 구분하고 각 그룹에서 나타나는 대사체 차이를 분석하기 위해 비표적 대사체 분석을 실시한 연구 결과를 4일 발표했다.

연구 결과 파킨슨병은 렘수면행동장애 동반 여부에 따라 ‘몸에서 시작되는 유형’과 ‘뇌에서 시작되는 유형’으로 발병 경로가 달라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팀은 파킨슨병 환자를 렘수면행동장애 유무에 따라 나눠 혈액 속 대사체를 비교 분석했다. 머신러닝 모델까지 적용해 4개 그룹을 정확히 분류한 결과, 렘수면행동장애가 있는 파킨슨병 환자와 그렇지 않은 환자 간 대사체 특징이 크게 다르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파킨슨병은 뇌에서 도파민 신경세포가 서서히 파괴되면서 발생하는 신경퇴행성 질환이다. 주요 증상으로는 떨림, 근육 경직, 동작 느림 등이 있으며 비운동 증상으로 변비, 후각 저하, 수면장애 등이 포함된다. 파킨슨병은 65세 이상 인구의 약 1%, 80세 이상에서는 약 3% 발생하는 흔한 질환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렘수면행동장애를 동반한 파킨슨병 환자는 장내 미생물에서 유래한 대사체(크레솔 황산염, 2차 담즙산 등)가 크게 증가했다. 이는 파킨슨병이 ‘장-뇌 축’을 따라 몸에서 시작돼 뇌로 진행되는 유형임을 보여준다. 반면 렘수면행동장애가 없는 파킨슨병 환자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과 혈당이 높고, 카페인·이노신·요산 등은 감소하는 양상을 보였다. 이는 ‘뇌에서 시작되는’ 파킨슨병의 특징으로 분석됐다.

이번 연구는 파킨슨병이 단일 질환이 아니라 서로 다른 발병 경로를 지닌 두 가지 아형으로 존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장내 미생물이 발병 원인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규명되면서 조기 진단 및 맞춤형 치료 개발의 기초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한준 서울대병원 교수(신경과)는 “렘수면행동장애가 있는지 여부가 파킨슨병 발병과 진행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임을 세계 최초로 입증했다”며 “이번 연구는 장내 미생물에서 유래한 대사체가 파킨슨병의 중요한 생물학적 표지자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하며 앞으로 조기 진단과 개인별 치료법 개발에 큰 기여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NPJ 파킨슨병(NPJ Parkinson’s Disease)’ 최신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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