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 시간) 100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생전 전 세계 많은 이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은 인물이다.
‘철의 여인’이라 불린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는 회고록 ‘다우닝가 시절(Downing Street Years, 1993)’에서 “지미 카터를 좋아하지 않는 건 불가능하다”며 “그는 독실한 크리스천이자 진정성을 가진 남자”라고 평했다. 그는 이어 “그는 정치인 중에는 드물게 과학과 과학적 수단에 대한 이해도를 갖춘 뛰어난 지성을 가진 사람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대처재단이 2010년 공개한 기록에 따르면 대처 전 총리와 카터 전 대통령은 1979년 발생한 이란 인질 사건 때 사사건건 충돌하며 갈등을 빚은 바 있다.
흑인 인권운동가 마틴 루서 킹 주니어 목사의 부친 킹은 카터 전 대통령이 취임하기 이전인 1976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신이 우리에게 지미 카터를 선물해 미국을 원래의 자리로 되돌아가도록 했다”고 언급했다. 40여 년이 후 킹 주니어 목사의 딸 버니스 킹 역시 카터 전 대통령에 대해 “사랑을 주고받는 커뮤니티에 대한 갈망을 가진 위대한 남성”이라고 칭했다.
민주당 빌 파스크렐 하원의원은 트위터(현 X)에서 카터 전 대통령을 “친절함 너그러움, 품위의 표본”이라고 평했고 실라 잭슨 리 하원의원도 그를 “미국에서 가장 배려심 깊은 대통령”이라고 말했다. 미 NBC 소속 언론인 마이크 싱턴은 카터 전 대통령의 격의 없는 모습을 재조명했다. 싱턴이 트위터에 올린 영상에서 카터 전 대통령은 같은 비행기에 탄 승객들과 일일이 악수를 주고받으며 밝은 미소를 전했다.
다만 카터 전 대통령은 정치적 행보에 대한 각계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미국의 유진 매카시 전 상원의원은 1980년 카터 전 대통령을 일컬어 “역대 최악의 대통령”이라며 “미국을 국내외에 도사린 적의 자비에 의존하도록 내버려 뒀다”고 지적했다. 엘살바도르에서 군사독재 항거에 앞장섰던 오스카 로메로 대주교는 1980년 카터 전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에서 자국에 대한 군사 지원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로메로 대주교는 그해 3월 군부에 무고한 시민들을 죽이는 일을 그만두라고 요구한 다음 날 암살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