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엔비디아를 ‘세계에서 가장 작은 대기업’이라고 불렀다. 이는 기업의 규모를 살펴봤을 때 객관적 사실이다. 2024년 9월 시가총액 3위인 엔비디아의 직원 수는 3만 명을 넘어섰다. 전체 시가 총액 1위인 애플의 직원 수가 약 14만1000명, 시가총액 2위인 마이크로소프트가 약 22만8000명의 직원을 두고 있는 것에 비하면 터무니 없이 적은 수다. 기업의 덩치는 작지만 효율성은 세계 최강이다. 엔비디아의 직원 1인당 매출은 200만 달러 이상으로, 실리콘밸리의 그 어떤 기업보다도 압도적으로 높은 생산성을 자랑한다.
‘더 라스트 컴퍼니’는 실리콘밸리 특파원으로 활동하며 2년 여간 수많은 빅테크와 기술 구루들을 만난 저자가 치밀하게 추적한 엔비디아의 성공 원칙을 분석한 보고서다. 저자는 엔비디아가 ‘세계에서 가장 작은 대기업’이 될 수 있었던 이유로 ‘원 팀’ 문화를 꼽는다. 엔비디아에서는 조직도가 중요하지 않다. 젠슨 황은 “그 누구도 보스가 아니다, 미션이 보스다”라고 말할 만큼 효율성을 중시한다.
하지만 저자가 이보다 더 주목하는 엔비디아의 성공 비결은 ‘지적 정직함’이라고 불리는 기업 윤리다. 지적 정직함이란 끊임없이 위협받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태도로, 지적 허영심과 대비된다. 젠슨 황은 솔직함과 개방성, 투명성을 중시한다. 예민한 주제에 대해서도 주저하거나 피하지 않고 열려 있는 태도로 솔직하게 접근한다. 이같은 지적 정직함은 상대방의 직간접적인 의도를 추측하기 위해 감정과 에너지를 낭비하는 사회적 비용을 크게 줄인다.
구성원들은 상대의 지적을 공격으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원 팀이라는 의식 속에서 투명하게 지적한다. 저자는 엔비디아가 계속해서 방향을 전환하며 최적의 요구를 만족하는 제품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이 바로 이러한 ‘지적 정직함’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한다.
이같은 기업 문화는 SOL(Speed Of Light)과 함께 빛을 발한다. 엔비디아의 직원들은 언제나 일에 있어서 빛의 속도를 요구 받는다. 여기서 속도란 상대적인 속도가 아닌, 절대적인 속도다. 제품을 제작할 때 설계, 엔지니어링 등 공정의 앞 단계에 포진한 직원들이 절대적인 속도를 요구 받아 모든 가정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면서 최적화를 위한 간극을 줄여가는 것이 바로 SOL의 핵심이다. 덕분에 경쟁사들이 엔비디아의 주력 제품 성능을 따라잡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을 때 엔비디아는 한 발 더 나아가 시장을 넓히면서 계속해서 영토 개척에 나설 수 있었다.
최근 한국의 대표 기업 삼성전자는 반도체 부문 실적 부진으로 큰 위기를 겪고 있다. 삼성전자뿐 아니다. 국내 대다수 대기업은 커질대로 커진 몸뚱이를 어쩌지 못해 위기의 상황이 되면 허우적댄다. 한국 기업은 언제나 체질 개선을 외치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지금 그들에게 필요한 건 아마도 젠슨 황이 이끄는 엔비디아의 기업문화 아닐까. 1만9800원.