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트 상품을 만들어 여러 나라에 골고루 팔아본 사람한테는 그 경험으로 얻을 수 있는 부산물이 여럿 생긴다. 똑같은 상품이라도 어떤 나라에서는 이렇게 포장해서 팔아야 좋아하고, 또 어떤 나라에서는 거래의 규칙이 다르니 이러저러한 조건을 맞춰줘야 하는 등의 노하우다.
컴투스는 알려졌다시피 모바일 게임을 잘 만드는 집이다. ‘서머너즈워’라는 걸출한 게임은 2014년 처음 세상에 나온 이후, 지난 10년 간 세계에서 30억달러(약 4조2165억원, 2024년 6월 기준)을 벌어들였다. 컴투스 측에 따르면, 이 숫자는 독일이 그간 맥주 28억 캔을 팔아서 낸 매출과 같은 수준이다.
게임을 만들어 운영하면서 쌓인 노하우는 ‘컴투스 플랫폼’이라는 자회사를 만들어냈다. 게임사는 콘텐츠만 만들라고 하고, 게임을 운영하는데 필요한 나머지 모든 기능은 여기서 제공하겠다는 ‘하이브 플랫폼’을 개발하고 공급한다.
“우리가 게임을 만들어서 글로벌로 운영하다 보니까, 게임사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잘 알겠고, 그 운영 노하우를 집약한 플랫폼을 만들었으니 한 번 써보면 게임사들도 직접 플랫폼을 만드는 것보다는 확실히 비용 효율과 만족을 느낄 것”이라는 게 컴투스가 만든 하이브 플랫폼의 핵심 기치다.
지난 17일 폐막한 지스타2024 현장에서, 컴투스 플랫폼도 부스를 차리고 게임사를 대상으로 플랫폼 알리기에 나섰다. 이 자리에서 컴투스 플랫폼 사업총괄을 맡고 있는 김종문 상무를 만났다. 컴투스 합류 이전에는 마이크로소프트에서 B2B SaaS 비즈니스를 오래 해왔고, 주요 게임사들에 기술 지원을 한 이력이 있는 인물이다.
김종문 상무에게 지스타 B2B 부스에서 컴투스를 찾는 이들이 많았는지, 성과는 있었는지 물었더니 “많은 파트너들이 찾아왔고 성과도 있었다”면서 “서울 올라가면 또 만나기로 한 곳이 있다”고도 귀띔했다. 그에게 게임사들이 컴투스 플랫폼을 경쟁사로 여기지는 않는지, 수많은 게임 플랫폼 중 컴투스의 것은 어떤 강점이 있는지에 대한 답을 들었다.
하이브 플랫폼은 어떤 상품?
컴투스홀딩스의 자회사 컴투스 플랫폼이 만드는 게임 플랫폼이다. 컴투스가 쌓은 10년의 노하우를 집약했다. 개발과 운영에 필요한 기능을 제공한다. ▲로그인/ 인증 ▲빌링 ▲약관 관리 ▲자동번역 ▲애널리틱스 ▲쿠폰 ▲프로모션 ▲AI 서비스 ▲리모트 플레이 ▲매치메이킹 ▲푸시 ▲크로스플레이 ▲커뮤니티 ▲고객센터와 같은 모든 기능을 하나의 SDK 안에 집어 넣어 통합관리를 꾀했다는 것이 특징이다.
하이브 플랫폼에서 운영되는 대표 게임은 역시 컴투스의 ‘서머너즈워’가 되겠다
(컴투스의 플랫폼 사업) 시작을 같이 한 서비스다. 그렇다고 하이브 플랫폼이 컴투스의 게임만 대상으로 사업을 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컴투스 계열사 뿐만 아니라, 그라비티와 같은 미국 나스닥 상장사도 적극적으로 하이브 플랫폼을 채택하고 있다. 썸에이지와 플레이위드 같은 중견 게임사들도 우리의 고객사고.
덩치가 있는 게임사들은 원래 게임 운영을 자체적으로 하려 하지 않나?
게임사들이 팬데믹 때 호황을 누렸지만, 이후 시장 상황은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다. 그래서 자체적으로 게임 운영을 하기 보다는, 비용 절감을 위해서 우리와 같은 플랫폼을 이용하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 게임 산업이 호황일 때는 비싼 몸값을 주고서라도 개발자를 모셨지만, 지금은 대체로 비용효율이 중요해졌다. 그래서 우리와 같은 솔루션 회사들에게도 기회가 생기고 있다.
게임사들이 컴투스를 ‘플랫폼’ 회사라 보기 보다는 ‘게임 경쟁사’라고 보진 않나?
국내에선 그런 부분이 있어서, ‘회사 이름을 바꾸는 게 낫지 않겠느냐’는 고민도 있었다. 컴투스도 우리 고객사 중 하나일 뿐이라고 설득했고, 대외적으로 ‘하이브 플랫폼’이라는 이름을 더 강조하기도 했다.
게임 인프라 지원을 위한 통합 솔루션은 경쟁사가 많지 않나?
그렇지 않다. 게임 운영에 필요한 모든 기능, 예를 들어서 로그인이나 빌링, 자동번역, 크로스플레이, 커뮤니티와 같은 모든 기능을 하나의 SDK 안에 넣어서 제공하는 곳은 매우 드물다. 각 기능을 하나씩, 혹은 몇개씩 제공하는 곳은 있어도 이 모든 기능을 하나로 감싸서 전체적으로 제공하는 통합 솔루션은 경쟁사가 많다고 볼 수 없다.
국내를 넘어 글로벌로도 그런가?
물론, 게임 백엔드를 하는 곳은 국내외로 많이 있다. 심지어 계속 만들어진다. 그렇지만, 계속 망한다.
왜 망하나
게임 백엔드 플랫폼은 범용적인 솔루션이 아니다. 굉장히 특정 산업에서만 사용되는 솔루션이다. 게임사에서 일하다 솔루션 사업이 되겠다 싶어 나온 이들의 경우, 개발 인력과 운영 리소스를 위한 자원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다. 벤처투자사의 투자로 연명하고 있는 솔루션들이 당장은 자금을 쏟아붓는다고 하더라도, 과연 이게 지속가능한 구조일까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다. 최소한 매년 탄탄한 수익이 보장되어야 사업을 운영할 수있는데,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그런 수익을 지속 유지하면서 사업을 해나간다는 것은 솔직히 쉽지 않다.
다시 말해, 컴투스 플랫폼은 그만큼 확실한 고객사를 확보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바로 컴투스. 기본을 갖고 간다는 의미가 있겠다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다. 아까 질문에서 국내에선 컴투스라는 이미지가 경쟁적 요소가 있겠다고 했지만 해외에선 오히려 컴투스라는 이름이 홍보 요소가 된다. 단순 솔루션 회사가 아니라, 오랜 기간 진짜 게임을 운영해 본, 20년간의 압축할 수 없는 경험을 쌓은 회사니까. 경험을 압축할 수는 없지 않나? 그런 노하우를 쌓은 회사가 오늘도 계속 업데이트가 되고 있다. 모든 게임 시장의 변화에 대해 고객보다 우리가 더 빠르게 안다. 인식하는 변화를 업데이트 하는 데다, 안정적 재무구조를 가지고 서비스 할 수 있는 회사? 솔직히 글로벌에선 (컴투스 밖에) 없다고 본다.
컴투스가 안정적 플랫폼을 제공한다고 해도, 기술적으로 확실한 강점이 없다면 굳이 쓸 필요는 없지 않을까? 경쟁력은 뭐라고 생각하나
컴투스 플랫폼엔 ‘양 병우’가 있다. 플랫폼사업실엔 민병우 실장이, 기술총괄엔 김병우 실장이 있어서다. 솔루션의 경쟁력에 대한 질문에 김종문 상무가 민병우 실장을 바라보면서 “한 마디 해주시겠느냐”고 물었다. 다음 대답은 민병우 실장의 이야기다.
하나의 예를 들어보자. 다른 회사들은 로그인이면 로그인, 결제면 결제와 같이 각 기능에 집중해 솔루션을 제공한다. 그렇다보니 각 게임이 글로벌로 나아갈 때도 각 기능이 각 국가에서 구현할 수 있게 개별 작업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처음부터 서머너즈워를 비롯해 하이브에서 운영하는 여러 게임을 글로벌에서 자동변환될 수 있게 해놓는다.
중국 같은 경우는 구글 같은 서비스가 뜨면 안 되는 등 고려해야 할 요소가 있다. 그런 것을 우리는 이용자의 게임 SDK가 처음 실행될 때이용자의 위치와 언어를 확인, 그 두개의 정보를 바탕으로 식별자 키를 만들어 제공한다. 이용자가 중국에서 중국어를 쓴다면, 그에 맞는 플랫폼 로그인 화면과 컴플라이언스 약관에 부합한 게임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다. 기능별로 솔루션을 공급하는 다른 회사들과 달리, 컴투스는 이런 환경을 모두 경험해봤으므로 하나의 SDK 안에서 심층적으로 서비스를 공급한다는 것이 확실한 경쟁력이다.
초심자는 알 수 없는, 경험에서만 알 수 있는 가려운 포인트를 긁어준다는 것인데
기술적으로 그런 디테일한 부분에서 차이점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하이브 플랫폼을 백엔드로만 기능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게임 산업에서 쌓아온 그룹의 역량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포지셔닝 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 각 영역에서 잘하는 파트너사들과도 긴밀한 관계를 만들어 게임사들이 쉽게 쓸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고도 있다. 예를 들어서 페이먼트에서 엑솔라와 같은 회사들과 굉장히 긴밀한 관계를 갖고 공동 상품을 만들고 있다. 이렇게 되면, 게임사들은 엑솔라와 별도 계약할 필요 없이 엑솔라의 솔루션을 하이브 안에서 쓸 수 있다.
게임 장르도 유행을 탄다. 올해 지스타에서는 콘솔, 패키지 게임이 주목 받았다. 이런 변화가 온라인, 모바일 게임을 주력 지원하는 컴투스 플랫폼에도 영향을 주지 않나?
영향을 안 받는다고 할 수는 없다. 특히 패키지 게임 중에서도 완전히 스탠드얼론 형태의, 라이브 운영이 필요치 않은 게임은 백엔드라는 것이 필요 없다.
그런데, 그런 패키지 게임 영역에서도 최근엔 DLC 콘텐츠라는 형태로 계속 업데이트가 되고 있다. 엑스박스나 다른 콘솔 게임에서도 마찬가지 현상이다. 인게임 요소를 비롯해서 라이브 운영이 패키지 게임에서도 확산되고 있다. 스팀도 우리가 이미 지원을 하고 있고.
팬데믹 이후 게임 시장 자체가 위축된 문제도 있는데
그래서 가장 고민하는 부분도 역시 글로벌 진출이다. 국내에서 열심히 하고 있지만 게임 백엔드 솔루션에 한정해 놓고 봤을 때 국내 시장 자체는 그렇게 크지 않다. 숏폼 등에 게임 이용 시간을 뺏기고 있고, 신고 게임 출시도 줄고 있다. 그렇지만 대신에 게임을 장기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인식은 큰 게임사부터 점점 커져가고 있다. 이게 우리한테는 굉장히 위기이자 기회다.
신규 타이틀이 적어진다는 것은 영업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는 이야기라 위기지만, 대신 라이브 운영을 강화하고 있다는 것은 또 우리 같은 회사에 굉장히 좋은 기회다. 이런 분위기가 글로벌로도 비슷하다. 특히 미국 시장을 중요하게 보고 있는데, AWS의 마켓 플레이스 등에 진출한 것도 그런 준비다. 미국 현지에서 우리와 유사한 솔루션 회사들이 차지하고 있는 위치를 우리가 대체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컴투스 말고도 글로벌로 게임을 내놓는 회사들이 있는데. 그런 회사들도 그렇다면 백엔드 플랫폼을 직접 하고 싶어 하지 않겠나
물론 그렇다. 그렇지만 그 일이 쉽지 않다. 생각보다 많은 인력과 자원이 들어간다. 각 스튜디오별로 자기에게 필요로 하는 기능을 만들어 왔는데, 이걸 모두 합쳐 통합 모듈로 만들려면 회사에서 또 별도의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 여기서 드는 고정 비용이 매우 크다. 예를 들어서, 게임사는클라우드 사용 비용이 많이 들 수밖에 없는데, 실제로 게임 운영보다는 각 조직과 개발 인력이 쓰는 비용이 어마어마하게 큰 경우도 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경우겠다
이번엔 기술총괄을 하는 김병우 실장이 말을 보탰다. 하나의 SDK 안에 게임 개발과 운영에 필요로 하는 기능을 모두 넣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표정으로 보여주면서 말이다.
그렇다. 특히 현지화와 관련한 것은 개별 회사가 개별 기능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컴투스가 하나의 SDK 안에 현지화 기능을 다 집어 넣은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유럽과 미국, 중국 등은 모두 원하는 컴플라이언스가 다르다. 컴투스는 자체적으로 서비스하는 게임이 많다보니 마켓별, 국가별로 다른 정책에 대한 대응을 모두 이 안에 집어 넣을 수 있었다. 어느 게임사 CTO가 “컴플라이언스 대응, 이거 하나만 잘 되도 (백엔드 솔루션에) 내는 돈이 하나도 아깝지 않다”고 말하더라.
지금 컴투스 플랫폼을 이용하는 게임사는 얼마나 되나?
컴투스에서 만든 게임은 모두 하이브 플랫폼에서 운영된다. 내부를 제외하고, 외부 고객으로만 이야기 한다면, 계약 기준으로 국내외 60개 회사 90개 게임이 있다. 물론, 국내로만은 안 되고 글로벌로 나아가야 한다. 글로벌로는 현재 국내 기업들이 해외 퍼블리셔와 계약을 하면서 간접적으로 (하이브 플랫폼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는데, 지금 준비하고 있는 것은 하이브 플랫폼의 글로벌 직접 진출이다. 그래서 작년부터 태국과 대만, 중국, 유럽 핀란드, 미국, 일본 등에서 현지 리셀러와 만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컴투스에서 컴투스 플랫폼에 바라는 것은 무엇인가?
결국에는 글로벌 진출이다. 나스닥 상장까지를 목표로 갖고 있다. 경영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는, 컴투스 그룹이 게임을 계속 사업하고 있는 한은 우리도 연속성을 갖고 사업을 지속해 나갈 예정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