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서도 고위험 산모 받아주는데 없어" 한탄…전국 7.8%만 대처 가능

2025-11-25

"산후 출혈이 온 굉장히 심각한 상황에 있는 산모를 받아주는 응급실이 없었어요."

유튜브 구독자 263만 명을 보유한 방송인 임라라씨는 최근 쌍둥이를 출산한 뒤 산후 출혈(분만 후 출혈)로 여러 병원을 전전한 경험을 털어놓으며 이렇게 말했다. 산후 출혈 등 분만 합병증은 전체 모성 사망의 34.8%(2021년 기준)를 차지할 정도로 산모에게 치명적인 질환이다.

임씨는 "받아준다는 병원이 아예 없어서 (거주지인 서울 강남에서) 40분 떨어진 출산 병원으로 갔다"며 "'근처에 병원이 이렇게 많은데 왜 (산모를) 안 받는지 이러면 누가 아이를 낳지'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답답함을 드러냈다. 임씨는 다태아 분만 권위자인 전종관 이대목동병원 산부인과 교수의 응급 처치를 받고 고비를 넘겼다. 임씨는 "교수님이 새벽에 오는 걸 보고 산과가 정말 고생한다는 생각을 했다. 이 분야는 정말 열악하다"라고 말했다.

해당 영상은 25일 기준 조회 수 219만 회를 기록하고 있다. 댓글 창에는 "저출산 해결을 위해 예산을 쏟아붓는 나라에서 산모가 갈 응급실이 없다니", "지방도 아니고 서울 강남인데 받아줄 병원이 없다니 충격"이라는 반응이 이어졌다.

200만 유튜버 한탄한 산과 어려움…대책은

의료계는 임씨 사례처럼 고위험 산모의 응급 진료가 늦어지는 원인으로 분만 인프라의 붕괴를 지목한다. 대한산부인과학회(학회)가 지난 22일 대한의학회 '필수의료 회복을 위한 정책 포럼'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분만 의료기관은 2003년 1371곳에서 2023년 468곳으로 줄어 20년 만에 65.9% 감소했다. 학회는 "분만을 수행하는 종합병원의 감소는 산과적 응급상황에 대한 대처 능력 저하로 연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산과(産科) 전문의 부족도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학회가 2019년 실시한 설문에서 산부인과 전문의 684명 가운데 290명(42.4%)은 "분만을 담당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같은 조사에서 산부인과 전공의 57%는 전문의 수료 이후 분만을 맡지 않겠다고 밝혔다. 교수 인력 후보군인 산과 전임의 수는 2021년 45명, 2022년 36명, 2023년 23명, 2024년 12명으로 매년 줄고 있다. 학회는 "향후 상급종합병원도 진료 차질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해 대학별 산과(모체태아의학) 전임 교원 수는 전국 129명에 불과했다. 서울 '빅5' 병원 한 산부인과 교수는 "이 정도면 과 소멸 단계"라고 우려했다.

분만 기관과 분만 의사 감소는 분만 관련 응급 의료 체계 약화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9월 학회가 전국 대학병원에서 고위험 산모와 태아 진료를 담당하는 산과 교수 111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 68.7%가 2명 이하의 교수 인력으로 고위험 산모 진료를 맡고 있다고 답했다. 특히 23.1%에 해당하는 15개 병원은 교수 1명이 분만실을 책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회는 산후 출혈 등 고위험 산모의 전원과 치료를 안정적으로 담당하려면 산과 전문의 최소 6명 이상이 필요하다고 보지만, 이 기준을 충족하는 병원은 전국 7.8%에 그쳤다. 이 때문에 응답자 84.7%는 '응급 상황에 대처할 전문 인력 부족'을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았다.

산부인과 전문의인 최안나 강릉의료원장은 "의사들이 분만을 포기하는 결정적인 이유는 의료사고에 대한 형사 책임 문제"라며 "분만은 의사가 최선을 다해도 예측하지 못하는 위험이 적지 않다. 산모와 아기를 살리고 싶어하는 의사들이 소신 있게 진료할 수 있도록 국가가 형사 책임을 면제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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