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예산 7년만 최대폭 인상…남북협력기금 늘고 ODA는 5년만에 칼질

2025-08-29

정부가 내년도 국방 예산을 올해와 비교해 8.2% 늘어난 66조 2947억원으로 편성했다. 7년 만의 최대 인상 폭이다. 최근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밝힌 국방비 증액 기조가 실제 예산안에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29일 ‘2026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국방예산은 8.2% 증가해 정부 총지출 증가율(8.1%)을 웃돌았다. 이는 2008년(8.7%) 이후 최고치이자 문재인 정부가 2019년 예산안에서 8.2%를 증액한 이후 7년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지난 25일(현지시간) 이 대통령은 미국 워싱턴DC의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설에서 "한국은 한반도 안보를 지키는 데 있어 보다 주도적인 역할을 앞으로 해 나갈 것"이라며 "국방비를 증액하겠다"고 말했다. 미국의 요구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국가들은 최근 국방예산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5%로 확대하기로 했는데,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 등 다른 동맹에도 이를 압박하고 있다.

내년에 늘어나는 국방 예산은 초급간부 처우 개선과 장병 복지 증진에 투입될 예정이다. 또 한국형 차세대 스텔스 전투기 및 AI(인공지능)·드론·로봇 투자 등 첨단무기 연구개발에도 비중 있게 쓰일 계획이다. 국방 예산 중 장병 인건비 등 군사력 운영을 위한 전력운영비는 올해보다 6.3% 증가한 46조 1203억원, 무기 구매 등 방위력개선비는 13.0% 증가한 20조 1744억원으로 편성됐다.

이재명 정부가 남북 간 신뢰 회복을 통한 관계 개선에 방점을 찍는 가운데 통일부 소관 남북협력기금 예산은 3년 만에 다시 1조원 대로 회복했다. 남북 대화 및 교류·협력 활성화의 재정적 기반이 되는 남북협력기금은 올해 예산(8008억)보다 25.2% 증액해 1조 25억원이 됐다. 북한이 아직 남북 간 단절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선제적 예산 편성이 이뤄진 셈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남북관계를 복원하고 무너진 한반도의 평화 공존 체제를 재구축해야 한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북 대화 재개 시 이뤄질 각종 사업에 쓰는 남북협력기금 사업비 중에는 구호지원 등 인도적 문제 해결을 위한 예산이 6810억원(68.1%)으로 가장 비중이 높았다. 다음으로 남북경제협력 등 3037억원(30.4%), 남북사회문화교류 104억원(1.0%) 등이 포함됐다.

반면 올해 30억 원이 편성됐던 민간단체의 북한 인권 증진 활동 보조 예산은 전액 삭감됐다. 남북관계 개선에 초점을 맞추느라 인류 보편적 가치인 인권 문제를 소홀히 여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외교부의 경우 공적개발원조(ODA) 예산이 대폭 깎였다. 내년도 ODA 예산은 올해 2조 8093억원에서 내년 2조 1852억원으로 약 22%(6241억 원) 줄었다. 최근 5년 동안 꾸준히 늘던 ODA 예산이 삭감된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가치 외교’ 아래 ODA를 확대했다면, 이재명 정부는 ‘실용 외교’를 앞세워 국익과 연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ODA 정책을 전환하려 한다는 분석이다.

인도적 지원 예산도 올해 6702억원에서 내년 3255억원으로 반 토막이 났다. 삭감 배경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코로나 19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늘어난 인도적 지원 수요에 따라 예산이 편성됐지만, 이미 집행을 마쳤거나 공약 이행도 완료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외교부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대미 외교 관련 예산을 올해 51억원에서 내년 75억원으로 대폭 늘렸다. 외교부 당국자는 “한·미 동맹을 미래형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정세 분석 능력을 강화하고, 한·미·일 고위급·실무 협의 및 미 주 정부·주 의회와의 네트워킹 예산이 포함됐다"며 "미 행정부와 의회의 경제 입법·정책 동향을 모니터링하고 우리 기업 활동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제도 변화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한 예산도 늘었다"고 설명했다.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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