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스타트업열전] 흑백요리사가 AI를 만나면? 요식업 혁신하는 스타트업

2024-10-14

[비즈한국]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의 열풍이 대단하다. 재야의 고수에서 최고의 스타 셰프에 이르기까지 100인의 요리사들이 요리 실력으로 맞붙는 경연 프로그램이다. 매주 관련 ‘밈’과 ‘짤’이 생성되고, 각 요리사가 내놓는 경연 요리가 레시피로 검색어로 인기이다. 이 레시피대로 요리하는 후속 영상들, 경연을 보며 리액션하는 영상들도 수없이 쏟아져 나온다.

덕분에 요식업계가 활기를 찾았다. 식당 예약 플랫폼 서버가 마비될 정도로 관심이 높고, 네이버 지도 등 포털 사이트 맵에서 출연한 셰프들의 식당과 함께 연관된 다양한 식당들을 찾기 쉽도록 알고리즘으로 잘 엮어 놓았기 때문이다. 잘 만든 콘텐츠로 한국 미식 여행을 계획하는 수요도 늘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칼럼에서는 유럽에서 음식과 콘텐츠가 만나 비즈니스를 만들어 낸 사례들을 살펴보려고 한다. 특히 디지털 기술과 요식업을 결합한 유럽의 스타트업들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이제는 단순한 식당 운영을 넘어 가상 레스토랑, 맞춤형 배달 서비스, AI 기반의 음식 추천 시스템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해 소비자와 레스토랑의 경험을 혁신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먼치팸 브랜드라면 실패는 없다

무조건 요리를 잘한다고 해서 그 식당에 늘 손님이 많고, 매출이 좋은 것은 아니다. 식당의 위치, 메뉴의 구성, 운영과 서비스의 방식 등 식당의 성패를 가리는 요소는 너무도 많다. 실제 식당을 성공시킨 뒤 성공 요소를 면밀히 검토한 이들이 의기투합해 2020년 핀란드에서 혁신적인 레스토랑 플랫폼 먼치팸(Munchfam)을 설립했다.

먼치팸의 CEO 페르티 칼리오이넨(Pertti Kallioinen)은 본인이 실제로 레스토랑 체인을 운영하면서 느꼈던 고충을 바탕으로 레스토랑이 생존하고 번영하는 서비스를 만드는 것을 고민하면서 먼치팸을 창업했다. 웨이 저우(Wei Zhou), 헨리 아우비넨(Henri Auvinen), 사울리 레토바라(Sauli Lehtovaara)가 함께 설립했는데, 모두 출신 배경이 달라 다국적 음식 브랜드를 만드는 데에 유리한 조합이다.

특히 대부분의 팀원은 직접 레스토랑 체인을 운영한 경험이 있어, 고객들의 주문 방식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레스토랑 운영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이해한다는 것이 강점이다.

이들은 유럽, 호주, 실리콘밸리에서 레스토랑 산업과 서비스 비즈니스 개발에 도합 50년 이상의 경력을 보유하고 있다. 먼치팸은 총 400개 이상의 레스토랑과 협력하고 있다. 첨단 디지털 도구, 플러그 앤 플레이 브랜드, 고품질 재료를 결합한 독창적인 서비스 플랫폼을 식당에 제공해 숍인숍 개념의 브랜드 론칭을 돕고, 배달, 테이크아웃 등 다양한 판매 채널에서 효율성과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돕는다.

먼치팸은 4개의 피자 브랜드와 3개의 치킨 브랜드 외에도 태국, 중국, 터키, 그리스 음식 브랜드 등 총 12개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3개의 치킨 브랜드 중 킥인 코리안(Kickin’ Korean)이라는 한국식 치킨 브랜드를 가지고 있는 점도 흥미롭다.

현재 유럽에는 100만 개 이상의 레스토랑이 있다. 하지만 새로 개업한 레스토랑의 60%가 1년 이내에, 80%가 5년 이내에 문을 닫는다. 치열한 경쟁과 낮은 수익률 속에서 레스토랑들은 살아남기 위해 끊임없이 적응하고 새로운 수익원을 찾아야 한다. 먼치팸이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가 바로 그것이다.

지난 10월 10일 먼치팜은 60만 유로(86억 원)의 투자를 유치하며, 유럽 레스토랑 산업에 새로운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일으킬 준비를 하고 있다. 이번 투자 라운드는 벨기에의 피치드라이브(Pitchdrive)와 그리스의 제네시스(Genesis)가 주도했다. 가히 유럽 전역의 투자자들에게 주목받는 셈이다. 이들은 먼치팸이 레스토랑 산업에 가져올 변화 가능성을 높이 평가해 투자를 결정했다. 먼치팸은 또 볼트(Wolt), 저스트잇(JustEat), 푸드판다(Food Panda), 볼트(Bolt)의 전·현직 경영진의 지원을 받으며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더더욱 주목할 만하다.

먼치팸은 이번 투자 유치를 통해 현재 운영 중인 핀란드, 독일, 덴마크, 스웨덴 시장에서 플랫폼을 더욱 확장하고, 레스토랑에 더 많은 혁신을 제공할 계획이다.

#세계 3대 미식 국가 튀르키예의 강자, 파켓 무트팍

최근 터키 클라우드 키친 소프트웨어 스타트업 파켓 무트팍(Paket Mutfak)이 270만 달러(36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이로써 파켓 무트팍은 총 누적 투자 금액이 850만 달러(110억 원)를 달성했다.

클라우드 키친(Cloud Kitchen)은 물리적인 식당 없이, 오로지 배달 전용으로 운영되는 식당을 의미한다. 고스트 키친(Ghost Kitchen) 또는 다크 키친(Dark Kitchen)이라고도 부르는데, 매장에서 손님을 맞이하지 않고 배달 앱이나 온라인 주문을 통해 음식을 만들어 배달하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클라우드 키친은 여러 브랜드의 음식을 한 곳에서 조리할 수 있으며, 배달을 중심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고정비용(임대료나 인테리어 비용 등)을 절감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또 다양한 브랜드를 한 공간에서 운영할 수 있어 효율적이고, 특히 배달 서비스가 중심이 되는 현대 외식 산업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모델이어서 많은 요식업 관련 스타트업들이 주목하고 있다.

파켓 무트팍 같은 클라우드 키친 스타트업은 이러한 배달 중심의 음식 산업에 맞춰 효율적인 운영을 돕는 기술적 솔루션을 제공하며, 다양한 음식 브랜드와 함께 확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파켓 무트팍은 현재 이스탄불 여러 지역에 15개의 지점이 있고, 10개의 음식 브랜드를 운영하며, 매달 13만 건가량의 식사를 배달하고 있다.

이번 투자 유치로 파켓 무트팍은 100개 지점을 목표로 삼고 있으며, 기술 인프라를 강화하고 지점 네트워크를 확장하며 고객 경험을 개선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또 제품군을 확장하고 새로운 수익원에 집중하며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갈 계획이다.

파켓 무트팍은 2019년 탈리 샬혼(Tali Şalhon)과 에이탄 나미야스(Eytan Nahmiyas)가 설립했다. 설립 초기부터 기업 내에서 모든 운영을 원활하게 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했으며, 클라우드 키친 운영을 최적화하는 AI 기반 소프트웨어 pack.ai를 통해 기술 분야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pack.ai는 데이터 분석을 통해 운영자에게 음식 배달 운영에 심층적인 인사이트를 제공해 빠른 배달에 필요한 운영 부담을 줄이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창업자 탈리 살혼은 “우리는 식품 브랜드를 주문 플랫폼에서 최고의 순위에 올리는 데 소프트웨어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믿기 때문에, pack.ai를 통해 클라우드 키친 비즈니스에서 기술 활용 범위를 더욱 확대해 나갈 것”이라며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배달 플랫폼 스타트업인 겟티어, 독일의 10분 배송 스타트업 고릴라즈는 유럽의 대표적인 유니콘 스타트업이자 튀르키예 출신의 스타트업이었다. 배달 본고장 튀르키예 출신의 클라우드 키친 스타트업 파켓 무트팍이 어떻게 성장해 나갈지 앞으로 매우 기대가 된다.

이처럼 유럽과 스타트업들은 디지털 기술과 결합한 혁신적인 서비스로 시장을 변화시키고 있다. 먼치팸과 파켓 무트팍은 각각 유럽과 터키에서 요식업계의 새로운 트렌드를 선도하며, 레스토랑 운영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고객들에게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기술적 솔루션을 도입하고 있다. 이들의 성공은 단순히 요식업의 미래를 재정의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전통적인 레스토랑 운영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데 기여하고 있다.

앞으로도 유럽 전역의 요식업 스타트업들은 기술과 소비자의 요구를 결합한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더욱 발전할 것이다. 레스토랑과 고객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이러한 변화는 외식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는 글로벌 경제에서 지속 가능한 성공을 이룰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특히 클라우드 키친과 같은 새로운 운영 방식은 앞으로 더 많은 레스토랑이 유연하고 효율적으로 시장에 적응하게 할 것이며, 이 과정에서 더욱 다양한 기회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된다.

필자 이은서는 한국에서 법학을 전공했고, 베를린에서 연극을 공부했다. 예술의 도시이자 유럽 스타트업 허브인 베를린에 자리 잡고 도시와 함께 성장하며 한국과 독일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잇는 123factory를 이끌고 있다.​​​​​​​​​​​​​​​​​​​​​​​​​​​​​​​​​​

이은서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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