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 1위 ‘하얼빈’ 현빈 “안중근 캐스팅 여러번 고사…누 되지 않으려 진심을 다했다”

2025-01-06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 의거를 그린 영화 <하얼빈>이 새해 극장가에 모처럼 훈풍을 불어넣고 있다. 관객 4명 중 1명은 ‘하얼빈행’ 티켓을 산다. 6일 영화관입장권통합전상망에 따르면 <하얼빈>은 누적 관객수 367만명을 기록하며 2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지켰다.

<하얼빈>의 흥행을 맨앞에서 이끄는 것은 역시 배우 현빈(43)이다. 최근 만난 현빈은 안중근을 연기하는 일이 만만치 않은 일이었음을 털어놨다.

실존 인물, 그중에서도 온 국민에게 존경받는 영웅을 연기하는 데는 굉장한 용기가 필요했다. 실제 현빈은 우민호 감독의 캐스팅 제안을 여러 차례 고사했다. “안 장군의 상징성과 존재감이 너무 커 감히 표현할 수 없는 범주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 감독은 포기를 몰랐다. 시나리오를 조금씩 수정해 보내고, 거절당하면 다시 수정해 보내기를 여러 번 반복했다.

결국 현빈이 마음을 바꿨다. “감독님이 저를 이만큼 믿어주시는구나 생각했어요. 한편으론 궁금해지더라고요. 이런 분을 연기할 기회를 얻는 배우가 얼마나 될까. 감독님께 ‘뜻을 굽히지 않고 제안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영화 속 안중근은 빈틈없이 완벽한 위인보단 한 명의 인간에 가깝다. 자주 고뇌하고 때론 나약함을 노출한다. 사람을 믿어주는 휴머니스트지만, 이로 인해 동지들을 잃은 뒤에는 고통에 몸부림친다. 거사를 앞두고 동지 최재형(유재명) 앞에 작게 웅크려 몸을 떠는 장면은 그 안의 나약함을 드러낸다.

“안 장군을 비롯한 독립투사들 모두 평범한 인간이잖아요. 한 치 앞도 모르는 상황 속에서 인간적으로 두려움을 느끼지 않았을까요. 나로 인해 동지가 희생당했을 땐 미안함과 죄책감이 있었을 테고요. 이런 모습을 표현하는 것이 목적이었습니다.”

<하얼빈> 개봉 후 관객 반응은 다소 엇갈렸다. 액션 블록버스터보단 연극에 가까운 담담한 연출 때문이다. 안중근과 동지들이 폭약을 구하러 가는 긴 여정을 성실히 따라가는가 하면,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의거 장면은 부감(높은 위치에서 피사체를 내려다보며 촬영하는 것)으로 다소 거리를 둔 채 담았다. 현빈은 “꼭 필요한 장면이자 연출”이었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빠른 것에 익숙해져서 늘어진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분명 계시겠죠. 하지만 그 여정은 영화가 보여주는 것보다 훨씬 길었을 거예요. 영화 안에서도 녹아있지만 (하얼빈 의거는) 장군님 혼자 한 일이 아니거든요. 수많은 분들이 희생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는 것을 보여드리려고 했습니다.”

현빈은 인터뷰 내내 안중근에 대해 ‘장군님’이라는 호칭을 썼다. 자신이 분한 위인에 대한 존경이 묻어나는 대목이지만 해당 인물에 대한 현빈의 해석을 보여주기도 한다. “안 장군은 철저한 군인이었어요. 대한의군 참모 중장으로서 나라를 지키기 위해 임무(하얼빈 의거)를 수행했고 이후에도 군법으로 재판받고 싶어 하셨죠. 저는 그 지점을 더 이야기하고 싶어요.”

안중근으로 분한 넉 달의 시간은 그에게 많은 흔적을 남겼다. 촬영을 끝냈을 때 현빈은 왈칵 눈물을 쏟았다. 홀가분하기보단 여전히 무거운 무언가가 자신을 누르는 듯했다고 회고했다. 영화가 관객과 만나고 있는 지금 그에게 남은 것은 그저 ‘감사’다.

“감사함이 제일 커요. 앞만 보고 주변을 돌아보지 못하고 살았는데 <하얼빈>을 통해 (순국선열을) 기억하고 감사해야겠다고 생각했죠. 개인적으로는 제가 진심을 다했다는 점이에요. 매 작품 진심을 다한다고 했지만, 이번에야말로 어느 한 부분도 누가 되지 않으려고 진심을 다한 것 같아요. 이 경험이 저에게 분명 또 다른 영향을 줬을 거라고 봐요.”

2003년 데뷔한 현빈은 올해로 데뷔 23년 차 배우가 됐다. “대사 톤, 눈빛, 말하는 모양새나 걸음걸이라도 조금씩은 달라진 모습”을 보이려 애쓰며 살아온 세월이다. 그 사이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 속 ‘꽃미남’은 40대에 접어들었다. 결혼을 했으며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됐다. 그는 요즘 ‘좋은 어른’이란 무엇인가에 관해 생각한다.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어떤 게 정답일까’ 계속 생각해요. 어떤 아빠가 되어줘야 하는지에 대해서도요. 답은 못 찾았어요. 계속 찾아야겠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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