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제균 치료가 젊은층뿐만 아니라 70세 이상 고령층에게도 위암 발생률과 사망률을 낮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젊을 때 제균 치료를 받아야 효과가 있다는 기존의 인식을 뒤집는 결과다.
강북삼성병원 소화기내과 정윤숙 교수 연구팀은 고령층의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제균 치료 효과를 세계 최초로 규명한 연구를 국제학술지 ‘소화기학(Gastroenterology)’에 게재했다고 21일 밝혔다. 연구진은 2009~2011년 제균 치료를 받은 20세 이상 성인 91만6438명을 평균 12년 이상 추적 관찰했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은 위암 발생 위험을 높이는 주요 요인이다. 감염의 결과 만성적인 위염이 발생하면 위장을 위축시키거나 궤양을 일으켜 감염되지 않은 사람보다 위암 발생 위험을 3~6배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가 고령층에도 이득이 있는지는 그동안 명확히 밝혀진 바가 없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연구진은 제균 치료를 받은 연구 대상자들을 연령대별로 구분해 위암 발생률과 사망률을 일반 인구 집단과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제균 치료군의 위암 발생률과 사망률은 20대를 제외한 모든 연령대에서 일반 인구보다 유의미하게 낮았다. 특히 70대 이상 고령층의 위암 발생률은 일반 인구 위암 발생률의 52%, 위암으로 인한 사망률도 일반 인구 대비 34%로 낮았다. 또한 70대 이상 고령층을 70~74세, 75~79세, 80세 이상으로 더 세분해서 비교했을 때도 세 그룹 모두 제균 치료군의 위암 발생률과 사망률이 일반 인구 집단에 비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윤숙 교수는 “이번 연구는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가 70세 이상 고령층, 특히 80세 이상 초고령층에서도 위암 예방과 생존율 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제균 치료는 젊을 때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고령이라는 이유만으로 제균 치료를 제한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