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년 주주총회 시즌이 다가오면 익숙한 장면이 되풀이된다. 기관투자가는 “원칙에 따른 판단이었다”고 설명하고 기업은 “그 원칙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고 토로한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본래 기관투자가가 책임 있는 주주로서 기업 가치를 높이고 궁극적으로 수익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기관투자가들은 저마다 의결권 행사 기준을 갖고 있다고 말하지만 그 기준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적용되는지는 외부에서 명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특히 이사의 선임, 배당정책, 정관 변경 등 기업 입장에서 중대한 안건에 대해 기관투자가가 반대할 때조차 그 사유는 대체로 추상적인 표현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기업은 그러한 추상적 설명을 바탕으로 스스로 개선 방향을 추측하고 대응책을 마련할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불투명한 구조가 매년 반복되며 제도의 신뢰성을 약화시키고 있다.
의결권 자문사의 영향력 또한 간과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세계적으로 영향력이 큰 의결권 자문사인 ISS나 글래스루이스의 권고는 단순한 참고 자료를 넘어 사실상의 판단 기준으로 작용한다. 특히 규제 환경이나 사업 구조가 복합적인 업종의 경우 획일적인 기준으로는 기업의 실질 가치를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고 이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소통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권고의 설득력 또한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들의 기준이 본질적으로 문제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그것이 국내 기업의 지배 구조나 제도적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는지, 개별 기업에 대한 실질적인 조사와 이해를 바탕으로 이뤄졌는지, 나아가 관련 이해관계자들과의 충분한 소통을 통해 형성된 것인지도 별도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
행동주의 주주의 활동에서도 비슷한 문제를 찾아볼 수 있다. 그들이 지향하는 장기적인 기업 가치 제고라는 목표에 이견은 없지만 때로는 비교적 사소한 쟁점이 과도하게 분쟁화되거나 대화로 해결 가능한 사안이 공개적 압박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행보는 시장에 불필요한 긴장 신호를 줄 수 있으며 오히려 건설적 논의의 여지를 좁힐 수 있다. 따라서 공개적 문제 제기가 필요한 사안과 협의를 통해 조율할 수 있는 사안을 구분하는 노력이 제도의 성숙을 위해 필요하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제도의 방향을 단정하기보다는 그 운용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드러나는 현상을 되짚어보자는 데 의미가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가 안정적으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이 같은 성찰과 점검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해외의 사례는 적절한 참고가 될 수 있다. 영국·일본·독일·싱가포르 등은 이미 스튜어드십 코드를 개정하며 기관투자가의 책임 범위를 명확히 하고 의결권 행사에 대한 설명 책임과 기업과의 건설적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 이는 스튜어드십 코드가 단순히 원칙의 형식적 준수를 점검하는 체크리스트에 그쳐서는 안 되며 기업의 실질적 성과와 장기적 가치 창출 역량을 충실히 평가하고 이를 견인하는 기제로 기능해야 한다는 치열한 고민의 결과로 해석된다.
스튜어드십 코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단순한 규제 강화나 개입 확대를 논의하기보다 명확한 책임 규정과 충실한 소통 체계 구축이 우선돼야 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누가 옳은가’가 아니라 현재의 스튜어드십 코드가 시장의 신뢰 속에서 ‘얼마나 일관되게 작동하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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