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호칼럼] AI시대에 다시 뜨는 원전

2025-04-13

반원자력정책 폈던 유럽 국가들

‘전기 먹는 하마’ AI 빠른 확산에

탄소 배출 없는 원전 건설 늘어

韓도 국가 에너지 주권 강화해야

2024년 3월 21일 원자력에너지 정상회의(Nuclear Energy Summit 2024)가 처음으로 벨기에 브뤼셀 엑스포에서 개최되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벨기에가 공동으로 이 행사를 개최했다. 당시 필자는 대한민국 수석대표로 참석하여 정부의 원자력 정책과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대한민국의 구상에 대해 연설을 했다. 유럽연합의 여러 나라를 포함하여 38개국이 참석하여 원자력의 역할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전달했고, 화석 발전에서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을 위해 원자력을 발전시키고자 하는 국가 간 협력 제고를 강조했다. 특히 2023년 12월 개최된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원자력을 청정에너지 전환의 필수 요소로 인정하고, 2050년까지 원자력발전 용량을 3배 확대하겠다는 선언의 연장선에서 원자력 확대 이행 의지를 다지는 계기가 되었다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과거 유럽 국가들은 대체로 반원자력 정책을 펼쳤으나 이제는 소형 모듈형 원전(SMR)을 포함한 원자력발전소의 건설을 검토하는 국가들이 늘어나고 있다. 유럽은 풍력 발전이 활성화된 지역이지만 원자력발전을 늘리겠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독일은 2000년부터 2023년까지 원자력발전 비중을 줄이다가 원전 제로 상태를 만들었다. 이는 제조업 강국 독일의 경쟁력 저하를 가져왔고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 발전에도 걸림돌로 작용하기 시작했다. 결국 제조업 경쟁력이 크게 떨어지면서 2025년 들어 탈원전을 재검토하고 화력발전소 50기를 건설하겠다고 한다.

미국은 원전 이용률을 높이고 있고 원전 건설의 재개를 추진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신규 원전 건설을 언급한 바 있다. AI 패권국가로서 미국은 전기에너지 확보에 비상한 관심을 갖고 있다.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리는 AI가 산업, 공공, 일상 및 첨단기술에 확산되기 시작함에 따라 전기에너지 확보가 국운에 큰 영향을 주게 됐다. 필자는 종종 국가안보에 중요한 것이 식량, 식수, 전기에너지 주권확보라는 말을 많이 했다. AI 시대에 전기에너지 확보가 그만큼 중요함을 강조한 것이다.

AI는 왜 전기를 많이 쓸까. AI 서비스는 먼저 학습 과정과 학습된 결과를 이용한 추론과정을 필요로 한다. 학습이나 추론과정 동안 계산기(반도체 기술로 구현된 GPU 등의 칩)에서 엄청난 병렬연산이 수행되고, 이 과정에서 계산기와 고대역폭 메모리(HBM·다수의 DRAM 칩을 쌓아서 구현) 사이에 많은 데이터 이동(저장과 읽기)이 수반된다. 이 과정에서 엄청난 전기에너지가 소모되고 심한 발열이 동반된다. 이런 이유로 AI 서비스를 위한 클라우드는 검색을 위한 클라우드 대비 약 10배 더 많은 전기에너지를 소모한다. AI 서비스는 향후 국내외에서 급속도로 늘어날 것이다. 많은 전기에너지가 필요한 이유이다.

세계적으로 탄소배출이 없는 전기에너지원으로 원전을 도입하는 추세에 있다. 원전 중에서도 안전성, 입지 유연성, 공기 단축, 운전 융통성 등의 장점이 있는 SMR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SMR에는 물을 냉각재로 사용하는 경수형과 용융염, 액체 소듐, 가스 등을 냉각재로 사용하는 비경수형이 있다. 경수형은 성능과 장기 검증 측면에서 장점이 있고, 비경수형은 핵연료 발생량을 줄이고 열효율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비경수형 중에 소듐냉각고속로(SFR)는 사용후핵연료를 처리할 수 있는 파이로프로세싱을 지원하는 기술이고, 사용후핵연료의 처분량과 독성을 줄일 수 있다. 이슈가 있지만 미래 기술로 SFR을 좀 더 집중해서 개발할 필요가 있다. 미국에는 빌 게이츠에 의해 설립된 테라파워사가 첫 호기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재생 에너지원도 중요하지만 우리는 원전을 통해 국가 에너지 주권을 강화하고 수출산업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이제 전 세계 시민은 AI 시대를 살아가게 될 것이다. 우리는 탄소배출이 없는 지속가능한 전기에너지를 원전을 통해 확보해야 국가경쟁력을 높일 수 있고, 많은 일자리도 창출할 수 있다. 전기에너지 주권 확보가 국가경쟁력에 심대한 영향을 주는 시대가 되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종호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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